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2010년 즈음에 노트북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제품은 바로 넷북(Netbook)이었다. 넷북은 높은 휴대성과 40~50만원 수준의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큰 인기를 끌었다. 2009년 즈음에는 전체 노트북 판매량 중에 20% 정도를 차지할 정도였다. 하지만 2010년 이후부터 넷북의 인기는 거짓말처럼 사그라졌다. 성능 면에서 소비자들이 실망했기 때문이다. 싼 맛에 넷북을 샀다가 거북이처럼 느린 구동속도 때문에 불편을 겪은 소비자들이 속출, 이는 넷북 전반의 불신으로 이어졌다.
2013년 현재, 한때 넷북이 차지하던 휴대성 중시 노트북 시장은 울트라북(Ultrabook)이 대신하고 있다. 이 역시 고성능은 아니지만 전반적인 반응속도를 높였고, 얇고 세련된 디자인까지 갖추고 있어 인기가 좋다. 하지만 울트라북도 단점은 있다. 바로 비싼 가격이다. 유명 브랜드의 울트라북은 100만원 정도는 줘야 살 수 있을 정도다.
이 때문에 넷북 만큼이나 저렴한 소형 노트북이 부활하기를 원하는 소비자들도 있을법하다. 물론 예전의 넷북처럼 지나치게 성능이 낮아서는 곤란할 것이다. 에이수스(ASUS)에서 이번에 새로 내놓은 ‘X102BA’는 이러한 소비자들의 요구를 반영하고 최근 IT기기의 특징도 일부 반영한 ‘포스트 넷북’이라 할 만한 제품이다. 2013년 11월 인터넷 최저가 기준 40만원대 중~후반에 팔리고 있어 가격 부담도 적다.
외형은 영락없는 ‘넷북’이지만 내부 사양은 향상
10.1인치 크기의 작은 화면에 1.1Kg의 가벼운 무게, 그리고 2.5cm 남짓의 두께를 가진 X102BA는 2009년 즈음에 한창 팔리던 넷북과 놀랄 만큼 닮았다. 화이트, 핫핑크, 블랙 등 3가지의 다양한 컬러를 갖춘 모델을 선택할 수 있는 캐주얼함도 예전의 넷북을 생각나게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기능과 성능까지 넷북스럽지는 않다. 넷북에 주로 탑재되던 인텔 아톰(Atom) 프로세서보다 한층 나은 성능을 발휘하는 AMD A4-1200 APU 프로세서(동작속도 1GHz, 듀얼코어)를 탑재했으며 4GB의 제법 넉넉한 메모리도 갖췄다.
의외로 충실한 측면 포트 구성
제품 측면을 살펴보면 기존 USB 2.0에 비해 최대 10배 이상의 대역폭(데이터가 지나가는 통로)을 발휘하는 USB 3.0 포트, HDTV를 노트북에 연결해 즐기고자 할 때 유용한 HDMI 포트 등 신세대 제품에 어울리는 신형 인터페이스도 탑재했다.
측면 포트의 구성만 보면 울트라북 대비 나은 점도 있다. 울트라북은 두께가 너무 얇아서 일부 포트를 생략하거나 일반 포트보다 작은 소형 포트를 탑재(사용하려면 변환 젠더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 X102BA는 울트라북보다는 본체가 살짝 두꺼운 대신 총 3개의 넉넉한 USB 포트(2.0 2개, 3.0 1개)와 표준 규격의 유선랜 포트 및 D-Sub(VGA) 포트를 갖추고 있어 주변기기 연결이 좀 더 수월하다.
보급형 노트북에서 보기 드문 터치스크린 탑재
무엇보다 X102BA의 눈에 띄는 점은 멀티터치가 가능한 10.1 인치(화면 해상도 1,366 x 768) 터치스크린을 갖춘데다 운영체제 역시 터치 인터페이스에 특화된 윈도8(윈도 8.1로 업데이트 가능)을 탑재했다는 점이다. 윈도8이야 요즘 나오는 노트북이라면 거의 기본이지만 터치스크린이 달려있다는 점은 제품의 가격대를 생각하면 제법 의외다. 비슷한 성능의 노트북이라도 터치스크린이 달리면 10~20만원 정도 비싸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터치스크린을 갖춘 덕분에 윈도8 전용 앱과의 궁합도 좋다. 아직 윈도8 전용 앱의 수가 적어서 재미 삼아 써보는 정도지만 미래를 생각하면 터치스크린이 없는 것 보다는 있는 것이 확실히 낫다. 그리고 데스크탑 모드에서 구동되는 기존 응용프로그램을 구동할 때도 창을 옮기거나 문서를 스크롤 하는 등의 용도로 터치스크린을 쓸 수 있어서 마우스 없이 사용할 때도 상대적으로 편하다.
게임 구동도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
성능적으로 보면 인터넷이나 문서작업, 동영상 감상 정도를 원활히 하기에 문제가 없다. 다만, 성능보다는 저전력을 중시하는 프로세서를 탑재하고 있는데다 일반 HDD 기반으로 구동되기 때문에 주로 SSD를 탑재하는 울트라 북에 비해 부팅 속도나 프로그램 실행 속도가 다소 느린 감은 있다. 500GB로 저장 용량이 넉넉한 편이라는 것을 위안으로 삼자.
X102BA에 탑재된 AMD A4-1200 프로세서는 라데온 HD 8180 GPU(그래픽처리장치)를 품고 있다. 아주 고성능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어느 정도 게임 구동도 가능한 기종이다. X102BA로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AOS 게임인 리그오브레전드(이하 LOL)을 구동해보니 화면 해상도 1,366 x 768, 그래픽 품질 ‘중간’의 옵션에서 평균 25~30프레임 정도로 구동, 완벽하진 않지만 그럭저럭 플레이는 가능했다.
물론 LOL은 시스템 요구 사양이 그다지 높은 게임이 아니기 때문에 LOL을 할 수 있다 하여 X102BA의 게임 성능이 우수하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게임 구동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던 과거의 넷북에 비하면 확실히 나아진 점이라 할 수 있지만 게임을 하기 위해 X102BA를 사려한다면 추천하기 어려울 것 같다.
저렴한 가격에 터치스크린까지 갖춘 ‘포스트 넷북’
에이수스의 X102BA는 앞서 말한 것처럼 여러 가지 면에서 넷북을 떠올리게 하는 제품이다. 전반적인 디자인은 물론, 작은 크기와 40~50만원 사이의 저렴한 가격대를 보자면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내부적인 성능이나 기능적인 면에서는 확실히 과거의 넷북보다 확실히 발전했으며, 터치스크린까지 탑재하고 있다는 점은 가격대비 가치를 높이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X102BA이 고성능 제품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최신 게임이나 동영상 인코딩, 그래픽 디자인 같은 작업을 자주하는 사용자에겐 추천하기 어렵다. 울트라북 제품군에 비해 전반적인 반응 속도가 살짝 느린 것도 아쉽다. 하지만 최소한의 비용 투자로 높은 휴대성에 터치스크린까지 갖춘 노트북을 원한다면 X102BA만한 제품도 없는 것도 사실이다. 2013년에 부활한 ‘포스트 넷북’을 체험하고자 하는 사용자라면 에이수스 X102BA에 관심을 가져볼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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