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엄칠 수 있는 의족 가능해진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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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연구팀, 신경-인공다리 접합… 생각만으로 의족 움직이기 성공
전문가들 “로봇공학 발전에 큰 기대”

지난달 22일 성균관대 1학년 김세진(17) 군은 뉴욕 허드슨 강 10km 거리를 완주하는 수영대회 ‘리틀 레드 라이트 하우스’에서 1시간 50분 27초로 전체 280명 중 21위, 18세 이하 청소년 중에선 1위를 기록해 화제가 됐다.

김 군이 주목을 받은 이유는 태어날 때부터 두 다리와 한쪽 손의 손가락 3개가 없는 장애인인데도 우수한 성적을 거뒀기 때문이다.

그는 ‘로봇 다리 세진이’라는 별명처럼 의족을 이용해 등산을 가고 달리기까지 하는 등 비장애인 못지않은 삶을 살고 있다. 그렇지만 수영할 때는 의족 없이 상체 힘만 이용한다. 이번 대회에서도 10위권 내에 입상이 가능했지만, 물에서 나와 결승점까지 걷는 데 의족을 사용할 수 없어서 21위로 밀렸다.

수영할 때는 의족을 쓸 수 없는 것일까. 아직까지는 육지와 물에서 동시에 쓸 수 있는 의족은 없다. 더군다나 의족을 써서 수영을 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수영법을 개발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미국 시카고 재활연구소 연구진이 개발한 로봇 다리. 생각만으로 움직일 수 있는 로봇 다리로 계단이나 경사도 자유롭게 오르내릴 수 있다. 의공학 전문가들은 사람과 기계를 직접 연결하는 방식이 더 발전하면 수영이나 무용 같은 고난도 동작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 제공
미국 시카고 재활연구소 연구진이 개발한 로봇 다리. 생각만으로 움직일 수 있는 로봇 다리로 계단이나 경사도 자유롭게 오르내릴 수 있다. 의공학 전문가들은 사람과 기계를 직접 연결하는 방식이 더 발전하면 수영이나 무용 같은 고난도 동작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 제공
현재까지 나와 있는 로봇 의족은 사람의 무게중심을 감지해 앞으로 걷게 하거나, 손에 쥔 리모컨을 사용하도록 하는 모델이 대부분이다. 물론 의족에 인공지능을 부착해 사용자의 걸음걸이 패턴을 학습하도록 해 자연스럽게 걸을 수 있도록 돕는 기술도 있다.

근로복지공단 재활보건연구소가 1998년에 개발한 ‘인공지능 의족’이 대표적인데, 이 의족은 사람의 보행 속도를 감지하는 전자 센서가 붙어 있어, 내장 컴퓨터가 속도를 조절함으로써 사람이 빨리 걸으면 의족의 보행 속도도 높여 가벼운 운동은 물론 자전거도 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수영까지 가능한 의족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사람의 신경계와 의족을 직접 연결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최근 미국 시카고 재활연구소 연구팀은 이 같은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는 연구 성과를 의학 분야 권위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 9월 25일자에 발표했다. 교통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은 남성의 가랑이 신경과 인공 다리를 접합한 뒤, 생각만으로 인공다리를 움직이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의공학자들은 이런 방식의 기술이 좀 더 발전하게 되면 의족을 생각하는 대로 움직일 수 있게 됨으로써, 수영은 물론 복잡한 움직임이 필요한 운동도 가능하다고 본다.

김신기 재활공학연구소 연구원은 “로봇공학이 발전하면서 운동 능력 상실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속속 나오고 있다”며 “사람과 의족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가 이 분야 연구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로봇공학#의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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