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은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대한민국 대표 암이다. 경제 성장으로 육식, 패스트푸드 위주의 기름지고 열량 높은 음식을 즐기면서 나타난 결과다. 대장암의 조기 발견과 예방에 힘을 쓰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한대장항문학회가 건강한 대장을 상징하는 골드리본 캠페인을 6년째 진행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얼마 전 58세 중국 남성이 대장암 진단을 받아 우리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골드리본 캠페인의 하나로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대장내시경 무료 검진사업을 진행하던 중 암을 발견했다. 부인이 변비와 복통 증세를 호소하던 남편이 예사롭지 않다고 의심한 게 대장암 발견에 큰 역할을 했다.
국내 건강보험에는 외국인 노동자도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하지만 한 푼이 아쉬운 그들에게 보험료는 부담이다. 몸에 이상을 느껴도 선뜻 정밀검사를 받으러 나서지 못한다. 캠페인과 연이 닿은 이 남성은 그나마 다행인 셈이다.
대장암 3기였다. 종양이 대장을 꽉 막아 변비 증상이 심했던 것이다. 환자는 내시경으로 검사가 불가능했다. 스텐트를 삽입해 넓혀놓고 대장을 깨끗이 비운 다음에야 수술을 진행할 수 있었다. 조금 더 늦게 발견됐다면…, 아찔해진다.
많은 이들이 암을 천형으로 여긴다. 별다른 전조 증상이 없어 암을 발견했을 때는 손을 쓸 수 없는 상태인 때도 많다. 그에 비하면 대장암은 고마운 암이다. 조기검진 방법이 널리 보급돼 있고 변을 보는 과정에서도 대장암 의심현상을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혈변이나 복통, 갑작스러운 배변습관 변화 등이 그것이다.
올해 대한대장항문학회가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변비가 대장암의 주요 증상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대장암 환자 1700만 명 가운데 암 진단 전에 변비 증상을 겪은 이가 7명 중 1명꼴이었다. 스트레스나 잘못된 식습관 때문에 생기며 고질병으로 여겨 적극적 치료를 하지 않는 변비가 대장암의 주요 증상이라는 이 연구 결과는 놀랍다.
원리는 간단하다. 종양으로 대장이 좁아지면 배변이 쉽지 않다. 변이 막히면 없던 변비 증상이 생겨난다. 그런데도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원래 그런데 뭘, 운동 좀 하면 괜찮아지겠지’ ‘식습관을 고치면 나아지겠지’라고 생각할 뿐이다.
‘변을 보다’라는 말은 시원하게 볼일을 보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변의 상태를 잘 관찰하고 습관의 변화를 잘 살피라는 뜻이다. 내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를 놓치지 말자. 대장암 조기 발견을 위한 기반은 이미 마련돼 있다. 결과는 내 몸의 신호를 감지해 병원을 향하는 발걸음에 따라 달라진다.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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