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어깨 좀 아픈 데 그렇게 힘든지. 짜증만 내고. 우리가 더 힘들어요” 많은 ‘어깨 병’ 환자들의 가족은 ‘짜증을 많이 내 우리가 더 힘들다’고 하소연합니다.
다른 병도 마찬가지지만, 어깨가 아프면 마음까지 아픕니다. 완도에서 오신 64세 어르신은 허리가 완전히 굽어져 있고, 오른팔을 전혀 올리지도 못하고 진료실에 들어오셔서 ‘어깨가 칼로 째듯이 아프다’며 고통스러워하셨지요. 광주에서 사는 아들이 어느 날 집에 들렀다 너무 힘들어하는 어머님을 보고 직접 모시고 왔다고 하더군요.
‘이렇게 팔도 못 올리는데 머리는 어떻게 감으셨어요?’ 했더니 집에 계시는 80세가 넘은 노모가 감겨 주셨다며 눈물을 글썽였습니다.
환자 본인이든 가족이든 병 자체 못지않게 마음을 들여다봐야 합니다. 늘 웃던 아내가 짜증만 낸다고 못마땅하던 어르신께 “늘 웃으시려고 어깨가 저 지경이 되도록 참으신 거예요. 빨리 나아야 다시 웃으시지요.”라고 말씀을 드렸듯이 어깨질환 환자들은 참아온 경우가 대부분이라 이미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그 통증이 매우 심하다는 것을 알아줘야 합니다.
어깨통증의 강도는 증상과 진행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짐작보다 훨씬 아플 뿐만 아니라 매우 불편한 통증입니다. 우리가 하는 대부분의 행동이 어깨를 사용하지 않고는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아파도 쓸 수밖에 없고 그 때문에 통증이 더 심해지기 때문에 당사자에게 여간 고통스러운 일이 아닙니다. 이러다보니 짜증이 나고 만사가 귀찮아지면서 우울해지기도 합니다. 통계적으로도 어깨통증으로 우울증까지 경험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어깨가 아프신 분들을 진료하다보면 어깨통증 그 자체로 받는 고통에다 아무도 몰라주는 야속함이 더해져 더 힘들어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다른 질환과 달리 병 취급을 받지 못해서 더욱 가족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니 더욱 안타까운 일이죠.
많은 어깨통증 환자들을 만나면서 제겐 진료실에서의 원칙이 생겼죠. 병원을 찾으신 모든 분들과 가장 먼저 악수를 하는 것이 그것입니다. 악수를 하는 데는 많은 의미가 있지요. 인사의 의미, 나를 찾아주신 것에 대한 감사의 표현, 그리고 손의 감촉을 느끼면서 그분의 직업이나, 평소 어깨를 얼마나 많이 사용하는지를 예측할 수 있어 도움이 됩니다.
아픈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기만 해도 반은 치료가 된다는 말이 과언이 아닙니다. 가장 좋은 치료는 주사나 약만으로 가능하지 않습니다. 환자의 말을 잘 들어주고, 고개를 끄덕여 공감해주어 마음까지 개운하게 치료할 때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