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조선 철강 유화, 中에 얻어맞고 신흥시장서 쓰러질 판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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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주력기업들 ‘ICE장벽’ 비상

한국 주력기업들 'ICE장벽' 비상
미국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가 17일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을 발표한 뒤 국내 정보기술(IT) 업계는 충격에 빠졌다. 중국 화웨이와 레노버가 각각 5.0%와 4.8%로 LG전자(4.7%)를 제치고 세계 시장 3위와 4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 텐센트의 모바일 메신저 ‘위챗’ 사용자는 4억3000만 명으로 세계 1위다. 국내 대표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 사용자는 1억 명에 불과하다. 이성근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대만의 IT 인프라 및 지식을 빠르게 흡수한 중국 IT 기업들은 이제 국내 업체들과 기술 격차가 거의 없어졌다”고 말했다.

○ IT 시장은 곧 한계에 도달

글로벌 경기 불황 속에서도 국가경제의 ‘버팀목’이 돼 왔던 정보기술(IT),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 국내 주력 산업들에 ‘빨간불’이 켜졌다. ‘IT 시장 성장 둔화’(I), ‘차이나 리스크’(C), ‘이머징 마켓 침체 가능성’(E)으로 해당 기업들이 내년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SA가 9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휴대전화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5.9%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내년부터 2016년까지 연간 성장률이 5.7%, 4.9%, 3.7% 등 매년 뚜렷한 하락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따라 반도체 산업의 타격도 예상된다. 미국 시장조사업체인 가트너는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가 올해 6.8%, 내년 6.6%, 2015년 2.7%로 점차 성장률이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글로벌 시장의 절반을 점유하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중에는 D램시장이 더 빠르게 위축될 것으로 전망됐다.

○ 이미 현실화된 차이나 리스크…신흥시장 위기론도 대두

한국의 수출액 가운데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24.2%, 지난해 24.5%, 올해(1∼10월) 25.9%로 계속 늘어나고 있다.

중국 의존도가 큰 석유화학 업계에선 “중국이 기침을 하면 한국은 난리가 난다”는 말이 통용될 정도다. 업계 1, 2위인 롯데케미칼과 LG화학마저도 해외 수출량 중 40% 이상을 중국에 수출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동남쪽 해안에 속속 들어서고 있는 대규모 석유화학 생산설비들은 국내 기업으로서는 가장 위협적인 요소다.

조선에서는 ‘차이나 리스크’가 이미 현실화됐다. 국내 조선업은 2008년 글로벌 1위 자리(수주잔량 기준)를 중국에 내줬다.

현대경제연구원(HRI)은 “유화, 철강 등 기초소재 제조업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중국 수요에 의존(차이나 이펙트)해 고성장을 거듭해 왔다”며 “그러나 지금은 중국의 대규모 생산 능력 확충으로 인한 공급과잉 문제가 대두돼 새로운 전략을 짜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브라질, 러시아, 인도 등 이머징 마켓의 경제성장 둔화도 국내 기업들이 넘어야 할 새로운 과제다.

현대·기아자동차는 미국 시장 점유율이 2011년 8.9%에서 지난해 8.7%, 올해(1∼9월) 8.2%로 점차 뒤로 밀리고 있다. 그 대신 중국과 브라질에서 판매량을 확대해 글로벌 시장 장악력을 키워 왔다. 만약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등 대외 요인으로 신흥국 시장이 위축된다면 현대·기아차의 성장 동력이 둔화될 수도 있다.

김수욱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외적 위협요인들을 능동적으로 극복하려면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신시장 개척 등을 한시도 늦춰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창덕 drake007@donga.com·정호재·강홍구 기자
#IT#중국#위챗#차이나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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