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의 대사증후군에 대한 관심은 ‘장님 코끼리 만지기’ 수준입니다. 의사도, 환자도, 건강한 사람도 모두 위험을 인지해야 합니다.”
최근 동아일보가 보도했던 ‘내 몸 안에 시한폭탄 대사증후군’ 시리즈의 ‘주치의 역할’을 했던 임도선 고려대의료원 교수(순환기내과 과장)는 차분하지만 강한 어조로 이렇게 말했다. 세계적으로 ‘중증질환의 근원’으로 신경 쓰고 있지만 한국만은 무사태평하다는 뜻이다. 임 교수는 “대사증후군은 한때 ‘신드롬 X’로 불렸다. 말 그대로 어떤 병으로 발현할지 아무도 모른다. 현재 심뇌혈관질환, 암, 당뇨의 전 단계 정도라는 연구가 나왔지만 그보다 더 위험성이 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사증후군의 위험성이 국민에게 잘 전달되지 못하는 이유로 국내의 연구 부족을 들었다. 그는 “하루하루 바쁘게 치료에 매달리다 보면 중증질환의 전 단계인 대사증후군 관리에는 막연한 관심 이상의 열의를 보이기 어려운 게 사실”라고 지적한 뒤 “연구 데이터가 축적돼야 심각성을 국민에게 이해시킬 수 있고 관련 지원 예산을 확보하는 데도 유리하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대사증후군이라는 용어를 조금 더 쉽게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복부비만, 고혈압, 혈당장애, 고중성지방, 낮은 HDL콜레스테롤의 5개 위험요소 중 3개 이상이 한꺼번에 나타나는 증상을 표현하기에는 대사증후군이라는 말이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일반인들은 대사증후군을 장염이나 소화불량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다.
그는 “일본은 2000년대 중반 당뇨, 고혈압, 위장병, 뇌중풍, 암 등을 지칭하는 ‘성인병’이란 용어를 ‘생활습관병’으로 고쳤고 독일은 ‘문명병’으로 바꿨다”며 “일반인들이 대사증후군의 위험성을 잘 알 수 있도록 새로운 이름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 주도의 대사증후군 관리도 강조했다. 치매처럼 대사증후군 관련 지원법을 만들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환자 관리를 확대하도록 도와야 한다는 주문이다. 현재 서울시가 보건소 25곳을 지원해 대사증후군 무료 관리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그 밖의 지역에서는 지원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그는 “대사증후군은 당장 죽고 사는 병이 아니라 예산을 확보하기가 만만치 않다. 하지만 국가가 조직적으로 관리하면 고령화사회의 노인 의료비 급증에 대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서울시의회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아 대사증후군 환자 200명을 추적 관찰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환자들의 생활 패턴, 식습관 등을 종합적으로 연구해 ‘대사증후군 관리 대안식단’까지 제시할 예정이다. 결과에 따라 향후 연구대상을 1000명까지 늘리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임 교수는 “대사증후군의 위험을 밝히려면 환자 한 명 한 명을 장시간 연구한 데이터가 축적돼야 한다”며 ‘장기전’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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