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는 간 환자가 많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암 발생 순위에서 간암이 5위, 사망 원인에서 간 질환이 8위를 차지할 정도다. 이는 만성간염, 간경변증, 간암 등과 같은 간 질환이 한국인들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는 뜻이다.
국내 만성 간 질환의 대다수는 B형간염이 원인인 것으로 알려져 있어 간 질환 사망자를 줄이려면 B형간염 바이러스를 차단해야 한다고 할 정도다. 실제로 국내 만성 간 질환의 원인을 조사해보면 70%가 B형간염이 원인이며 한 해에 새로 발병하는 간암 환자 약 1만5000명 중 만성 B형간염에서 간암으로 악화된 비율이 70%를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왜 한국만 유독 B형간염 환자가 많고 그로 인한 사망자도 많을까.
첫째, 6·25전쟁이라는 안타까운 과거사 속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B형간염은 주로 혈액이나 체액 등을 통해 감염된다. 한국은 전쟁 직후 열악한 위생환경으로 인해 예방접종 때 수십 명에게 같은 주삿바늘을 사용하는 바람에 단시간 동안 많은 이들이 B형간염에 걸렸다. 둘째, 국내에서는 B형간염 산모를 통해서 수직 감염된 사례가 많다. B형간염은 어려서 감염될수록 만성화되기 쉽다. 셋째, 국내 환자의 98% 이상이 B형간염 바이러스 유전자형 중 예후가 가장 나쁜 유전자 C형을 보유하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1991년 이후 신생아를 대상으로 B형간염 예방접종을 실시한 결과 최근 국내 B형간염 바이러스 보유율은 약 3%수준까지 낮아졌고 동시에 간암 유병률도 점차적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B형간염에 대한 국민 인식이 낮은 편이다. B형간염에 걸려도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감염됐는지를 알아채지 못하거나 알아도 방치하거나 치료를 받다가도 임의로 중단하는 비율이 높은 실정이다.
만성 B형간염 환자는 물론이고 건강한 바이러스 보유자 역시 현재의 병 상태에 대해 정확히 알고 최소 6개월에 한 번씩 병원을 찾아 정기검진을 하고 의사와 상담해 치료받고 관리해야 한다. 최근에 소개된 항바이러스제는 강력한 바이러스 억제효과와 낮은 내성 발현율, 안전성 등이 입증된 약들로 간염치료뿐만 아니라 간경변증으로 진행돼도 초기에 잘 치료하면 장기간에 걸쳐 회복될 수 있고 간암 발병률 역시 50% 정도 낮출 수 있다. 그러나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맘대로 중단하게 되면 2년 이내에 약 60%에서 간 질환이 다시 악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꾸준한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20일은 대한간학회가 제정한 ‘간의 날’로 올해가 14회째다. 국민에게 간 질환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 이해도를 높이려고 매년 간 질환 공개강좌, 간염 무료검진 캠페인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앞서 말했듯이 간 질환 유병률은 낮아졌지만 여전히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질환임에는 틀림없다. 간의 날을 계기로 B형간염 등 간 질환에 대한 관심이 확산돼 국민의 간이 건강해지는 데 보탬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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