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란 레일 위에 설치된 레이저를 쏘거나 눈을 대고 물체를 보는 구멍에 추정 막대를 끼우면 수조에서 상이 맺히는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있습니다.”
빛의 굴절을 실험할 수 있는 ‘물속 물체 허상 위치 관찰 장치’로 경북과학고 1학년 우진택 군이 제35회
전국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에서 대통령상을 받았다. 우 군은 물속 물체의 허상을 설명하는 교과서 내용의 차이에 주목해 굴절에 대한
올바른 개념을 정립할 수 있도록 돕는 실험 장치를 만들어냈다. 이 작품은 심사위원들로부터 뛰어난 과학적 탐구 정신과 창의적인
발상이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우 군이 발명을 시작한 이유는 사소한 궁금증 때문이었다. 그는 중학교 2학년 때 배운 빛의 굴절을 설명하는 내용이 교과서마다 조금씩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굴절 때문에 상은 물체의 위쪽에 맺힙니다. 물속에 담긴 긴 콜라병이 짧은 콜라병으로 보인다고 느끼는 것도 굴절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떤 교과서에서는 상의 위치를 물체의 위쪽 앞에, 다른 교과서에서는 위쪽 뒤에, 또 다른 교과서에서는 수직 위쪽에 그려
놓았습니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기는지 의문을 품고 있던 우 군은 과학고에 진학한 뒤 김주완 지도교사와 탐구에 나섰다. 중고교 교과서와 대학 교재 14종을 분석하고 ‘페르마의 원리’와 ‘스넬의 법칙’ 같은 어려운 물리학 개념도 동원했다.
꾸준한 탐구 끝에 우 군은 대부분의 교과서에서 빛의 굴절을 설명할 때 우리 눈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을 발견했다. 사람의
눈을 한 개로 설정하거나 두 눈의 위치를 입체적으로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굴절로 나타나는 상의 위치가 왜곡된다는 것이다.
우 군은 “한 개의 눈이 보는 빛은 한 개의 평면에만 존재한다”며 “두 눈이 보는 빛은 서로 다른 두 개의 평면이고 이 두 개의
평면이 만나는 선에 상이 생기게 된다”고 설명했다. 물체의 수직 위쪽에 상이 맺힌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이런
탐구 내용을 바탕으로 우 군은 실험 장치를 설계했다. 우선 두 눈이 물체에서 같은 위치만큼 떨어져 있다는 점을 고려해 원형 레일을
설치했다. 그리고 레일에 레이저를 달아 수조 속의 물체를 가리키도록 했다. 서로 다른 위치에서 나오는 레이저는 여러 곳에서
바라보는 우리 눈과 같은 역할을 한다.
우 군이 설치한 레이저는 물 표면에서 굴절돼 수조 벽면의 한 점을
가리켰다. 실제 레이저가 가리키는 물체의 수직 위쪽이었다. 레이저는 레일을 따라 원을 그리며 돌기도 하고 물체를 가리키는 각도를
임의로 조절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우리 눈이 여러 위치에서 물체를 바라볼 때 어느 곳에 상이 맺히는지 실험할 수 있게 한
것이다.
4개월 동안 우 군을 지도한 경북과학고 김 교사는 실험 장치에 대해 “물뿐 아니라 다른 매질을 넣어도 실험이 가능하다”며 “고등학교 물리 수업 시간에 활용하면 누구든 재미있게 빛의 굴절을 익힐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썩은 귤 버릴때 고민… 스포츠콘서 해답찾아”▼ 국무총리상 ‘숨쉬는 과일채소 저장박스’ 제주 대흘초 최서준 군
“제가 귤을 참 좋아하는데 집에 보관한 귤이 쉽게 썩어서 버릴 때가 많아 속상했어요. 그래서 귤을 오랫동안 썩지 않게 보관하는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일상에서 느낀 불편함이 발명의 계기가 된 셈이죠.”
제주 대흘초등학교 4학년 최서준 군은 과학 교사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과학에 관심과 호기심이 많다. 평소 느끼는 불편함이나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메모장에 적고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이번 대회 국무총리상을 수상한 ‘숨쉬는 과일채소 저장박스’도 이런 과정을 거쳤다.
“할아버지 댁 감귤 창고에 보관한 귤은 오랫동안 신선한데, 집에 그냥 놔두는 귤은 금방 썩는 이유가 궁금했어요. 창고와 집을 유심히 관찰했는데 창문의 수와 온도가 다르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창문의 수가 많으면 공기가 잘 통해 귤을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최 군은 감귤농가에서 귤을 보관하는 커다란 박스 내부에 공기가 잘 드나들 수 있는 통로를 만들기로 했다. 귤 창고에 있는 여러 개의 창문과 같은 역할을 한다. 문제는 통로의 재료였다. 박스 안에 들어가기 때문에 재료가 너무 딱딱하면 귤에 상처가 나고, 너무 물렁하면 귤의 무게를 지탱할 수 없었다. 적당하게 단단한 재료를 찾는 것이 핵심이었다.
최 군은 일상 속에서 해법을 찾을 수 있었다. 친구들과 학교에서 축구를 하다가 빨간색의 스포츠콘이 눈에 들어왔다. 드리블을 연습하기 위해 세워둔 고깔 모양의 장애물인 스포츠콘이 딱딱하지 않으면서 크기도 적당해 통로 재료로 쓰기에 적합했다.
최 군은 스포츠콘에 지름 0.8cm인 구멍 48개를 일정하게 뚫고, 박스 안쪽 아랫면에 붙였다. 스포츠콘과 맞닿은 상자 밑면에도 둥근 구멍을 뚫었다.
이렇게 만든 ‘숨쉬는 박스’에 공기가 잘 통하는지 보기 위해 일단 고무공을 채운 뒤 아래쪽에서 연기를 불어넣었다. 그 결과 일반 박스에 비해 더 많은 연기가 고무공 위로 올라오는 것을 확인했다.
그런 뒤 감귤이 상처 나는 것을 줄이기 위해 뾰족한 스포츠콘의 맨 윗부분에 스펀지를 붙여 ‘숨쉬는 과일채소 저장박스’를 완성했다.
마지막 단계는 실험이다. 귤 200개를 일반 박스, 스포츠콘이 1개인 박스, 2개인 박스에 각각 담아 동일한 조건에서 2주간 보관했다. 그 결과 일반 박스에서는 115개의 귤이 썩은 반면 스포츠콘이 1개인 박스에서는 48개, 2개인 박스에서는 24개의 귤이 썩었다.
“사촌동생이 포크로 과일을 찍어 먹으면 과일이 포크 아래로 내려와 입천장을 자꾸 다친다는 거예요. 그래서 동생이 다치지 않고 과일을 먹을 수 있는 안전한 포크를 만드는 방법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새롭게 구상 중인 발명 아이디어가 뭐냐는 질문에 최 군은 이같이 말했다.
발명하는 의사가 꿈이라고 밝힌 최 군은 “병도 고치고, 불편함을 해결할 수 있는 발명품도 개발해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멋진 사람이 되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최새미 동아사이언스 기자 saemi@donga.com 이윤선 동아사이언스 기자 petiteyoon@donga.com ● 35회 전국학생발명품경진대회 수상자 명단 [종합성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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