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이 저렴한 보급형 IT기기들을 보다 보면 ‘싼 게 비지떡’이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때가 있다. 값이 싸다 뿐이지 기능이나 성능이 수준미달인 경우가 제법 많기 때문이다. 보급형 제품의 가장 큰 미덕은 다양한 부가기능을 최소화하면서 기본적인 기능은 충실화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일부 보급형 제품의 경우는 이런 기본기까지도 도외시하곤 한다.
특히 프린터나 복합기 같은 장치의 경우, 보급형 모델은 인쇄 품질이나 속도가 떨어지는 것은 기본이고 오류나 고장도 잦은 제품이 제법 있다. 그러면서 소모품의 가격은 고급형 제품 못지 않아서 이를 쓰다 보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곤 했다.
이런 와중에 브라더(Brother)에서 ‘DCP-1510’이라는 새로운 보급형 흑백 레이저 복합기를 출시했다. 가격은 2013년 11월 인터넷 최저가 기준으로 12만 원 남짓에 불과하다. 잉크젯도 아닌 레이저가, 단순한 프린터도 아닌 복합기(프린터+스캐너+복사기)가 이 정도에 팔린다면 말 그대로 ‘껌 값’이다. 이 초저가 제품이 얼마나 쓸만할지 한 번 살펴보자.
기본에 충실한 본체 구성
브라더 DCP-1510의 외형은 전형적인 사무용 복합기의 그것이다. 개성이 없는 디자인이라 심심하긴 하지만 제품 크기(385 x 340 x 255mm)가 동급 제품에 비해 살짝 작은 편이라 사무실에 어디에도 무난하게 둘 수 있다는 점은 나름 장점이다.
제품 이곳 저것을 살펴보면 대부분의 장치가 분리형이 아닌 일체형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급지함이나 배출부는 물론이고 전원케이블까지 본체에 그대로 달려 나온다. 생산 단가를 낮추기 위함인 것 같은데, 각종 액서서리를 따로 달 일이 없는 보급형 복합기라면 이런 구성이 오히려 이점일 수 있다. 다만, 본체 안쪽으로 접혀있는 배출부 지지대를 펼 때마다 스캐너 부분을 살짝 들어올려야 하는 점은 약간 번거롭다. 본체 높이를 낮추기 위해 이런 설계를 한 것 같긴 하다.
인쇄와 스캔은 여느 보급형 복합기와 마찬가지로 A4와 레터, 그리고 리갈, 폴리오 용지 규격을 지원한다. 급지함에는 표준 A4 용지 기준 최대 150매의 용지를 넣을 수 있다. 출력부에는 제품 설명서에 최대 50매까지 담을 수 있다고 써 있는데, 실제로 제품의 출력부를 살펴보면 여유공간이 충분해서 100매도 무리 없이 담을 수 있다.
고급 기능 없지만 제품 값 생각하면 납득할 만
스캐너 부분은 전형적인 평판 스캐너(최대 해상도 2,400 x 600DPI)다. ADF(자동급지장치)가 달려있지 않아서 스캔이나 복사를 할 때 일일이 한 장씩 원고를 끼워 넣어야 한다는 점은 다소 번거롭지만 이건 보급형 복합기의 특성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가자. 만약 ADF가 필요하다면 DCP-1050의 상위 제품인 MFC-1810(인터넷 최저가 18만 원)을 사는 것이 좋겠다.
제품 후면을 살펴보면 외부기기와 연결 가능한 인터페이스가 USB 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유선랜이나 와이파이 기능은 없기 때문에 네트워크를 통해 여러 대의 PC가 프린터를 공유하며 쓰려면 서버 역할을 하는 PC 한 대가 꼭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그리고 팩스 기능도 없다. 다만,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워낙 저렴한 제품이다 보니 이런 점들이 큰 단점으로 느껴지진 않는다. 팩스 기능 등이 꼭 필요하다면 마찬가지로 얼마를 더 지불하고 상위 제품을 사면 그만이다.
경제성 좋은 분리형 토너 구조에 용량 넉넉한 번들 카트리지 제공
토너 부분을 살펴보면 요즘 나오는 레이저 프린터나 복합기들이 대부분 드럼 일체형 토너를 쓰는 것과 달리 DCP-1050는 분리형이다. 분리형 모델은 토너 카트리지만 교체하며 쓸 수 있기 때문에 경제성이 좋다. 분리형은 일체형 제품에 비해 인쇄 품질이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으나 이는 두고 볼 일이다.
