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종자회사-대학의 정보공유 ‘찰떡궁합’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18일 03시 00분


美 중서부 아이오와州, 농업작물 생산량 1위의 비결

미국 아이오와 주에는 다국적 종자기업 듀폰 파이어니어 본사의 유전자변형농산물(GMO) 연구개발센터가 있다. ‘그린하우스(GREEN HOUSE)’로 불리는 이 거대한 식물공장에서는 물과 질소비료의 양 등 작물의 생장 환경을 제어하며 다양한 GMO를 개발하고 있다. 이윤선 기자 petiteyoon@donga.com
미국 아이오와 주에는 다국적 종자기업 듀폰 파이어니어 본사의 유전자변형농산물(GMO) 연구개발센터가 있다. ‘그린하우스(GREEN HOUSE)’로 불리는 이 거대한 식물공장에서는 물과 질소비료의 양 등 작물의 생장 환경을 제어하며 다양한 GMO를 개발하고 있다. 이윤선 기자 petiteyoon@donga.com
미국 중서부에 위치한 아이오와 주 디모인. 이곳에는 세계적인 종자회사인 듀폰 파이어니어 본사와 미국 농업기술과 생명공학의 중심지로 불리는 듀폰 파이어니어의 ‘그린하우스’가 있다.

미국 작물 생산량의 5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엄청난 농업생산량을 자랑하는 아이오와의 배경에는 농업기술 개발에 대한 끊임없는 노력이 숨어 있다.

○ 비닐하우스? 아니 첨단 농업연구현장

이달 16일 미국 농업기술 개발의 현장인 듀폰 파이어니어 연구센터를 찾았다.

멀리서는 거대한 비닐하우스처럼 보였던 그린하우스는 통유리로 된 건물이었다. 건물에 들어서자 등에서 느껴지는 차가운 느낌과는 달리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피부로 확 느껴졌다. 그린하우스는 식물의 생장 환경을 조절하면서 유전적 특성을 분석하는 ‘FAST(Functional Analysis System for Trait)’ 기술이 구현되는 식물공장이다. 여기서는 아이오와의 주 생산물인 옥수수가 형태와 특성에 따라 나뉘어 재배되고 있다. 재배지의 가장자리에는 가로 10m, 세로 30m 크기의 거치대에 카메라가 설치돼, 상하 좌우로 움직이면서 옥수수의 생장 상태를 실시간으로 촬영·점검해 물과 질소비료의 양 등 재배 환경을 조절한다.

이를 통해 다양한 환경에서 재배된 옥수수의 유전정보를 모아 새로운 형질의 옥수수를 만들어 내는 것. 최종적인 목표는 물이 부족한 건조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고 비료를 적게 쓰고도 생산성이 높은 품종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나온 새로운 품종들은 재래종 옥수수보다 알이 굵고, 병충해에 대한 피해도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듀폰 파이어니어 대니얼 핸슨 홍보담당자는 “생명공학기술의 발전으로 작물의 유전정보 분석 속도도 빨라져 우수한 형질을 가진 작물을 재배하는 것이 쉬워지고 있다”며 “농업기술의 발달은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우량작물 개발은 물론이고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식량 부족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연구자-농부 정보 공유가 생산성 좌우

농업 생산성을 높이는 데는 현장에서 일하는 농부들도 한몫하고 있다. 아이오와 주 농부들은 듀폰 파이어니어와 같은 산업체뿐 아니라 아이오와주립대 같은 학계와도 끊임없이 새로운 농업기술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데 시간을 쏟는다.

유전자변형(GM) 옥수수(아래)와 일반 옥수수(위). 그린하우스에서 개발한 GM 옥수수는 일반 옥수수에 비해 크기가 크고 병충해 피해를 덜 입어 농산물 시장에서 상품 가치가 높다. 이윤선 기자 petiteyoon@donga.com
유전자변형(GM) 옥수수(아래)와 일반 옥수수(위). 그린하우스에서 개발한 GM 옥수수는 일반 옥수수에 비해 크기가 크고 병충해 피해를 덜 입어 농산물 시장에서 상품 가치가 높다. 이윤선 기자 petiteyoon@donga.com
하나의 밭도 위치에 따라 수분량, 채광 정도, 병해충 서식 여부 등 작물 생장 환경이 다르다. 이 때문에 농부들은 자신의 밭이 어떤 특징을 갖고 있고, 어떤 작물을 재배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산학계 연구자로부터 얻는다. 이런 정보는 새로운 품종을 재배할 때 시행착오도 줄이고, 생산성도 높여준다.

현장과 실험실 간 정보 공유로 도움을 받는 것은 농부들뿐 아니라 연구자들도 마찬가지다.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품종은 모든 조건이 최적화된 식물공장에서는 잘 자랄 수 있을지 몰라도, 실제 밭에 심고 기르면서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연구자들은 농부들로부터 이런 현장 자료를 받아 끊임없이 분석해 연구에 적용한다.

아이오와 주의 많은 농부들은 대학에 입학해서 농업 관련 전공 분야를 공부하고 있기도 하다. 즉 대학은 비전문가인 농부들이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는 장소인 동시에 다양한 전문가들이 모여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산실이 되고 있다는 말이다.

아이오와주립대에서 만난 한 농부는 “대학은 농부들과 농업 관련 기업, 학교의 연구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장”이라며 “이러한 노력이 아이오와 주가 미국 내에서 작물생산량이 가장 많은 주가 될 수 있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아이오와=이윤선 동아사이언스 기자 petite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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