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우주개발, 달 탐사보다 경제성 먼저 따져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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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중장기 계획수립이 최우선… 예산확보도 만만찮아”

“2020년 달에 태극기가 펄럭이게 하겠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후보 때 한 말이다.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에 2025년으로 예정됐던 달 탐사를 5년 앞당기겠다는 것으로, 최근 미래창조과학부는 올해 말까지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한국형 달 탐사선 추진 계획(가칭)’을 수립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2020년 달 탐사선 착륙도 검토 중이다. 그러나 달 탐사 시기를 앞당기자는 논의보다는 우주개발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한국형 발사체를 경제적으로 개발하는 데 공을 들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예산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달 탐사 시기를 무리하게 앞당겼다가, 우리 발사체가 아닌 외국 발사체로 달 탐사선을 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 미래부 “결정된 것 없다”

일부에서 2020년 달 탐사 계획이 확정됐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정작 주무 부처인 미래부에서는 아직 확정된 바 없다고 밝힌다. 사업의 타당성, 예산 지원 등을 관계 부처와 협의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해주 미래부 우주원자력정책관은 “현재 예비 타당성 조사 등을 토대로 계획을 수립하고 있으며 연말까지 끝낼 계획”이라며 “아무리 계획을 잘 세워도 (예산 당국과 협의도 해야 하는 등) 미래부 스스로 계획을 확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 단기 성과보다 중장기 우주개발 계획 수립이 우선

윤웅섭 한국연구재단 거대과학단장은 “추가 예산을 들여 한국형 발사체 개발 계획을 앞당기는 것은 이득이 없다”고 주장했다.

외국 발사체로 달 탐사선을 쏘는 것은 의미가 없는 만큼, 달 탐사 시기를 앞당기려면 한국형 발사체 개발도 조기에 마쳐야 한다. 2021년으로 예정된 한국형 발사체를 2018년까지 조기 개발하려면 최소 5000억 원의 추가 예산이 필요하다. 발사체 개발의 핵심 과정은 엔진 테스트다. 테스트를 최소한의 횟수만 진행하더라도 이를 더 빨리 마치려면 엔진 시험동을 추가로 건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외국 발사체와 성능은 비슷하면서 무게는 반으로 줄인 H2 로켓을 12년 만에 만들었다. 하지만 비용이 3배 이상 들어 H2를 사실상 포기하고, 가격 경쟁력이 있는 ‘엡실론’을 개발 중이다.

윤 단장은 “일본 사례처럼 우주산업은 결국 가격 경쟁력”이라며 “국민이 우주 개발 사업으로 어떤 이득을 얻을 수 있을 것인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당초 2025년 목표이던 달 탐사 시기가 2020년으로 검토되는 등 정권에 따라 휘둘리는 것은 중장기 우주개발 계획이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우주기술이 산업 인프라로 자리 잡기 위해선 장기 비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말이다. 탁민제 KAIST 기계항공시스템학부 교수는 “현재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 2차 사업이 진행 중이지만 결국 5년짜리 계획에 불과하다”며 “2020년으로 달 탐사를 앞당기려면 적어도 2010년에는 관련 계획이 나왔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김민수·이재웅 동아사이언스 기자 min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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