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넷북은 작고 가벼워 언제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초기에 잠깐 인기를 끌었지만, 낮은 성능 때문에 곧 사람들에게 외면받았다. 사실 넷북은 간단한 문서 작업이나 웹 서핑에 적합한 제품이지만, 소비자들은 그보다 더 많은 것을 원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다시 얇고 가벼운 노트북이 주목받고 있다. 4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하스웰)가 등장하면서 노트북을 작고 가볍게 만들어도 높은 성능을 낼 수 있고, 얇은 만큼 디자인도 세련되게 만들 수 있게 됐다. 노트북 제조사들도 하스웰을 탑재해 얇고 가벼우면서도 성능이 좋고 배터리 사용시간까지 긴 제품들을 출시하고 있다.
필자가 지금부터 소개할 제품은 소니가 최근 출시한 ‘바이오 프로11(제품명: 소니 바이오 SVP11216CK/B)’이다. 이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은 현존하는 노트북 중 가장 가볍다는 것이다. 이 제품의 무게는 노트북이 아닌 태블릿 PC와 비교해야 할 정도다. 실제로 10인치 크기의 태블릿PC와 200g 정도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
깃털처럼 가벼운 무게, 비법은?
상식적으로 성능과 노트북 크기(무게)는 정비례한다. 제품 성능을 높이면 발열과 전력 소모량이 많아진다. 내부의 열을 식히기 위해 냉각 체계를 갖춰야 하며, 전력 소모량이 많기 때문에 대용량 배터리를 장착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제품은 일반 노트북만큼 성능을 내면서도 태블릿PC만큼 가볍다(870g). 필자가 이 제품을 처음 손에 들었을 때 나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었을 정도다. 가벼움의 비밀은 ‘UD탄소섬유’와 ‘하스웰’이다.
우선 소니는 이 제품 외관(상판)을 알루미늄이나 플라스틱이 아닌 UD탄소섬유로 제작했다. 덕분에 알루미늄 제품만큼 튼튼하면서 플라스틱 제품처럼 가볍다. 참고로 UD탄소섬유는 산악용 자전거처럼 가벼우면서 튼튼해야 하는 제품에 주로 쓰이는 소재다.
이와 함께 프로세서로 하스웰을 탑재해 제품을 얇고 가볍게 만들었다. 하스웰은 인텔이 내놓은 최신 프로세서로, 낮은 전력소모량과 상대적으로 높은 내장 그래픽 성능이 특징이다. 인텔은 전통적으로 새로운 프로세서를 내놓을 때마다 성능을 비약적으로 높였지만, 하스웰은 이전 세대 프로세서(아이비 브릿지)와 비교해서 성능은 눈에 띄게 높아지지 않았다. 반면 전력 소모량이 획기적으로 줄어들었다. 이 제품에 사용된 프로세서는 4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 i5 4200으로, TDP(열 설계 전력, CPU가 최대한으로 소비하는 전력량)는 15W다. 이전 세대 비슷한 성능의 프로세서보다 낮은 수치다.
소모전력이 적기 때문에 그만큼 배터리 사용시간도 길다. 실제로 HD급 동영상도 약 5시간 이상 재생할 수 있었다. 참고로 이번 동영상 재생시간 실험에 사용한 플레이어는 곰 플레이어이며, 일반적인 사용환경을 고려해 와이파이도 접속한 상태로 진행했다. 배터리 사용환경은 ‘절전’으로 맞췄다. 만약 화면을 좀 더 어둡게 하고 와이파이 기능을 끈다면 6시간 이상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문서 작업이나 웹 서핑 등 간단한 작업만 할 때는 배터리 사용시간이 더 길었다. 화면만 켜놓은 상태에서는 9시간 정도 버텼으며, 취재 시 사용했을 때(대기모드와 문서작업 반복)는 약 3일 동안 충전 없이 외근을 다녀올 수 있었다. 보조배터리를 장착하면 사용시간은 거의 두 배로 늘어난다. 보조 배터리 무게는 약 290g으로, 제품에 보조배터리를 연결했을 때의 무게도 11인치대 타사 제품 정도다.
내장 그래픽, ‘괄목상대’
과거에는 내장 그래픽의 성능이 워낙 낮아서 게임에는 적절하지 않았지만, 인텔의 내장 그래픽 성능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 선보인 아이리스(HD5100), 아이리스 프로(HD5200) 등의 내장 그래픽은 아키 에이지 같은 고사양 게임도 30fps(Frame per sec, 초당 화면 표시 수, 이 수치가 높을수록 화면이 부드럽게 표시된다) 정도로 구동할 수 있다.
이 제품에 탑재된 내장 그래픽은 HD4400으로, 앞서 말한 아이리스나 아이리스 프로보다 성능은 조금 떨어지지만 리그 오브 레전드, 사이퍼즈, 디아블로3 정도의 게임을 쾌적하게 구동할 수 있다. 실제로 리그 오브 레전드를 모든 그래픽 옵션을 ‘중간’으로 맞춰 구동해보니 40~50fps로 아주 원활하게 즐길 수 있었으며, 캐릭터 다수가 화려한 기술을 써도 프레임 35fps 이하로는 내려가지 않았다. 이전 세대의 인텔 내장 그래픽보다 훨씬 성능이 높아진 모습이다.
비슷한 장르의 게임인 사이퍼즈도 그래픽 성능을 ‘낮음’으로 설정하면 끊김 현상 없이 원활하게 즐길 수 있었다. 다만 ‘보통’으로 설정하면 캐릭터가 큰 기술을 쓸 때 약간씩 느려지는 현상이 나타났으며, ‘높음’으로 설정하면 전투가 없는 상황에도 조금씩 끊기는 현상이 나타났다.
