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 보이는 얼굴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기능성 화장품이 쏟아지고 병원들은 앞 다퉈 새로운 시술법을 개발한다. 하지만 어려보이는 외모를 가진다고 해서 몸까지 나이보다 젊어지는지는 의문이다. 자신의 건강 상태를 말해주는 혈관의 나이를 알기나 할까.
40대 초반의 남성이 직장 건강검진에서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다는 결과가 나와 병원을 찾았다. 2년 전 직장 건강검진에서 콜레스테롤이 정상보다 높다는 말은 들었지만 크게 눈여겨보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 6개월 사이 몸무게가 5kg이 늘고 허리둘레가 36인치나 되면서 총 콜레스테롤이 dL당 300mg으로 높아져 슬슬 걱정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몸무게가 늘어난 이유를 물어봤다. 야근이 잦아지면서 저녁 늦게 먹는 고열량의 식사와 술이 원인이었다. 운동과 식사조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고지혈증 약을 복용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하면서 혈관 나이를 측정했다.
생물학적 나이는 42세였지만 심혈관의 나이는 64세였다. 10년 후 심혈관질환이 생길 위험은 10%로 추정됐다. 나쁜 생활습관과 병의 경고를 무시한 결과, 혈관이 병들고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의 위험이 높아졌다.
필자는 지난해 전국 26개 병원 가정의학과에서 지질저하제를 처방받은 고지혈증 환자 1851명을 상대로 6개월 후 목표 콜레스테롤 수치에 이르렀는지를 연구했다. 그 심혈관질환의 위험이 높은 환자일수록 고지혈증이 잘 조절되지 않았다. 저위험군은 10명 중 9명꼴로 치료 목표를 달성했다. 고위험군 환자는 10명 중 7명, 초고위험군 환자는 10명 중 2, 3명에 불과했다.
의사가 아무리 최적의 치료계획을 세워도 환자가 따라오지 않는다면 효과는 그리 높지 않다. 이럴 경우 ‘순응도가 낮다’고 한다. 연구를 분석한 결과 환자의 순응도가 목표 달성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인자였다.
혈관 나이를 측정하면 심뇌혈관질환 고위험군 환자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또 환자에게 경각심을 줘서 순응도를 높이는 효과도 있다. 환자의 나이, 성별, 키, 체중, 복부둘레,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만성질병 여부, 심뇌혈관질환 가족력, 흡연이나 음주, 운동 같은 자료를 토대로 허혈성심혈관질환과 뇌혈관질환의 위험도를 계산하고 그 결과를 그래프로 시각화한 자료가 혈관 나이다. 이를 통해 아스피린과 지질저하제 복용이 필요한지와 약물치료 시 저밀도-콜레스테롤 목표 수치까지 확인이 가능하다.
의사는 환자의 혈관 나이 측정을 통해 약물 처방이 필요한 환자를 정확히 알아내 심뇌혈관 질환을 1차로 예방할 수 있다. 환자는 자신의 혈관 나이를 확인함으로써 위험요인을 알게 되고 의사의 지침에 따라 금연, 적정 체중 유지, 규칙적인 운동, 적절한 음주를 실천할 수 있다. 이렇게만 한다면 심뇌혈관질환의 예방과 더불어 비만이나 흡연으로 인한 암까지 크게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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