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과학고 우진택 군 “교과서마다 다른 ‘빛의 굴절’ 설명에 의문”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24일 03시 00분


제35회 전국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 수상작 301점
8월 13일까지 국립중앙과학관 전시

제35회 전국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경북과학고 1학년 우진택 군이 자신이 개발한 ‘물속 물체 허상 위치 관찰 장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국립중앙과학관 제공
제35회 전국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경북과학고 1학년 우진택 군이 자신이 개발한 ‘물속 물체 허상 위치 관찰 장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국립중앙과학관 제공
대통령상 ‘물속 물체 허상 위치 관찰 장치’ 경북과학고 우진택 군

“동그란 레일 위에 설치된 레이저를 쏘거나 눈을 대고 물체를 보는 구멍에 추정 막대를 끼우면 수조에서 상이 맺히는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있습니다.”

빛의 굴절을 실험할 수 있는 ‘물속 물체 허상 위치 관찰 장치’로 경북과학고 1학년 우진택 군이 제35회 전국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에서 대통령상을 받았다. 우 군은 물속 물체의 허상을 설명하는 교과서 내용의 차이에 주목해 굴절에 대한 올바른 개념을 정립할 수 있도록 돕는 실험 장치를 만들어냈다. 이 작품은 심사위원들로부터 뛰어난 과학적 탐구 정신과 창의적인 발상이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우 군이 발명을 시작한 이유는 사소한 궁금증 때문이었다. 그는 중학교 2학년 때 배운 빛의 굴절을 설명하는 내용이 교과서마다 조금씩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굴절 때문에 상은 물체의 위쪽에 맺힙니다. 물속에 담긴 긴 콜라병이 짧은 콜라병으로 보인다고 느끼는 것도 굴절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떤 교과서에서는 상의 위치를 물체의 위쪽 앞에, 다른 교과서에서는 위쪽 뒤에, 또 다른 교과서에서는 수직 위쪽에 그려 놓았습니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기는지 의문을 품고 있던 우 군은 과학고에 진학한 뒤 김주완 지도교사와 탐구에 나섰다. 중고교 교과서와 대학 교재 14종을 분석하고 ‘페르마의 원리’와 ‘스넬의 법칙’ 같은 어려운 물리학 개념도 동원했다.

꾸준한 탐구 끝에 우 군은 대부분의 교과서에서 빛의 굴절을 설명할 때 우리 눈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을 발견했다. 사람의 눈을 한 개로 설정하거나 두 눈의 위치를 입체적으로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굴절로 나타나는 상의 위치가 왜곡된다는 것이다.

우 군은 “한 개의 눈이 보는 빛은 한 개의 평면에만 존재한다”며 “두 눈이 보는 빛은 서로 다른 두 개의 평면이고 이 두 개의 평면이 만나는 선에 상이 생기게 된다”고 설명했다. 물체의 수직 위쪽에 상이 맺힌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경북과학고 우진택 군의 작품. 수조 위 레일에 설치된 레이저가 물속에서 굴절 시 상이 맺히는 곳을 가리킨다. 국립중앙과학관 제공
경북과학고 우진택 군의 작품. 수조 위 레일에 설치된 레이저가 물속에서 굴절 시 상이 맺히는 곳을 가리킨다. 국립중앙과학관 제공
이런 탐구 내용을 바탕으로 우 군은 실험 장치를 설계했다. 우선 두 눈이 물체에서 같은 위치만큼 떨어져 있다는 점을 고려해 원형 레일을 설치했다. 그리고 레일에 레이저를 달아 수조 속의 물체를 가리키도록 했다. 서로 다른 위치에서 나오는 레이저는 여러 곳에서 바라보는 우리 눈과 같은 역할을 한다.

우 군이 설치한 레이저는 물 표면에서 굴절돼 수조 벽면의 한 점을 가리켰다. 실제 레이저가 가리키는 물체의 수직 위쪽이었다. 레이저는 레일을 따라 원을 그리며 돌기도 하고 물체를 가리키는 각도를 임의로 조절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우리 눈이 여러 위치에서 물체를 바라볼 때 어느 곳에 상이 맺히는지 실험할 수 있게 한 것이다.

