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많은 이들이 여름철 전염병이라고 하면 식중독이나 모기로부터 옮는 일본뇌염 같은 병을 떠올린다. 하지만 최근 여름철마다 건장한 젊은
사람들에게 특히 높은 발병률을 보이는 질병은 바로 ‘A형 간염’이다. 그동안 A형 간염은 ‘후진국 병’이라고 불려왔다. 식수와
음식 위생이 좋지 않은 동남아, 아프리카 등 후진국 지역에서 주로 유행하는 질환이었기 때문이다. 》
국내에서도 과거에는 A형 간염에 걸리는 이들이 많았다. 요즘에는 생활위생이 크게 개선됐는데도 20, 30대 젊은이들이 A형 간염에 걸려 고생하고 있다.
젊은이들이 A형 간염에 약한 이유는 바로 A형 간염 항체 보유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2008년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에서는 20∼59세 교직원들을 대상으로 A형 간염 항체 보유율을 조사했다. 그 결과 50대 이상은 항체 보유율이 100%였지만 30대는 38%, 20대는 7%에 불과했다.
배시현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너무 깨끗한 생활환경 탓에 젊은 성인 중에서 A형 간염 항체를 가진 이들이 줄었다. 역으로 이 병에 걸릴 위험성은 크게 늘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질병관리본부의 ‘2012년 감염병 감시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A형 간염 감염 환자 10명 중 7명(70.7%)은 20, 30대였다.
A형 간염은 장티푸스나 콜레라처럼 입을 통해 바이러스가 옮아서 걸린다. 환자의 배설물에 오염된 음식이나 식수가 원인이다. 오염된 물에서 잡은 어패류를 날로 먹어 감염될 때도 있다. 만성병으로 진행될 수 있는 B형, C형 간염과는 달리 대부분 급성질환으로 자연적으로 치유되기도 한다. 하지만 증상이 심해지면 급성신부전, 간부전으로 진행돼 간 이식을 하지 않으면 사망할 수도 있다.
주요 증상으로는 2주 정도의 잠복기 이후 피로나 식욕부진, 발열, 복부 통증이 대표적이다. 얼굴에 황달이 나타나거나 소변이 콜라처럼 짙은 색으로 나오면 중증 질환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반드시 병원치료가 필요하다.
A형 간염에 걸리지 않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예방접종이다. A형 간염 백신을 6개월 간격으로 두 차례 맞으면 된다. 김윤준 서울대병원 내과 교수는 “통계적으로 백신의 효과는 95% 이상으로 보고되고 있다. 특히 A형 간염이 유행하는 열대지방을 여행하기 전에는 반드시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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