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인텔, 4세대 코어(하스웰)에서 엿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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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8월 26일 15시 46분


세계 최대의 프로세서 제조사인 인텔은 PC 시장을 이끄는 맹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워낙 PC시장에미치는 영향이 크다 보니 인텔이 새로운 프로세서를 내놓을 때마다 PC의 전반적인 컨셉이 변할 정도다. 이는 달리 말하자면 인텔이 내놓는 새로운 프로세서의 특징을 자세히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PC의 변화상을 가늠할 수 있다는 의미다.

지금까지 인텔의 프로세서 개발 방향은 명확했다. 칩의 집적도를 높여 더 많은 트랜지스터를 집어넣고, 코어의 수를 늘림과 동시에 클럭(동작속도)를 높여 한층 강력한 연산능력을 실현한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지난 6월 인텔이 내놓은 4세대 코어 프로세서(코드명 하스웰)는 기존의 프로세서와는 살짝 다른 방향으로 진화했다.


단순히 수치적인 연산능력을 높이는데 치중하기보다는 사용자가 직접 체감할 수 있는 그래픽 부분의 구동능력을 향상시켰으며, 모바일 시장의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전력 소모율을 낮추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또한 노트북과 태블릿PC의 특성을 모두 갖춘 ‘2-in-1’ 규격의 PC를 함께 발표하는 등, 플랫폼 다변화에도 대응하고 있는 것이 4세대 코어의 특징이다.

4세대 인텔 코어의 외형과 구성

4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데스크탑용)의 외형을 살펴보면 칩 자체의 전반적인 형태는 2세대(코드명 샌디브릿지)나 3세대(코드명 아이비브릿지) 제품과 비슷하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아키텍처(설계방식)가 바뀌었고 메인보드와 접촉하는 소켓의 규격도 이전 세대 제품에서 쓰던 LGA1155에서 LGA1150 규격으로 변했다. 칩과 메인보드가 연결되는 접점의 수가 줄어들었다는 것인데, 이는 좀더 적은 전력 공급으로도 원활한 동작을 보증한다는 의미도 된다.


프로세서의 열을 식히는 쿨러는 일명 ‘초코파이’ 쿨러로 불리는 작은 것이 들어있다. 요즘 나오는 인텔 프로세서는 발열이 적은 편이라 큰 쿨러를 제공하는 경우가 드물다. 쿨러의 규격 자체는 3세대 제품과 같으니 예전에 쓰던 PC에 달려있던 쿨러를 버리기 아깝다면 재활용해도 무방하다. 그리고 프로세서 패키지에 동봉된 로고 스티커의 디자인이 바뀐 것도 눈에 띈다. 리뷰에서 살펴본 코어 i7뿐 아니라 코어 i3, 코어 i5 등 인텔 코어 제품군 전체의 로고 디자인이 교체되었으니 눈썰미가 좋은 사람이라면 금방 알아차릴 것이다.


강화된 그래픽 성능과 저전력 설계

4세대 코어 프로세서의 내부적인 변화를 살펴보면 특히 내장된 GPU(그래픽처리장치)의 성능이 크게 향상되었다는 점, 그리고 낭비되는 전력을 최소화하기 위한 설계를 했다는 점에 주목할만하다. 간단히 말하자면 별도의 그래픽카드를 탑재하지 않은 PC에서도 게임을 원활하게 구동할 수 있으며, 전기요금을 절감함과 동시에 한 번 충전으로 오랫동안 재충전 없이 노트북을 쓸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특징은 물론 데스크탑에서도 유용하지만 상대적으로 노트북과 같은 모바일 제품에 더 잘 어울린다. 모바일 제품이 강세를 보이는 최근 PC시장의 특성을 잘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인텔은 4세대 코어를 발표하면서 이에 대응하는 새로운 모바일 PC의 규격도 발표했다. 바로 신형 울트라북과 2-in-1 PC다,

4세대 코어와 함께 등장한 신형 울트라북

저전력 노트북의 일종인 울트라북은 2세대 코어가 출시되던 2011년에 첫 번째 규격이 발표되었으며, 3세대 코어가 출시되던 2012년에 개정된 규격이 나온 바 있다. 그리고 이번에 4세대 코어의 출시와 함께 2013년형 울트라북의 규격이 정해진 것이다.


기존 울트라북은 설계전력(TDP) 17W(와트)의 3세대 코어 프로세서를 기반으로 하여 21mm 이하의 두께, 그리고 5시간 이상의 배터리 수명을 보장해야 하며, 대기모드 상태에서 7초 안으로 빠르게 일반모드로 복귀할 수 있는 민첩성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 기본 조건이었다.