4개월 동안 우 군을 지도한 경북과학고 김 교사는 실험 장치에 대해 “물뿐 아니라 다른 매질을 넣어도 실험이 가능하다”며 “고등학교 물리 수업 시간에 활용하면 누구든 재미있게 빛의 굴절을 익힐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썩은 귤 버릴때 고민… 스포츠콘서 해답찾아”
국무총리상을 받은 제주 대흘초등학교 4학년 최서준군이 ‘숨쉬는 과일 채소 저장박스’에 대해 설명하고있다. 국립중앙과학관 제공
국무총리상을 받은 제주 대흘초등학교 4학년 최서준군이 ‘숨쉬는 과일 채소 저장박스’에 대해 설명하고있다. 국립중앙과학관 제공
국무총리상 ‘숨쉬는 과일채소 저장박스’ 제주 대흘초 최서준 군

“제가 귤을 참 좋아하는데 집에 보관한 귤이 쉽게 썩어서 버릴 때가 많아 속상했어요. 그래서 귤을 오랫동안 썩지 않게 보관하는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일상에서 느낀 불편함이 발명의 계기가 된 셈이죠.”

제주 대흘초등학교 4학년 최서준 군은 과학 교사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과학에 관심과 호기심이 많다. 평소 느끼는 불편함이나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메모장에 적고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이번 대회 국무총리상을 수상한 ‘숨쉬는 과일채소 저장박스’도 이런 과정을 거쳤다.

“할아버지 댁 감귤 창고에 보관한 귤은 오랫동안 신선한데, 집에 그냥 놔두는 귤은 금방 썩는 이유가 궁금했어요. 창고와 집을 유심히 관찰했는데 창문의 수와 온도가 다르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창문의 수가 많으면 공기가 잘 통해 귤을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최 군은 감귤농가에서 귤을 보관하는 커다란 박스 내부에 공기가 잘 드나들 수 있는 통로를 만들기로 했다. 귤 창고에 있는 여러 개의 창문과 같은 역할을 한다. 문제는 통로의 재료였다. 박스 안에 들어가기 때문에 재료가 너무 딱딱하면 귤에 상처가 나고, 너무 물렁하면 귤의 무게를 지탱할 수 없었다. 적당하게 단단한 재료를 찾는 것이 핵심이었다.

최 군은 일상 속에서 해법을 찾을 수 있었다. 친구들과 학교에서 축구를 하다가 빨간색의 스포츠콘이 눈에 들어왔다. 드리블을 연습하기 위해 세워둔 고깔 모양의 장애물인 스포츠콘이 딱딱하지 않으면서 크기도 적당해 통로 재료로 쓰기에 적합했다.

최 군은 스포츠콘에 지름 0.8cm인 구멍 48개를 일정하게 뚫고, 박스 안쪽 아랫면에 붙였다. 스포츠콘과 맞닿은 상자 밑면에도 둥근 구멍을 뚫었다.

이렇게 만든 ‘숨쉬는 박스’에 공기가 잘 통하는지 보기 위해 일단 고무공을 채운 뒤 아래쪽에서 연기를 불어넣었다. 그 결과 일반 박스에 비해 더 많은 연기가 고무공 위로 올라오는 것을 확인했다.

그런 뒤 감귤이 상처 나는 것을 줄이기 위해 뾰족한 스포츠콘의 맨 윗부분에 스펀지를 붙여 ‘숨쉬는 과일채소 저장박스’를 완성했다.

마지막 단계는 실험이다. 귤 200개를 일반 박스, 스포츠콘이 1개인 박스, 2개인 박스에 각각 담아 동일한 조건에서 2주간 보관했다. 그 결과 일반 박스에서는 115개의 귤이 썩은 반면 스포츠콘이 1개인 박스에서는 48개, 2개인 박스에서는 24개의 귤이 썩었다.

“사촌동생이 포크로 과일을 찍어 먹으면 과일이 포크 아래로 내려와 입천장을 자꾸 다친다는 거예요. 그래서 동생이 다치지 않고 과일을 먹을 수 있는 안전한 포크를 만드는 방법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새롭게 구상 중인 발명 아이디어가 뭐냐는 질문에 최 군은 이같이 말했다.

