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력과 청력을 담당하는 인체의 기관을 보면 눈에서는 빛을 전달하는 렌즈와 귀에서 소리를 전달하는 고막, 눈에서 전달된 빛을 감지하는 망막과 귀에서 소리를 감지하는 달팽이관으로 서로 대응관계에 있다.
안경이 렌즈의 이상을 교정하는 단순한 역할을 한다면 보청기는 달팽이관의 기능을 교정해 안경보다 더 복잡하고 정교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보청기가 훨씬 복잡하고 예민한 의료기기인 셈이다.
다시 말하면 안경은 빛의 굴절만 교정하는 단순한 기기라면 보청기는 감각기관의 감지기능을 교정해야 하는 기기다.
시력 장애라고 해도 감각기관인 망막이 정상이므로 안경을 통해 교정된 빛을 망막이 받아 들여 정상적인 시력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반면에 청각 장애는 감각기관인 달팽이관의 손상이 원인이므로 보청기로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기술 개발이 지금도 진행되고 있고 이미 개발된 다양한 신기술이 보청기를 고가의 의료기기로 만들어 놓았다.
노인성 난청으로 불편을 겪고 있는 많은 어르신들이 보청기의 효과에 대한 실망으로 힘들어하시고 주변 분들에게 부정적인 경험을 토로하다 보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초고령사회에 속하는데도 보청기 착용률은 최하위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노인성 난청일 때 보청기 효과를 보려면 먼저 이 난청을 올바로 이해해야 한다. 노인성 난청을 불러오는 퇴행성 변화는 귀, 그중에서도 내이의 감각기관인 달팽이관뿐만 아니라 뇌의 언어중추와 그 주변 다양한 부위에서도 일어난다.노인성 난청과 인지기능의 장애, 우울증, 치매의 연관성을 보고하는 여러 논문도 이를 뒷받침한다.
보청기를 이용해 노인성 난청을 올바로 교정하려면 귀가 들을 수 있는 소리의 크기만을 반영한 단순한 청력검사만으로는 부족하다. 내이의 감지기능을 종합적으로 반영하고 중추성 청각기능, 즉 뇌의 청각을 반영하는 검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 결과에 따라 보청기 처방과 조절, 더 나아가 보청기 착용 뒤 훈련재활이 이뤄져야 한다.
실제로 보청기를 착용한 뒤 소리는 크게 들리지만 무슨 소린지 여전히 분간이 어렵다면 말소리를 인지하는 모음은 들을 수 있으나 그 말소리가 무슨 말인지를 알게 하는 자음을 들을 수 없는 달팽이관의 퇴행 정도에 대한 검사가 필요하다. 시끄러운 곳에서 여럿이 대화를 할 때 어려움이 있다면 중추성 청각기능의 장애 정도를 파악하는 검사를 받아야 한다.
그 밖에도 큰 소리에 대한 민감도나 울림소리에 대한 예민도, 말소리로 구성되는 문장의 인지력 정도 등 필요한 여러 검사를 받고 그 결과에 따라 보청기의 기술적인 사양 처방과 착용 뒤 개인별 난청의 특성에 맞는 조절 및 청각훈련 과정에 대한 치료계획을 세워 교정을 진행해야 효과를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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