이번에 발표된 신형 울트라북의 경우, 한층 저전력을 강조하고 있다. 설계전력 15W 이하의 4세대 코어 프로세서를 탑재하는 것 외에, 배터리 유지 시간의 경우, 윈도8 유휴 상태에서 8시간, HD급 동영상을 재생하는 환경에서는 6시간을 버텨야 한다. 그리고 대기모드에서의 복귀 시간도 3초로 짧아졌으며 최근 모바일 기기의 대세로 자리잡은 터치스크린이 기본 사양으로 추가된 것이 가장 눈에 띄는 점이다.


2013년 8월 현재 판매되고 있거나 조만간 출시 예정인 울트라북 중에 위 기준을 모두 만족하는 제품은 삼성전자의 아티브북9 플러스, 소니의 바이오 프로13과 바이오 프로11, 기가바이트의 에어포스 U24T 등이 대표적이다. 만약 터치스크린을 탑재하지 않은 제품까지 포함하면 LG전자의 엑스노트 Z930, HP의 엔비14, 레노버의 씽크패드 X240s등의 모델도 이에 속한다.

노트북과 태블릿PC를 오가는 ‘2-in1’

신형 울트라북과 함께 제시된 또 하나의 모바일PC 규격인 2-in-1도 주목할만하다. 2-in-1은 노트북과 태블릿PC의 형태를 오가며 쓸 수 있는 PC를 뜻한다. 노트북처럼 키보드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PC작업을 할 수 있으며, 사용자가 원하면 키보드 부분을 분리하거나 화면 전체를 회전시켜 태블릿PC 모드로 변신할 수도 있다. 운영체제는 기존 PC용 소프트웨어가 호환되면서도 터치스크린에 최적화된 인터페이스를 갖춘 윈도8을 단독으로 탑재하거나 윈도8과 안드로이드를 동시에 탑재하는 형태가 권장된다.


사실 이런 형태의 PC는 작년에 윈도8이 출시될 즈음에 몇몇 제품이 등장한 바 있으며 당시엔 ‘컨버터블PC’라 부르곤 했다. 다만, 정확한 규격이 정해지지 않아 사양이나 컨셉도 제각각이었다. 올해부터 2-in-1이라는 이름으로 명확한 표준이 정해졌으니 한층 더 안정화된 제품을 만나볼 수 있게 될 것이다.

현재 팔리고 있는 4세대 코어 기반의 2-in-1 제품은 소니의 바이오 듀오13이 대표적이다. 작년부터 나온 3세대 코어 기반의 제품까지 포함한다면 삼성전자 아티브 프로나 LG전자 탭북, 레노버의 요가13, 에이서의 아이코니아탭 W700 같은 제품도 같은 맥락의 제품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정말로 그래픽카드 없이 게임 가능?

그렇다면 이제부터 4세대 코어 기반의 PC를 직접 사용해보며 인텔이 강조했던 사항들이 사실일지 확인해 볼 차례다, 데스크탑용 4세대 코어 중 하나인 코어 i7-4770K 기반의 PC를 구동, 윈도7 체험지수를 확인해 보니 프로세서(CPU) 부문은 7.8, 그래픽과 게임 그래픽 부문(GPU)은 각각 6.7로 측정되었다. 순수한 연산능력을 측정한 프로세서 부문은 전에 나온 3세대 코어 i7과 같은 수준이지만, 그래픽 관련 부분은 5~6만 원대의 외장 그래픽카드와 흡사한 수준으로 향상되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4세대 코어에 내장된 GPU는 기존 풀HD(1,920 x 1,080)보다 4배나 정밀한 UHD(4K, 3,840 x 2,160) 해상도를 표현할 수 있으며, 다이렉트X 11.1 및 쉐이더모델 5.0, 오픈GL 4.0을 비롯한 최신 그래픽기술을 다수 지원한다. 이런 사양만 봐선 거의 ‘지포스’나 ‘라데온’ 같은 게임용 그래픽카드와 비슷하게 보일 정도다.