발명하는 의사가 꿈이라고 밝힌 최 군은 “병도 고치고, 불편함을 해결할 수 있는 발명품도 개발해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멋진 사람이 되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최새미 동아사이언스 기자 saemi@donga.com   
이윤선 동아사이언스 기자 petiteyoon@donga.com
● 35회 전국학생발명품경진대회 수상자 명단
[종합성적]


▲ 대통령상 배출 시·도 : 경북과학교육원
▲ 국무총리상 배출 시·도 : 제주교육과학연구원
▲ 종합성적 우수 시·도 : 세종특별자치시평생학습교육원
▲ 대통령상 수상학교 : 경북 포항시 경북과학고등학교
▲ 국무총리상 수상학교 : 제주 조천읍 대흘초등학교

[학생]

▲ 대통령상 : 우진택(경북 경북과학고등학교)
▲ 국무총리상 : 최서준(제주 대흘초등학교)

▲ 금상(15명)
최승미(시흥고), 임성한(중문초), 김예린(대영중), 김세윤(광평중), 안준용(인천가정초), 고은비(전의초), 장태환(구미초), 김예별(천안월봉초), 이성진(인지초), 이영창(청원고), 정동한(서울을지초), 황상윤(인천만수초), 송영운(대구과학고), 신하나(남부초), 박정빈(안평초)

▲ 은상(92명)
정유진(대전전자디자인고), 송혜민(엄궁중), 류윤서(경남고), 정해찬(운곡초), 김민준(경남과학고), 이정경(서울대사범대학부설고), 윤훈찬(서울대청중), 오원석(일산동고), 함지희(송광중), 이은지(상관중), 이원영(한성과학고), 박수아(인천경명초), 김창환(송도고), 임성혁(매곡초), 문정찬(서생초), 김민진(장복초), 김채원(청심국제고), 박예진(무릉초), 이지우(모아초), 조정은(충무초), 백인규(신서중), 배준열(달성초), 최건학(인천과학고), 한민서(신남초),범서연(주산초), 박서연(봉동초), 권오영(강동고), 윤원준(대전문지중), 문지현(대구내서초), 유민정(우성고), 송인욱(천안쌍정초), 이화언(명륜초), 남태웅(노음초), 김태경(송수초), 유시헌(옥구초), 김대식(산곡중), 김수연(충주북여중), 정선화(대명중), 이가연(충주중앙초), 송유빈(만승초), 김채린(나주중앙초), 한주형(은석초), 손수지(한밭초), 문도선(노형초), 조지원(은광여고), 박지원(성림초), 이경희(충북진천여중), 이우성(성남초), 홍원택(입석초), 김현진(재산초), 이재겸(봉곡초), 김다빈(무거초), 최정아(대구성당초), 김선욱(인천고), 안은선(조치원여고), 서보현(아주중), 이민욱(원주고), 한성민(덕이고), 전지현(대전삼천중), 김해량(기지초), 김지원(서해고), 김병규(전주서곡중), 권기흥(서산중), 한효주(울산영화초), 강미소(충북과고),허세은(대구성북초), 이효빈(청송초), 백지선(전북개정초), 이한웅(용담중), 권나현(염포초), 박윤아(광주계림초),이민엽(경남과고), 김태겸(울산온양초), 정희윤(다산중), 권소연(대구일과학고), 최정인(서울동도중), 황인성(나주중앙초), 이지원(성원초), 권오찬(충북과고), 이효준(대흥중), 이정민(개진초), 최성운(대구화원초), 이서영(충무초), 서강모(동이초), 유준호(충남기계공고), 추민우(대전대신고), 한가빈(청주농고), 김하늘(언암초), 박지원(장천초), 이명신(상평초 공수전분교), 안수인(속리초), 여소영(대구용산초)