풀HD를 지원하는 터치스크린
얼마 전까지는 11인치 제품에 1,366x768 해상도가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작은 제품에도 풀HD(1,920x1,080)를 지원하는 추세다. 풀HD 해상도의 장점은 화면에서 한 번에 볼 수 있는 범위가 넓고 웹 브라우저, 파워포인트 등 창 여러 개를 동시에 열어놓고 사용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또한, 게임 할 때도 보이는 범위가 더 넓어 시원하다.
다만, 11인치의 작은 화면에서 풀HD를 구현하다 보니 사람에 따라 지나치게 작은 것 아닌가 하고 느낄 수도 있다. 이럴 때는 제어판>모양 및 개인 설정>디스플레이 항목에서 클씨 크기를 더 크게 조절할 수 있으니 참고하자.
화면과 자판이 연결되는 부위에는 스피커가 있다. 필자는 처음 제품을 봤을 때 스피커가 어디 있는지 몰라 헤매다가 화면을 닫을 때 화면에 비친 모습을 보고 나서야 발견했다. 영화를 보거나 게임을 할 때 소리가 화면에서 나는 듯한 느낌을 줘 생생하다. 특히 소니 일부 제품에만 적용하던 클리어오디오+(ClearAudio+) 음장기술을 이 제품에도 적용했다. 외부 스피커를 연결한 것보다는 음질이 떨어지지만, 노트북치고는 제법 괜찮은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특히 고음 부분이 깨끗하게 들렸다. 다만, 저음부는 ‘깊은 맛’이 적었다. 이는 스피커 자체의 출력 문제이니 더 웅장하고 깊은 소리를 듣고 싶다면 스피커를 따로 구매해 연결해야겠다.
손목이 편한 각도
이 제품의 또 다른 장점은 화면을 열었을 때 키보드가 사용하기 적당한 각도로 기울어진다는 것이다. PC에 연결하는 키보드를 사용할 때 장시간 편안하게 사용하려면 키보드 뒷면에 있는 스탠드를 세워 사용하는 편이 좋다. 일반 키보드에는 팜레스트(손목을 받치는 부분)가 없기 때문에 키보드 각도를 높여 책상 바닥을 팜레스트로 쓰는 것이다.
이 제품은 독특한 힌지 설계 덕분에 화면을 열면 키보드가 적당히 높아져 손목을 책상 바닥에 대고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다. 제품 디자인도 키보드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올수록 얇아져 편한 각도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 실제로 필자가 사용해보니 오랜 시간 게임을 하고, 문서 작업을 해도 손목이 저리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키보드 사용 시 오타도 적다. 보통 처음 사용하는 노트북은 키보드 자판 위치가 익숙하지 않아 오타가 많이 나는 편이다. 하지만 이 제품은 자판 간격이 적당하고 모서리 부분도 둥그스름해 자판을 누를 때 다른 자판을 함께 누르는 일이 없었다. 다만 키 감은 좀 가볍다고 느꼈다. 필자가 좋아하는 키보드 느낌은 약간 묵직하면서 철걱 철걱 하는 소리가 나는 것이지만, 이 제품은 자판을 눌렀을 때 ‘눌렀다’라는 느낌이 적었고 소리도 찰각 찰각 하는 가벼운 소리가 났다.
하판 강도도 약한 편이다. 힌지와 연결된 부분은 튼튼하지만, 하판 가운데 부분을 손가락으로 꾹 누르면 휘어진다. 제품이 얇고, 바닥과도 떨어져 지탱하는 부분이 없어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이 부분에 큰 힘을 줄 일이 거의 없으니 별다른 문제는 없으리라 생각한다.
약간은 부족한 확장성
이 제품은 USB 3.0단자 2개와 헤드셋 출력 단자, HDMI 단자, 멀티카드 슬롯 등을 갖췄다. 제품 크기를 줄이다 보니 가장 널리 쓰이는 D-SUB 단자는 갖추지 못한 듯하다. 하지만 최근 출시되는 모니터는 HDMI를 지원하는 경우가 많으니 연결할 장치가 구형만 아니라면 크게 신경 쓸 일은 아니다. 또한, HDMI를 D-SUB나 DVI로 변환해주는 어댑터도 있으니 필요하다면 이를 구매하면 된다. 전원 어댑터에도 충전용 USB단자를 갖췄다. 여기에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충전 케이블을 연결해 사용할 수 있다.
바이오 프로11의 가치는?
이 제품의 가장 큰 가치는 단연 휴대성이다. 태블릿PC 수준으로 가벼우면서 일반 노트북 수준의 성능을 낼 수 있고, 배터리 사용시간도 아주 우수하다. 크기는 A4용지보다 작으며 두께는 잡지보다 얇다. 가방에 넣어 다녀도 큰 공간을 차지하지 않으며, 손에 들고 다녀도 문제없을 정도다. 특히 배터리 사용시간은 한번 충전해서 서울에서 부산까지 KTX로 이동하며 영화 한 편을 보고, 현지에서 업무를 보고도 남는다.
이 제품은 다나와 최저가 기준 138만 원이다. 이 얇은 제품에 들어갈 것은 다 들어가고, 배터리 사용시간까지 길다. 이 두 가지만으로 구매가치가 충분한데, 게다가 놀라울 정도로 가볍다. 필자는 이 제품을 ‘울트라북의 완성’이라고 부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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