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보다 200배 강하고, 구리보다 100배 이상 전기가 잘 통하는 ‘꿈의 신소재’ 그래핀의 상용화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양대 에너지공학부 박호범 교수(사진)는 그래핀을 이용한 차세대 이산화탄소 분리막 기술을 개발하고 2, 3년 내에 상용화할 예정이라고 3일 밝혔다.
분리막은 정수기 속 필터처럼 특정 물질만 통과시키는 막을 말한다. 대규모 화학공장은 물론 휴대전화 배터리, 해수 담수화 필터 등 다양한 용도로 쓰이는 분리막은 2016년 기준으로 세계 시장 규모가 약 37조 원에 이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때문에 많은 연구자가 꿈의 신소재인 그래핀을 이용해 분리막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해 왔다. 문제는 그래핀이 기체 분자도 통과하지 못할 만큼 촘촘하고 견고하다는 것. 연구자들은 원하는 기체만 통과할 수 있도록 그래핀에 구멍을 뚫기도 했지만, 이렇게 하면 그래핀 구조가 어그러지거나 찢어져 버리기 일쑤였다.
박 교수팀은 그래핀에 구멍을 내는 대신 그래핀과 그래핀 사이 간격을 조절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이산화탄소나 수소, 질소 등 원하는 기체만 통과할 수 있도록 그래핀의 간격을 조절한 것이다. 이 기술을 이용해 만든 분리막은 기존의 분리막보다 처리 속도가 1000∼8000배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또 크기도 작게 만들 수 있어, 작은 규모의 설비로도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 처리가 가능해진다. 이 기술이 지구 온난화의 원인으로 꼽히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처리하는 데 이용될 경우, 이산화탄소 포집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는 의미다.
박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그래핀을 이용한 차세대 분리막은 공간 효율도 뛰어나 지금보다 작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상용화할 경우 화학공장이나 정유공장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산화탄소 흡수 탑도 없앨 수 있을 것”이라며 “인쇄 방식을 이용해 생산할 경우 저렴하게 대량 생산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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