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英 러더퍼드 애플턴硏 가보니
첨단 특수설비 지속적 업그레이드… 중성자산란 연구 세계서 가장 앞서
한국도 냉중성자연구는 세계적 수준… 2017년 중성자세계대회 유치 성공
영국 히스로 국제공항에서 차를 타고 서쪽으로 한 시간을 달리면, 영국 과학의 중심지라는 러더퍼드 애플턴연구소가 나온다. 1만여 명의 과학자들이 연구에 몰두하는 이곳에는 서울 잠실종합경기장만 한 면적에 세워진 중성자산란 연구 시설 ‘ISIS’가 있다. 그동안 끊임없이 성능 향상을 진행하며 첨단 연구를 이끌어 온 ISIS는 내년이면 중성자빔을 만들어 낸 지 30년이 된다.
○ 英, 지속적 투자로 중성자 연구 앞장
기자가 방문한 9일에도 잠시 연구를 멈추고, ISIS 업그레이드 작업이 한창이었다. 그 덕분에 ISIS 내부를 구석구석 살펴볼 수 있었다.
안내를 맡은 뮤온연구그룹 리더 애드리안 힐리어 박사는 여기저기 쌓인 철골과 특수 설비들을 헤치며 앞으로 추가될 장비들을 소개했다. 그중 ‘플린’이라는 이름이 붙은 큰 방에 이르자 그는 “이 방에서 정보통신기술(IT)의 대혁명이 시작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플린 속에는 달 표면에 풍부한 ‘헬륨3’이 가득 차 있는데, 헬륨3은 여러 방향의 중성자 중 특정 방향의 것만 걸러 낼 수 있도록 해 준다. 한 방향으로 된 중성자를 이용하면 원하는 물질의 자기 구조와 움직임을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이를 이용하면 하나의 전자가 가리키는 자기 방향을 조절해 1과 0이라는 정보를 저장할 수 있게 된다. 기존의 정보저장장치가 소자 하나에 1과 0을 저장한 반면, 전자가 소자를 대신해 정보를 저장할 수 있게 돼 IT 기기의 획기적인 소형화가 가능하다는 것.
힐리어 박사는 “ISIS는 2008년 파장이 길고 에너지가 낮은 중성자를 이용하는 설비를 새롭게 구축하면서 바이오나 에너지 분야의 연구에서 상당한 강점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영국은 ISIS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중성자 연구 시설로 꼽히는 프랑스의 ILL 지분도 3분의 1을 갖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유럽연합에서 추진하고 있는 차세대 중성자 연구시설에 적극 참여할 계획을 밝히는 등 중성자 연구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韓, 국제 학회 유치로 도약 준비
최근 한국도 세계 중성자산란 연구에 강력한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를 기반으로 중성자 연구 장치를 꾸준히 늘려 가고 있다. 특히 2011년부터 본격 가동을 시작한 냉중성자 연구 시설은 성능 면에서 세계적인 수준에 올랐다.
이런 노력 덕분에 8∼12일 영국 에든버러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 최대의 중성자산란 국제학회(ICNS 2013)에서 2017년 ICNS를 대전에서 열기로 결정했다. 4년마다 열려 중성자 연구 분야의 올림픽이라고 불리는 ICNS가 아시아에서 열리는 것은 일본에 이어 두 번째다. ICNS 2017 대회는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한국중성자빔이용자협회가 공동으로 운영을 맡게 된다.
ICNS 2017 유치위원장인 차국헌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는 “이번 유치 성공으로 중성자 이용 연구에 대한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질 것”이라며 “이를 계기로 국내 중성자 연구 시설을 개선하고 우수한 연구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의 적극적인 지지기 필요하다”고 밝혔다.
ISIS연구센터의 로버트 맥그리비 본부장은 “한국이 중성자 연구 장치를 새롭게 추가하며 중성자산란 연구에 지속적으로 투자한다는 사실에 감명받았다”며 “세계의 더 많은 과학자가 한국의 시설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이들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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