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조연 아닌 주연, 아이폰5c -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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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1월 11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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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아이폰5c는 어찌 보면 ‘미운오리 새끼’같다. 세상에 선보이기 전부터 ‘컬러 아이폰이 나온다 안 나온다’로 말이 많았고, 국내 출시 전에는 ‘이게 보급형이냐 아니냐’로 또 시끌시끌했다. 출시 후에는 ‘판매량이 적네’, ‘애플이 주문량을 줄였네’ 등 안 좋은 소리만 들었다. 거기다 아이폰5s의 그늘에 가려 아이폰5c는 조명조차 받지 못했다. 그야말로 찬밥 신세였다.

고급화를 지향하는 애플. 애플 팬들은 애플의 제품을 쓰면서 심리적 우월감을 느낀다. 그렇기에 국내에 ‘보급형’으로 소개된 아이폰5c는 그들에게 ‘애플이기도 하고, 애플이 아니기도 한’ 애매한 제품이다. 그간 맥북, 아이패드, 아이폰 등을 쓰며 ‘나는 너희와 달라’라고 느꼈는데… 아이폰5c는 그만큼의 프리미엄 느낌을 주지는 못 한다.

5c를 위한 ‘변명’

사실 이러한 분위기는 국내 시장에 국한된 얘기지, 외국에서 아이폰5c는 전혀 보급형이 아니다. 무엇보다, 별로 저렴하지 않다. 최근 구글이 발표한 넥서스5의 가격은 45만 9,000원이다. 그런데 아이폰5c의 가격은 75만 원으로 넥서스5보다 30만 원 비싸다(둘 다 16GB 기준 언락폰).

물론 넥서스5가 보급형이란 소리는 아니지만, 아이폰5c가 보급형이려면 이 정도 가격 경쟁력은 있어야 한다는 소리다. 그렇다면 국내에서 ‘고급형 아이폰’ 자리를 맡은 아이폰5s와의 가격 차이는? 13만 원이다(16GB 기준). 13만 원에 보급형/고급형이 갈린다는 것도 사실 납득하기 어렵다.

성능도 아직 ‘현역’이다. 아이폰5c의 성능은 아이폰5와 대동소이하다. 4인치 레티나 디스플레이에 32비트 A6 CPU, 800만 화소 후면 카메라를 탑재했다. 달라진 점은 전면 카메라의 센서 크기가 1.9마이크론으로 커지고 배터리 용량이 조금 늘었다는 것. 전면 카메라의 화소 수는 120만 화소로 동일하지만 센서가 커져 더 좋은 화질을 보여준다. 배터리 용량도 조금 늘어난 듯 보인다. 애플은 공식적으로 아이폰의 배터리 용량을 밝히지 않았지만, 여러 조사에 따르면 아이폰5는 1,440mAh, 아이폰5c는 이보다 조금 늘어난 1,510mAh로 추정된다.

아이폰5c와 함께 참 여기저기 많이도 돌아다녔다. 의외로 아이폰5c를 보는 사람들의 평가는 긍정적이었다. ‘색깔이 신기하다’, ‘케이스 씌운 것 아니냐’, ‘생각보다 무척 예쁘다’ 등 호기심 가득한 반응을 보였다. 참고로 기자는 이전까지 아이폰5 화이트 모델을 사용했다. 아이폰5c가 아이폰5를 잊게 해줄 만큼 매력 있을까? 2주간 아이폰5c를 써보고 느낀 점을 가감 없이 전달한다. 이번 기사는 ‘디자인’ 편으로 ‘개봉기’ 느낌으로 이해하면 좋겠다.

화려한 색상


처음 아이폰5c가 공개됐을 때, 5c의 ‘c’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두고 말이 많았다. ‘Color(색상)’, ‘Cheap(저렴하다)’, ‘Cool(멋지다)’ 등. 애플은 이에 대해 공식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아이폰5c의 TV 광고 속 ‘컬러풀(Colorful)’이란 말이 큰 힌트같다. 사실 아이폰5c의 가장 큰 특징은 한 눈에 봐도 컬러, 바로 색상이다.


아이폰5c의 색상은 5가지다. 사진으로 제대로 표현하고 싶어 이리저리 찍어봤지만, 색상이 오묘해 잡기 힘들었다. 웹상에서 검색한 아이폰5c의 색상이 제각각인 이유를 그제야 알겠다. 거기다 모니터마다 표현하는 색상 차이도 있을테니… 만약 아이폰5c의 정확한 색을 파악하고 싶다면 실물을 보는 게 제일 좋다. 만약 그럴 수 없다면? 잡지 등 인쇄물이나 버스 정류장에 있는 아이폰5c 광고를 참고할 것. 기자는 감히 그 색상이 가장 실물과 비슷하다고 말하겠다. 버스를 타고 지나가다 보고 ‘바로 저 분홍색이야!’라고 속으로 소리쳤으니 말이다.

