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닉 Q&A 백창희의 어깨를 활짝 펴고 삽시다] 어깨통증, 소문 내야 빨리 낫는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3년 8월 19일 07시 00분


Q 난 아파죽겠는데 아내는 엄살이 심하다고 하고, 다들 병 취급도 안 해줘서 벙어리 냉가슴입니다. 아프다고 맘껏 하소연이라도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엄살이 심한 걸까요?

A 아닙니다. 정말 겪어보지 못한 분들은 모르는 고통이지요. 진료실에서 마주하는 환자들 중 절반 이상이 통증 자체보다 통증 때문에 힘든 본인을 얘기하고 싶어 합니다. 일상에서 어떻게 얼마나 힘든지, 그동안 어깨를 얼마나 많이 사용했는지, 몰라주는 남편이나 아내가 야속해서 눈물이 날 지경이라든지, 그런 이야기를 털어놓고 싶어 합니다. 저는 시간이 부족해도 가능한 한 그 이야기들을 들으려고 노력합니다. 그렇게 하소연을 하는 것만으로도 통증을 덜 수 있고, 잘 치료받으려는 의지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병은 소문내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그래야 명의나 좋은 약을 소개받을 수 있다는 뜻이 숨어 있겠죠. 아픈 사연을 가슴에 묻어두지 않고 털어놓을 만큼 긍정적인 마음으로 열려 있으면 극복할 힘이 생기는 것입니다.

어깨통증도 마찬가지입니다. 단순히 외과적이거나 물리적인 치료만이 어깨통증 치료법이 아닙니다. 어깨통증 치료도 이야기를 들어주는 데부터 시작됩니다. 특히 어깨는 그 특성상 삶의 여정과 궤를 같이 해온 부위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그래서 어깨가 아프신 분들은 본인의 이야기를 많이 털어 놓고 싶어 하십니다.

30여 년 전에 미국으로 이민을 가신 일흔이 넘은 어르신이 절 찾아 왔습니다. 그 어르신은 진료실에 들어서자마자, 그리고 입원해 계시는 동안 내내 힘들었던 이민생활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또 당신은 너무 아픈데 미국병원 의사들의 성의 없는 태도에 서러워 소리 내어 우셨다며, 고국인 한국에 와서 진료를 하니 속이 시원해져서 어깨가 금방 나을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특히 ‘어깨가 쑥쑥 애린다’ ‘어깨가 씀뻑거린다’ ‘어깨가 한 짐이다’ 등의 표현은 영어로 전달할 수도 없어 더욱 답답했는데, 그 말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좋다고 하셨습니다.

그 어르신은 수술 경과도 좋아서 아주 만족스러운 상태로 출국하셨습니다. 그 분이 지긋지긋한 어깨통증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수술의 효과 때문만은 아닙니다. 당신이 하고 싶었던 말을 털어놓을 수 있기 때문에 마음의 병까지 치유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어깨가 아프신 분의 많은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도 치료입니다.

여수백병원 원장·대한관절학회 정회원
저서 ‘어깨는 날개입니다’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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