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60대 후반의 환자가 진료실을 찾았다. 퇴직 뒤 손발이 떨리고 행동이 느려지는 증상이 나타나 나이 탓이라고만 여겼는데 어느 순간 온몸이 굳어 옴짝달싹할 수도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급기야는 등과 엉덩이에 욕창까지 생겨 성형외과를 찾았다가 신경과 치료를 권유 받았고 결국 파킨슨병을 진단받았다. 이후 약물치료를 시작했고 부축 없이는 걷기도 힘들었던 환자가 이제는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호전됐다.
치매 다음으로 흔한 퇴행성 뇌질환인 파킨슨병을 일반인들은 아직 잘 알지 못한다. 개인마다 증상 차이가 있고 특히 발병 초기에는 증상이 뚜렷이 나타나지 않아 단순히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으로 여기거나 관절염 뇌졸중(뇌중풍) 등 다른 질환으로 오해해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는 때도 많다.
파킨슨병은 뇌가 늙으면서 나타난다. 특히 뇌 부위 중 흑색질의 노화가 빠르게 진행돼 생긴다. 흑색질에서 생성되는 도파민은 뇌의 운동기능을 도와 우리가 몸을 움직일 수 있도록 해주는 역할을 한다. 도파민 부족에 의한 파킨슨병의 증상으로는 안정된 상태에서의 떨림이나 몸의 움직임이 느려지는 서동증, 근육경직 등이 있다.
보통 인지기능이 떨어지는 치매와 달리 파킨슨병은 운동 증상에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때가 많다. 하지만 초기에 수면 장애, 후각 장애 등이 있을 수 있으며 변비, 땀 조절 장애, 혈압조절 장애 같은 비운동증상과 공포, 기억력 장애 등의 인지 장애도 주요 증상이다.
파킨슨병은 무엇보다 신경과 전문의의 심층적인 진찰이 필요하다. 파킨슨병으로 의심되는 환자는 상세한 병력을 듣는 것부터 시작해 얼굴 표정, 신체 자세, 걸음걸이를 관찰하고 떨림이나 경직, 보행 장애를 판별하기 위해 다양한 진찰을 실시한다.
치료 방법으로 수술요법, 운동요법 등도 고려되지만 아직까지는 약물치료가 주된 치료법이다. 파킨슨병의 약물 치료는 보통 ‘레보도파’라는 표준 치료제를 먹어 부족해진 도파민을 보충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하루 3∼4회 복용하면 초기나 중기 환자들은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데 지장이 없다.
하지만 레보도파 요법에도 한계가 있다. 장기간 약을 복용하면 양을 늘려도 약효 발현 시간이 짧아지는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런 증상이 보이면 환자나 보호자들은 당황하게 되지만 담당의사와 상담해 다른 치료방법을 찾으면 된다. 최근에는 혈중에서 레보도파를 분해하는 효소를 억제하는 성분이 추가된 복합제제가 약효 소진 현상의 치료법으로 많이 사용된다.
현재 파킨슨병 완치는 어렵지만 적절한 약물을 규칙적으로 복용하고 운동과 물리치료 등 적극적인 관리를 병행한다면 병의 진행을 효과적으로 늦출 수도 있다.
검증되지 않은 치료나 민간요법은 오히려 병을 키울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치료 시기가 빠를수록 효과도 더욱 좋으므로 주위에 의심증상을 보이는 사람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신경과 전문의의 진단을 권유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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