▲ 동상(192명)
이준용(연수고), 김종범(전주영생고), 문주현(서울구암초), 송재석(삼성초), 이승민(서울남사초), 김유빈(버드내중), 김나영(청운초), 장연종(인천경원초), 문예진(부산동천초), 정유라(성동초), 박진서(충무초), 문우현(인천청량중), 한재호(대전전민고), 정효(분당고), 허웅지(대구감삼초), 김희수(남춘천여중), 채석준(장수고), 김태열(봉동초), 고한슬(인천고잔고), 전유진(한양대학교사범대학 부속고), 박은빈(동백초), 한지수(온남초), 최예진(예림초), 설영종(목포영산초), 이태경(담양고), 김태윤(울산매산초), 이혜빈(석양초), 김철우(부산과고), 이현정(은광여고), 최민석(충주삼원초), 전채영(주례여중), 김도영(분포중), 안민석(서울광남초), 구태경(미산초), 유태규(유덕초), 오재민(성일고), 김승래(동해광휘고), 이정인(용인외고), 김지웅(사창초), 황상현(효제초), 조혁진(문성고), 이주영(둔포초), 김윤영(전주한일고), 임진훈(계촌중), 이은주(남서울중), 배효진(삼일여고), 허준혁(서귀서초), 이다혜(광명북초), 신민성(순천조례초), 조은선(함월초), 허동연(양평동초), 이준호(경남과고), 김지예(대성여중), 김용욱(춘천교동초), 이다애(강원거진(송정)초), 최하은(봉동초), 정민영(부산사직여중), 서석범(유안초), 주담해(광주농성초), 고현무(애월중), 박종건(천안쌍용고), 이은규(광영초), 강승완(대광발명과학고), 최수빈(대구대명초), 유은서(한라초), 박인혜(용현여중), 김정솔(창원과고), 김건우(가락초), 서승민(울산온양초), 박현서(이리북중), 박정현(순천왕운초), 박수헌(천상중), 박종호(대구보건교), 방석민(서울잠일초), 오보영(청주산남중), 김수인(노암초), 이동하(인천청라중), 이신형(전주반월초), 이윤규(서울강남초), 진수경(고달초), 이재건(청주동중), 박시훈(영해초), 김수환(충남고), 박나혜(조선대여고), 손원규(광양제철남초), 최형원(영덕고), 박찬우(동신중), 최조은(대덕중), 이진호(양명고), 여소영(대구용산초), 최호연(울릉초), 성지훈(성원초), 강미연(수완초), 정유리(대구내서초), 최재원(운산초), 정은지(완주청명초), 최형석(시곡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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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연구논문]

▲ 지도논문 특상(18명)

양치훈(중문초), 조동규(시흥고), 박경환(인천가정초), 장재수(운곡초), 손아영(광평중), 김미연(전의초), 김상우(대영중), 김정영(구미초), 오정철(대홀초), 최민영(천안월봉초), 최태숙(청원고), 이찬희(대구과학고), 김주완(경북과학고), 차동식(인천만수초), 박삼화(서울을지초), 권영복(남부초), 한주헌(안평초), 김다혜(인지초)

▲ 지도논문 우수상(38명)
오은경(장복초), 이주련(매곡초), 성상현(서생초), 김미숙(서울대사범대부설고), 김승찬(무릉초), 한숙경(경남고), 김정석(청심국제고), 임동규(주산초), 곽영부(대전전자디자인고), 강민주(엄궁중), 이은주(대명중), 배경란(대전문지중), 이규락(모아초), 최기현(우성고), 구자선(한성과학고), 조남진(일산동고), 하민경(충무초), 권민경(충북진천여중), 강우람(은석초), 한인경(대구성당초), 김재식(재산초), 고은혁(노형초), 차주영(인천고), 윤상희(성림초), 이명훈(원주고), 박현희(서해고), 김민주(충북과고), 임수영(전주서곡중), 오현춘(용담중), 연영석(대구성북초), 정미진(다산중), 이성현(염포초), 장원영(충북과학고), 최민호(대흥중), 김용희(장천초), 박선수(청주농고), 이정관(상평초 공수전분교), 박인수(아주중)

▲ 지도논문 장려상(56명)
정재훈(달성초), 이승희(인천과학고), 박현영(충주북여중), 이향숙(신남초), 김희진(인천경명초), 이성제(충주중앙초), 허민(대구내서초), 천인숙(송광중), 최일집(만승초), 이은솔(서울남사초), 조규갑(경남과학고), 임미녀(봉동초), 손경한(인천경원초), 강훈진(명륜초), 조선영(옥구초), 임병웅(대전버드내중), 여성모(문성고), 정희아(송수초), 전봉춘(대구감삼초), 금혜윤(성동초), 한미애(계촌중), 유종수(전주영생고), 강동주(삼성초), 김선아(석양초), 김관규(목포대성초), 김은주(신서중), 서혜승(시곡중), 이정인(덕이고), 김지혁(삼일공업고), 김해리(무거초), 김홍식(낙생고), 전영주(선암초), 이동엽(성남초), 정동재(입석초), 김숙희(대전삼천중), 서동춘(경북선산초), 안소연(완주청명초), 배정수(기지초), 최관순(인천과학고), 김성언(서울동도중), 강주원(경남과학고), 최창순(성원초), 전종호(대구일과학고), 염지훈(전북개정초), 김대들(전남공고), 김영주(나주중앙초), 김명희(울산온양초), 신일주(전남과학고), 나준석(개진초), 최성호(대구화원초), 이충민(유곡중), 장은석(대전대신고), 김효진(순천신흥중), 김민수(언암초), 이상우(대구교육대대구부설초), 이희수(소양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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