DCP-1050는 TN-1000 규격의 토너 카트리지를 사용하는데, 이는 ISO/IEC 19752 표준 문서 기준 1,000매까지 출력이 가능하고 인터넷 최저가는 3만 7,000원 정도라 효율이 좋다.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DCP-1050 본체와 함께 제공되는 번들 토너 카트리지 역시 따로 판매되는 것과 동일한 TN-1000 모델이 제공된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업체에서 제공하는 번들 잉크나 토너 카트리지는 일반 카트리지에 비해 절반, 혹은 1/3 수준의 용량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인데, 이에 비하면 브라더는 제법 양심적인 업체다.
신분증 복사 편하게 할 수 있는 전용 버튼 갖춰
상단 패널의 구성도 상당히 간소하다. 자그마한 흑백 LCD(영어)에 전원 버튼 및 복사, 스캔을 하기 위한 시작 버튼, 메뉴 및 상하 방향키, 그리고 취소 버튼이 달려있는 정도다. 부가 기능이 그다지 없는 제품이니 이런 단순한 인터페이스가 잘 어울린다.
한 가지 눈에 띄는 기능이라면 신분증(ID) 복사용 버튼이 따로 있다는 점이다. 신분증을 스캐너에 올려두고 이 버튼을 누르면 우선 신분증 한쪽 면을 스캔 한 뒤, 신분증 반대편을 스캔 하라고 지시한다. 이 지시에 따라 신분증을 뒤집은 후 다시 버튼을 누르면 용지 한 장에 신분증 양쪽이 함께 인쇄된 결과물이 출력된다. 용지를 여러 번 넣을 필요가 없으니 신분증 복사가 잦은 환경이라면 편리하다.
속도나 품질도 ‘그럭저럭’
인쇄물 출력 속도는 요즘 보급형 레이저 프린터/복합기의 평균 정도인 20ppm이다. A4 문서를 실제로 출력해보니 최초 1매를 출력하는 데 완전 절전모드 상태에서는 20초 정도, 대기모드 상태에서는 4초 정도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이후부터는 이후부터는 2초 정도에 1장씩 꾸준하게 출력되는 것을 확인했다. 스캔 속도는 가장 많이 쓰는 300DPI 모드에서 A4 원고 한 장당 20초 정도가 걸리는 것을 확인했다. 전반적인 출력 / 스캔 속도는 평범한 수준이지만 제품의 가격을 생각해보면 이 정도라도 감지덕지다.
출력된 문서를 살펴보니 ‘표준 품질’ 모드의 결과물은 나름 무난한 편이나 자세히 보면 선의 경계면에 아주 약간씩 번짐이나 계단현상이 느껴진다. 아주 미세한 수준이지만 민감한 사용자라면 신경이 쓰일 수도 있겠다. 참고로 ‘초안’ 모드로 출력할 때도 결과물의 품질은 표준 품질과 그다지 차이가 없었다. 출력 속도의 차이는 그다지 없지만 토너를 조금이라도 아끼려면 표준 보다는 초안 모드를 애용하는 것이 좋겠다.
반면, ‘고품질’ 모드에서는 확실히 표준 품질이나 초안 모드에 비해 선명하고 깔끔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다. 이 역시 출력 속도의 차이는 거의 없었다. 표준모드의 품질이 다소 떨어져 보이는 것은 제품의 성능이 떨어져서라기보다는 토너를 아끼기 위한 설정을 해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여담이지만 DCP-1510의 급지 구조는 제법 양호한 것 같다. 살짝 접혀있거나 스테이플러(호치키스)에 찍혔던 이면지로 출력을 여러 번 해봤는데 용지가 틀어지거나 걸리지 않고 정상적으로 출력되는 것을 확인했다. 내부 구조가 단순한 제품은 이런 장점도 있는 법이다.
누구에게나 무난히 추천할만한 실속파 제품
브라더의 DCP-1510는 딱히 눈에 띄는 부가기능도 별로 없고 성능도 평범한 흑백 레이저 복합기다. 뭔가 특별한 활용법을 기대하는 사용자라면 실망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값이 정말로 저렴한데다 보급형 복합기의 기본기에 충실한 것이 매력이다.
특히 유지비 면에서 유리한 드럼 토너 분리형 카트리지를 사용하며, 제품 자체의 값이 싼데도 정상 용량의 토너 카트리지를 기본 제공한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10만 원 좀 넘는 그야말로 ‘껌 값’ 수준의 제품이지만 품질까지 껌 값은 아니다. 이 정도면 누구에게 추천해도 최소한 싫은 소리는 듣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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