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2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36년 전에 발사된 우주 탐사선 ‘보이저 1호’가 태양계를 벗어났다고 공식 발표하자 또다시 우주 탐사에 관심이 모아졌다. 보이저 1호 수준은 아니지만 우리나라도 2020년 달 탐사선을 쏘아 올릴 계획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최근 미래창조과학부는 효율적인 달 탐사 프로젝트를 위해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 15개 출연연구기관을 중심으로 ‘달 탐사 출연연 협력협의회’를 본격 가동했다.
사실 우주 탐사를 위해서는 극한의 기온과 대기 조건에서 탐사선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에너지 공급원이 필수적이다.
NASA의 화성 탐사선 ‘큐리오시티’에 장착된 ‘플루토늄-238’을 원료로 하는 원자력 전지가 가장 안정적이지만, 전 세계적으로 플루토늄-238 공급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는 문제가 있다. 핵무기 원료인 ‘플로토늄-239’의 부산물로 얻어지는 플루토늄-238은 핵무기 감축 분위기와 원자력 협정 등으로 인해 생산이 극히 제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NASA와 유럽항공우주국(ESA) 등은 넵티늄(Np)이나 아메리슘(Am)을 이용한 원자력 전지 개발에 눈을 돌리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또 다른 핵종인 스트론튬(Sr)을 이용한 전지 개발에 관심을 갖고 있다.
○ 우주 탐사, 태양전지론 역부족
우리나라가 2020년을 목표로 하고 있는 달 탐사에는 태양광을 이용한 태양전지를 활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태양전지는 밤에는 햇빛을 받지 못해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에너지 공급에도 한계가 있다.
달 탐사에서 태양전지는 1년 이상의 탐사 활동을 버텨낼 수 없다. 더군다나 영하 150도∼영상 120도의 달 표면 대기 환경에서 탐사선의 각종 부품들이 얼어붙지 않도록 하는 열원이 필요하다. 핵반응을 통해 꾸준히 열을 낼 수 있는 원자력 전지 기술 개발이 필요한 이유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달탐사기반연구팀 주광혁 박사는 “2020년 달 탐사를 위해서는 태양전지와 원자력 전지 기술 개발이 병행돼야 한다”며 “한국원자력연구원이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한 원자력 전지 기초 연구를 10여 년 전부터 해왔고 한국전기연구원 등이 열을 전기로 바꿔주는 열전 기술을 연구해 왔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기반 기술은 이미 확보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 플루토늄-238 대체 핵종 연구 활발해
미국이나 유럽 등 우주 개발 선진국들은 이미 원자력 전지에 가장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핵종인 ‘플루토늄-238’ 대체 물질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플루토늄-238은 반감기가 길고 방사능 차폐 장치가 필요 없어 무게를 줄이고 전지 수명을 늘려야 하는 우주 탐사선 원자력 전지 재료로 안성맞춤이지만 공급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플루토늄-238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NASA도 마찬가지다. NASA는 최근 넵티늄을 이용해 플루토늄-238을 얻는 연구에 눈을 돌리고 있다. 넵티늄을 고성능 원자로에 투입하면 중성자를 흡수한 넵티늄이 전자를 방출하면서 플루토늄-238을 얻을 수 있다. 유해 방사능이 1, 2년 후 사라지면 넵티늄에서 플루토늄을 추출한 후 이 넵티늄을 다시 원자로에 투입해 재활용할 수 있다.
ESA는 플루토늄-239에 중성자를 쬐어 합성할 수 있는 아메리슘을 이용한 원자력 전지 기초 연구에 착수했다. 사용 후 핵연료에서도 일부 검출되는 아메리슘은 반감기가 길어 우주 탐사용 원자력 전지에 충분히 활용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반감기가 28년 정도인 스트론튬-90을 이용한 원자력 전지를 개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반감기가 87년인 플루토늄-238보다 반감기가 짧은 데다 방사능 차폐 장치가 필요해 원자력 전지 무게가 무거워지지만 구하기 쉽고 값이 싸다는 장점이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손광재 박사는 “정식 개발은 아니지만 핵연료 재처리로 얻을 수 있는 스트론튬을 이용해 원자력 전지를 만들어 본 경험도 있기 때문에 스트론튬으로 원자력 전지를 만들자는 의견이 있다”며 “달 탐사 계획과 필요한 기반 기술들이 구체화되면 내년부터 본격적인 연구가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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