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사상 최악의 전력난이 예상되면서 그 어느 해보다 절전을 강조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에어컨을 제대로 틀지 못하는 사무실에서 일하는 직장인들은 땀을 뻘뻘 흘리며 볼멘소리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실 지나치게 실내 온도를 낮게 유지하면 ‘냉방병’에 걸릴 수도 있다.
냉방병은 더운 바깥온도와 차가운 실내온도의 차이에 신체가 적응을 하지 못해서 생긴다. 실내외의 온도 차가 5∼8도 지속되면 피부혈관이 급속하게 수축돼 혈액순환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냉방장치는 공기 중의 수분을 응결시켜 기온을 내리기 때문에 1시간 이상 가동하면 호흡기 점막이 마르면서 저항력이 떨어지게 된다.
냉방병은 말초혈관이 수축되면 손과 발 얼굴이 붓고 피로감이 올뿐더러 권태감이 생긴다. 유준현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호흡기 점막이 건조해지면 감기 증세가 나타나고 두통이나 소화불량이 생기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피부 온도가 내려가면 근육이 경직돼 운동에 지장을 받게 되고 능률도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여성은 생리불순이, 노인들은 안면신경 마비 등이 오기도 한다.
냉방병을 예방하려면 실내 온도가 25도 이하로 내려가지 않도록 하고 실내외 온도 차가 5도를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곳이 지나치게 냉방시설을 많이 가동한다면 소매가 긴 옷을 입거나 얇은 담요를 무릎에 덮는 게 좋다. 선우성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에어컨을 가동하는 시간을 줄이고 1시간에 한 번이나 적어도 3∼4시간에 한 번은 창문을 열어 신선한 공기를 공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풍기도 잠들기 전 1∼2시간만 몸에서 멀리 떼어 놓고 틀어야 한다. 오랜 시간 밀폐된 공간에서 선풍기 바람을 쐬면 저체온증에 걸려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냉방병을 ‘빌딩증후군’의 한 유형으로 보고 있다. 이 증후군은 환기가 잘 안 되는 폐쇄된 공간에서 장시간 머물 때 생기는 증상이다. 두통과 비염 후두염 피부가려움증, 알레르기질환 피로감과 무력감 등이 나타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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