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적포도주에 다량 함유된 ‘레스베라트롤’이라는 성분이 심장병 예방물질로 주목받고 있다.
이 성분은 포도 땅콩 크렌베리 등 베리류 식물이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분비하는 물질이다. 특히 포도에 많은 이유는 곰팡이의 공격을 받았을 때 포도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다량의 레스베라트롤을 분비하기 때문이다. 이 성분은 물보다는 알코올에 잘 녹아 일반 포도즙보다는 적포도주에 함유량이 더 많다.
1980년대 국제보건기구(WHO)에서 미주, 유럽의 선진국 18개국의 55∼64세의 성인을 대상으로 허혈성 심장병(관상동맥질환) 사망률에 대한 연구를 벌인 결과를 보면 미국의 1만 명당 사망률은 182명 정도였고 다른 유럽국가도 대부분 이와 비슷했다.
하지만 프랑스는 지방 섭취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높았지만 인구 1만 명당 협심증, 심근경색 사망률이 102명에 불과했다. 특히 포도주가 많이 생산되는 프랑스 남부 툴루즈 지방은 78명에 그쳤다.
이처럼 지방 섭취량이 다른 나라보다 많은 프랑스인의 심장병 사망률이 크게 떨어지는 현상을 의학계에서는 ‘프렌치 패러독스(역설)’라고 부른다. 그 원인을 밝혀내기 위해 벌인 역학조사 결과 포도주 속에 든 레스베라트롤이 혈관이 굳어지는 것을 예방하고 동맥벽을 보호해 심장병 사망률을 낮추는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즉 적포도주 섭취가 많은 지역일수록 심혈관질환 발병률과 사망률이 크게 떨어지는 상관관계가 있는 점이 입증된 셈이다.
이후에도 레스베라트롤에 관한 수많은 연구가 진행됐다. 최근에는 미국 하버드 의대의 싱클레어 교수팀이 효모균과 레스베라트롤을 이용한 실험을 통해 이 성분의 수명 연장 효과의 가능성을 밝혀 국제적인 과학학술지인 네이처와 사이언스에 논문을 발표했다. 올 3월에는 다국적 제약사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에서 레스베라트롤을 이용한 수명연장약품을 개발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또 이 성분은 혈관 내 염증을 감소시키는 항염작용과 암세포의 성장을 늦추거나 억제시키는 항암작용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많은 국가의 보건당국이 이 성분을 건강에 좋은 물질로 등록하고 있는 상태다. 특히 일본에서는 지난해 레스베라트롤 함유 제재가 건강식품 전체 판매순위에서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레스베라트롤 효과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편이다. 최근 국내 최고령 현역 연예인인 송해 씨(86)가 본인의 건강비결로 레스베라트롤이 함유된 적포도주 추출물을 10년 이상 복용한 것으로 밝혀 화제가 된 정도다.
생명연장과 건강한 노후생활에 대한 관심이 날이 갈수록 높아지는 요즘 이 성분을 찾는 이들도 점차 늘어날 것으로 의학계는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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