참고로 코어 i7-4770K에 내장된 GPU는 인텔 HD 그래픽스 4600(이하 HD4600)이다. 일부 노트북용 모델에 내장된 ‘아이리스(HD5100)’와 ‘아이리스 프로(HD5200)’ GPU는 이보다 한층 높은 그래픽 성능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위 코어 i7-4770K 기반의 PC(당연히 외장 그래픽카드는 꽂지 않았다)에 몇 가지 게임을 설치해 플레이하며 초당 평균 프레임을 측정해봤다. 화면 해상도는 1,600 x 900, 그래픽 품질은 ‘중간’, 혹은 ‘보통’으로 맞추고 20여분 정도 플레이 했다. 구동해본 게임은 ‘리그오브레전드(LOL)’, ‘스타크래프트2’, ‘디아블로3’, ‘아키에이지’ 등이다. 초당 30프레임 정도면 원활하게 게임을 할 수 있는 수준, 60프레임 이상이면 더할 나위 없이 쾌적한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측정 결과, LOL은 대단히 원활하게 플레이가 가능했으며, 스타크래프트2와 디아블로3 역시 어려움 없이 즐길 수 있어 만족도가 높았다. 다만 아키에이지의 경우, 플레이 자체는 가능했지만 화면 끊김이 제법 있었다. 데스크탑용 4세대 코어에도 아이리스 GPU가 내장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래도 이 정도의 게임 구동능력이면 이전 세대 프로세서의 내장 GPU에 비해 크게 향상된 것이 틀림없다.

재충전 없이 영화 3편 연속 감상, 가능할까?

그래픽 성능 외에 인텔이 강조한 4세대 코어의 또 다른 특징이라면 전력소모를 줄이는 능력이 향상되었다는 점이다. 특히 4세대 코어 프로세서는 메인보드의 전압 조정능력에 의존하던 이전세대 제품과 달리 자체적으로 전압조정기(FIVR, Fully Integrated Voltage Regulator)를 내장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덕분에 보다 능동적이고 세밀하게 전압을 제어해 낭비되는 전력을 최소화 할 수 있다.

현재 출시된 4세대 코어 기반 울트라북을 통해 인텔의 이야기가 사실인지 검증해봤다. 소니의 11인치 신형 울트라북인 바이오 프로11을 이용, HD급(720p) 화질의 MP4 동영상을 윈도미디어플레이어로 반복 재생하며 배터리가 완전히 소모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측정했다.


이번 테스트는 두 가지 환경에서 이루어졌다. 첫 번째 테스트는 울트라북의 전원 모드를 ‘고성능’으로 맞춰 의도적으로 많은 전력을 소모하게 했으며, 두 번째 테스트는 전원모드 ‘절전’으로 맞춰 상대적으로 오랫동안 배터리를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참고로 절전 상태에선 프로세서의 클럭(동작속도)와 화면의 밝기가 다소 낮아진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시스템 전체가 못 쓸 정도로 느려지는 것은 아니다. 이 상태에서도 HD급 고화질 동영상은 끊김 없이 재생되었으며, 인터넷 서핑이나 문서작업을 하기에도 문제가 없었다.


테스트 결과, 고성능모드에서는 약 5시간 10분, 절전모드에서는 약 6시간 20분 정도까지 구동이 가능했다. 영화 3편을 연속으로 볼 수 있는 수준이다. HD급 동영상을 계속 구동하고 있었다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상당히 좋은 결과라 할 수 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에서도 이 정도로 동영상 구동을 계속하면 6시간을 버티기 힘든 것이 사실이니 말이다. 만약 음악재생이나 문서작성과 같이 동영상 재생보다 소모 전력이 낮은 작업을 했다면 이보다도 나은 결과가 나왔을 것이라 추측된다.

달라진 인텔, 그 결과물인 4세대 코어

4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의 면모를 살펴보면 최근 인텔이 추구하는 PC의 방향성이 무엇인지, 그리고 시장이 원하는 PC가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다. 최근 프로세서의 기본적인 연산능력은 이미 대다수 일반 사용자가 원하는 수준을 훌쩍 넘겨버린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수치적인 연산능력을 강조하는 것은 그다지 의미가 없을 수 있다.


때문에 4세대 코어는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성능, 즉 그래픽 구동능력이나 전력 효율성 등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인텔이 최근 PC시장의 흐름을 나름 잘 파악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4세대 코어의 출시에 즈음해 신형 울트라북과 2-in-1 플랫폼을 발표한 것 역시 자사 제품의 장점을 극대화해 날로 커가는 모바일 시장을 효율적으로 공략하겠다는 맞춤형 전략이다. 아무튼, 4세대 코어의 출시를 계기로 달라진 인텔의 모습을 확실히 확인했다. 시장이 과연 어떤 평가를 내릴지 관심 있게 지켜볼 만 하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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