이 다섯 가지 색을 뭐라 표현하면 좋을까. 분명 튀지만 형광이 과하게 돌지 않는다. ‘팝(POP)’적이라 하면 설명이 되려나. 색상을 언어로 표현한다는 게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 애플 관계자는 자사 공식 홈페이지에서 표현한 색상을 참고하는 게 가장 좋다고 조언했다.


아이폰5c를 마음에 둔 소비자라면 아마 색상 선택에서 가장 심각한 고민에 빠질 듯싶다. 아이폰5c의 색상은 흰색, 분홍색, 노란색, 파란색, 연두색으로 총 5가지다. 흰색이 이중 가장 무난하다. 아이폰5c는 검은색이 없으므로 흰색이 유일한 무채색이다. 앞면의 검은색과 뒷면의 흰색이 어우러져 또렷하고 깔끔한 느낌이다. 은색이 섞이지 않은 것만 빼면 아이폰3gs가 떠오르기도 한다.


연두색과 파란색. 개인의 취향을 탈 만한 색이다. 연두색은 싱싱한 풀같기도 하고, 고추냉이 색 같기도 하다. 파란색은 시원시원하다. 중장년층 남성에게 아이폰5c를 선물한다면 파란색을 고를 것 같다.


개인적으로 분홍색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유행 지난 핫핑크도 아니고, 그렇다고 너무 새침 떠는 연분홍도 아니다. 활발함이 느껴지는 분홍색이다. 차갑지 않고 따뜻한 느낌이 돈다. 살짝 코럴 레드(Coral red) 느낌이 나는 것도 같다. 그런데 이 분홍색이 눈으로 보기엔 참 예쁜데 소위 ‘사진빨’을 안 받는다. 사진만 찍으면 야밤에 손목에 차는 형광 팔찌 색깔 같아지니 말이다.


마지막으로 노란색이다. 기자는 이 색상을 선택했다. 마음속에는 분홍색이 있었지만… 만족스러운 제품 사진을 찍기 위해서였다. 여러 IT커뮤니티에서 이 색상을 ‘병아리 노란색’이라 부른다. 그만큼 귀엽고 발랄하다. ‘레모나’ 알갱이 색이라 하면 비슷할 것 같다.


아이폰5c의 색상은 5개지만 케이스는 이 5가지 색에 검은색까지 더해 6개다. 애플은 사용자가 아이폰에 케이스를 끼우는 과정에서 다양한 ‘색상 경험’을 할 수 있다고 전한다. 아이폰5c의 색상들은 서로 붙여놔도 두루두루 잘 어울린다. 애플이 처음부터 이 부분을 고려해 색상을 설정했기 때문. 케이스의 뒷 부분은 펀치로 구멍들을 뚫은 듯한 디자인으로 아이폰5c의 색상이 보이도록 했다. 따라서 단말기의 색상과 다른 색상의 케이스를 끼우는 게 더 재미있겠다. 물론 같은 색을 선택한다 해도 유광과 무광의 조화가 있으니 너무 심심하진 않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케이스의 디자인이 별로 마음에 들진 않는다. 배열된 동그라미 사이로 자꾸 먼지들이 들어갔다. 끼었기 때문. 현재는 아이폰5c를 케이스 없이 쓰고 있다.

나사, 유심 트레이까지 검은색


노란색과 검은색은 ‘경고 표지판’이 등에 자주 쓰인다. 이 두 색을 조합하면 눈길을 확 잡아끌기 때문. 그래서일까. 검은색과 노란색으로 둘러싸인 아이폰5c는 자기주장이 뚜렷해 보인다. 이제 노란색 아이폰5c를 기준으로 제품 곳곳을 살펴보겠다.


앞서 말했듯이 아이폰5c는 검은색과 노란색이 중심이다. 다른 색상을 찾자면 홈버튼 안의 네모와 플래시의 플라스틱 부분뿐이다. 전원 버튼, 음소거 버튼, 볼륨 버튼 등이 모두 노란색 플라스틱 소재로 만들어져 통일감 있다. 노란색이라 그런지 마치 ‘레고’ 블록처럼 앙증맞다. 참고로 아이폰5c는 내구성이 좋은 폴리카보네이트 소재로 만들어졌다. 이는 아이폰3Gs와는 차별화되는 점이다.


