獨 추어하우젠 박사 “대장암 원인, 쇠고기 바이러스일 가능성 높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31일 03시 00분


호암포럼 강연

“쇠고기 바이러스가 대장암의 발병 원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29, 30일 이틀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서울 호텔에서 열린 ‘호암포럼’ 첫 강연자로 나선 하랄트 추어하우젠 박사(77·사진)는 최근 자신이 진행하고 있는 연구를 이같이 소개했다. 추어하우젠 박사는 암과 바이러스의 관계를 규명하는 데 있어서 세계적인 권위자로 독일 하이델베르크 암 연구소에서 여전히 연구현장을 지키고 있다.

자궁경부암과 인체유두종바이러스(HPV)의 연관성을 입증한 공로로 2008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추어하우젠 박사의 연구를 바탕으로 여성암 중 발병률 2위인 자궁경부암의 예방백신 ‘가다실’과 ‘서바릭스’가 탄생해 암 사망률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추어하우젠 박사는 이날 강연에서 쇠고기와 같은 붉은색 고기를 덜 익혀 먹는 것이 대장암 발병과 관련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붉은 고기를 덜 익혀 먹는 나라의 대장암 발병률이 닭고기와 같이 흰 고기를 먹거나 쇠고기를 바싹 익혀 먹는 나라보다 높은 사실에 주목하고 쇠고기의 바이러스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익힌 정도에 따라 구분하는 미디엄·레어 상태로 쇠고기를 먹거나 육회를 먹을 경우 쇠고기에 포함됐던 바이러스로 인해 인체에 교차 감염이 생길 수 있다”며 “쇠고기를 덜 익혀 먹으면 열에 내성이 있는 TT바이러스가 감염을 일으켜 대장암을 유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여러 가지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TT바이러스는 모든 생물이 보유하고 있는 흔한 바이러스로 관절염이나 암 등 질병과 관련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가설이 맞다면 쇠고기를 익혀 먹는 것이 대장암 발병을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한편 호암포럼은 호암상, 노벨상 수상자 등 해외 석학과 국내외 전문가들의 최신 연구 발표와 교류를 위해 올해 처음 열렸다.

호암재단과 삼성의료원, 삼성종합기술원이 공동 진행한 이번 포럼 첫날에는 ‘암과 바이러스’를 주제로 추어하우젠 박사와 종양 바이러스 분야의 대가인 정재웅 박사 등 연구자가 최신 동향과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둘째 날인 30일에는 공학 부문의 ‘나노기술’을 주제로 제3의 고체인 준결정 물질을 최초로 발견해 소재 분야의 패러다임을 바꾼 것으로 평가받아 2011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단 셰흐트만 박사와 우리나라 나노 과학계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현택환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연구단장 등의 발표가 이어졌다.

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min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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