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벌써부터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기운이 감돈다. 몸이 움츠러든다. 이 한기(寒氣)가 유독 싫은 사람들이 있다. 바로
전립샘(전립선)비대증이 걱정스러운 40, 50대 남성들이다. 전립샘비대증 환자에게 소변보는 행위는 고역 중 하나다. 날씨가
추워지면 보통의 남자들도 화장실에 자주 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전립샘이 비대해지면 훨씬 자주 드나든다. 그나마 시원한 느낌도
없다. 》
소변 줄기는 가늘고 힘이 없다. 일을 미처 끝내지 못한 것 같은 느낌도 영 찜찜하다. 중년으로 접어들면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을 자주 중얼거리게 된다. 허리도 아프고 무릎도 쑤셔 온다. 이런 때는 주변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면 좋을까”라고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하지만 왠지 전립샘 문제는 말하기가 민망하다. 혼자 끙끙거리다 병을 키우는 사례가 적지 않다. ○ 중년 남성을 찾는 불청객
전립샘은 정액의 대부분을 만드는 신체기관이다. 방광 아래쪽에 있으며 요도를 감싸고 있다. 남성성의 상징이다. 이 때문에 문제가 있어도 감추는 남자들이 의외로 많다. 하지만 모든 질병이 그렇듯이 감추다 보면 병만 커진다. 전립샘에 좋다는 식품만 찾아 먹을 게 아니라 증상을 먼저 체크하는 것이 현명한 해법이다.
전립샘에도 염증이 자주 생긴다. 일반적으로 50세 이하의 남성 중에 가장 흔한 비뇨기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에서는 모든 남성이 평생 한 번 이상 이 병으로 병원을 찾는다는 기록도 있다.
취재진이 2010∼2012년 삼성서울병원을 찾은 전립샘염 환자를 연령별로 분석한 결과에서도 이런 사실이 확인됐다. 50대 환자가 25%로 가장 많았다. 이어 40대가 23%, 60대 이상이 22%, 30대 19%, 10∼20대 11%였다. 40대와 50대 환자가 절반(48%)이었다. 중년 남성의 피할 수 없는 병인 셈이다.
대표적인 증상은 통증이다. 소변을 볼 때, 혹은 성관계를 가질 때 사정하는 동안 통증이 나타난다. 고환과 음경 외에 허리에서도 통증이 나타날 수 있다. 소변이 자주 마렵거나 금방이라도 옷을 적실 것 같은 절박한 느낌이 드는 게 이 병의 특징이다. 드물긴 하지만 발기부전으로 악화되는 사례도 나타난다.
병의 원인은 다양하고 또 복잡하다. 5% 정도는 세균이 원인이다. 나머지 95%는 어떻게 해서 병에 걸렸는지 알아내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여러 검사를 통해 적합한 치료법을 찾는다.
○ 나이 듦이 가장 큰 원인
사실 중년 들어 전립샘이 비대해지는 원인도 정확하게 밝혀진 것은 없다. 다만 현재까지 확인된 바로는 병의 가장 큰 원인이 ‘나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중년 이후 이 병에 걸릴 확률이 크게 높아진다는 뜻이다.
전립샘비대증 또한 성인 남성의 4분의 1이 경험한다. 그만큼 흔한 질병이란 얘기다. 치료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당장은 생명에 지장이 없다. 하지만 방치해 두면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질 뿐 아니라 결국에는 다른 질병으로 이어져 수명을 단축시킬 수 있다.
서양에서는 40세 남성이 80세까지 생존할 때 80세에 이 병으로 수술을 받을 확률이 30∼40%로 추정된다. 과거에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권에서는 이 확률이 크게 낮았지만 최근에는 거의 같아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다행인 것은 최근 들어 치료제의 효능이 크게 좋아졌다는 것이다. 초기에 발견하고 치료를 받으면 90% 정도는 약물 치료만으로 완치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 50세 넘으면 전립샘암 검사 받아야
그 다음에 중년 남성이라면 꼭 신경을 써야 할 병이 전립샘암이다. 최근 20년간 전립샘암 환자는 20배 이상 증가하고 있다. 특히 50대 이후부터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 병 또한 원인이 아직까지는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서양식 식생활과 유전적 요인, 대기오염 및 환경오염에 따른 것이라 추정된다.
대부분의 암이 그렇듯이 전립샘암 또한 초기 증상이 거의 없다. 소변보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 이미 암 세포가 상당히 자란 뒤라고 봐야 한다. 따라서 유일하면서도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검진을 제때 받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50세 이상이 되면 1, 2년마다 전립샘특이항원(PSA) 검사 권고를 받는다.
전립샘 암 예방에 좋은 음식도 찾아서 먹자. 호박 당근 시금치 상추와 같은 녹황색 채소나 토마토 콩류가 좋다. 물론 육류는 줄여야 한다. (도움말=삼성서울병원 비뇨기과 이현무, 이성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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