제품 뒷면엔 검은색 사과 로고가 있다. 앞면이 검은색이라 뒷면의 사과 로고와 이어진 느낌이 든다. 사실 기자는 흰색 전자제품을 무척 좋아하기에 앞면이 흰색이길 바랐다. 애플 관계자는 이에 대해 “여러 색상을 조합해보는 과정에서 검은색이 가장 잘 어울린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생각해보니 꺼진 화면이 검은색일 수밖에 없으므로, 중간에 흰색이 들어가면 뒷면의 색상이 잘 부각되지 않을 수도 있겠다. 노란색에 흰색이면 ‘계란 후라이’같을 수도 있고.



아이폰5c는 철저히 강조 색상과 검은색으로 이루어져 있다. 제품 아래의 이어폰 단자, 충전 단자까지 꼼꼼하게 검은색으로 메웠다. 충전 단자 옆 나사까지 검은색이다. 정말 애플스러운 모습이다. 더 놀라운 것이 또 있다. 혹시나 해서 열어 본 유심 트레이의 색상까지 검은색… 이 정도 되면 무서워지기까지 한다. 참고로 아이폰5c는 충전 단자를 기준으로 스피커가 오른쪽에만 있다. 이전 모델들은 모두 양쪽에 있었는데 이 부분은 조금 아쉽다. 가끔 제품을 가로로 들면 손으로 아래 스피커를 막아 불편하다.


아이폰5c는 UI의 색상도 제품 색상과 같다. 따라서 아이폰5c 노란색의 UI는 노란색이 기준이다. 잠금화면, 배경화면뿐 아니라 다이얼 버튼, 스포트라이트 메뉴 등도 노랗다. 원래 기자는 배경화면을 자주 바꾸는 편인데 아이폰5c는 색상의 통일된 느낌이 예뻐서 바꾸지 않았다.

부드러운 디자인

아이폰5c는 처음 나왔을 때부터 아이폰3Gs를 닮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초기에 나온 아이폰 모델들은 둥글둥글한 느낌이 드는 디자인을 채용했다. 아이폰3Gs는 물방울을 닮은 뒷면 곡선이 특징이다. 그러다 아이폰4부터 각 잡힌 직사각형 형태로 바뀌었다. 이러한 디자인 코드는 아이폰5s까지 이어진다.


오래된 아이폰3Gs와 아이폰5c를 비교해보니 비슷한 것도 같다. 상대적으로 두껍고 작은 아이폰3Gs를 밀대로 밀어 반죽하면 아이폰5c같은 느낌이 날까.


하지만 아이폰5c 옆에 아이팟터치 5세대를 갖다 놓으니, 진정 닮은 것은 이 둘이었다. 부드러운 느낌의 모서리는 아이폰3Gs만큼 곡률이 크지 않다. 아이팟터치를 조금 두껍게 만들고 유광 재질로 바꾸면 아이폰5c와 무척 비슷할 것 같다. 색상이 다양한 점도 비슷한 요인이다.

투명한 박스와 얇아진 충전기


아이팟터치와 비슷한 것이 또 하나 있다. 바로 박스의 모양이다. 그간 다른 아이폰들은 모두 직사각형의 종이 박스에 담겨 있었다. 하지만 아이폰5c는 뚜껑이 투명한 플라스틱 소재가 쓰였고, 디자인이 캡슐 모양이다. 아이폰5c의 색상을 더 잘 볼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어쩌면 이 부분도 의도치 않게 아이폰5c가 보급형이란 느낌을 주는 데 한몫하지 않았을까.


구성품은 단출하다. 아이폰5부터 합류한 이어팟(애플 번들 이어폰)도 포함됐다. 이전 모델들과 다른 것은 바로 충전기. 통통했던 충전기가 날씬해졌다. 이제 멀티탭의 어느 자리건 충전기를 꽂을 수 있다. 이전의 충전기는 멀티탭의 양옆 자리가 지정석이었다. 다만, 동료 기자는 더는 충전 케이블을 연장하기 어렵게 되어 아쉽다고 했다. 물론 기자는 평소 한 번도 연장해 사용하지 않았으므로 별 불편함은 없었다.

다음 기사는 아이폰5c를 직접 사용하며 느낀 점을 기능을 주제로 풀어내는 ‘활용 편’이다.

글 / IT동아 나진희(naji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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