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지간한 가정이라면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태블릿PC와 같은 휴대용 단말기 1~2대 정도는 보유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환경에서 거의 필수적으로 어우러지는 것이 바로 와이파이 핫스팟을 생성하는 유무선 공유기다.
요즘 나오는 고급형 유무선 공유기에 탑재되는 주요 기술이라면 차세대 와이파이라 불리는 802.11ac 규격과 고속 유선 인터넷을 하기 위한 기가비트 랜포트, 그리고 복수의 안테나를 조합해 무선 범위와 속도를 향상시키는 MIMO(Multiple Input Multiple Output) 기술 등이 있다. 다만, 이런 고급 기술들을 모두 갖춘 제품이라면 가격이 상당한데다, 태반의 일반인들은 이런 기능을 제대로 활용할만한 지식이나 대응 기기를 갖추고 있지 않다.
이런 일반인들이 유무선 공유기를 산다고 할 때 가장 눈 여겨 볼만한 요소라면 가격, 그리고 브랜드 인지 정도일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잘 나가는 브랜드의 보급형 제품을 사게 된다는 의미다. 고급 기술에 대한 고려는 우선순위가 한창 밀리기 마련이다.
세계 1위 유무선 공유기 브랜드, ‘티피링크(TP-Link)’
다행히도 시장에는 1~2만 원대에 팔리는 유무선 공유기도 많다. 가격적인 부담은 일단 덜었다. 그렇다면 브랜드는 어디를 고르는 것이 좋을까? 현재 국내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은 공유기 브랜드는 역시 EFM네트웍스의 아이피타임(ipTIME)이니 그냥 이 회사의 보급형 제품을 사면 되는 것일까?
물론 아이피타임은 좋은 제품을 많이 내놓고 있다. 하지만 국내를 벗어나 해외시장의 상황까지 고려해본다면 ‘티피링크(TP-Link)’라는 브랜드도 고려해 볼만하다. 중국에 본사를 둔 이 회사는 2013년 1분기 기준, 세계 무선 공유기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IDC 발표 기준). 다만, 한국 시장 진출이 많이 늦었기에 국내 사용자들 사이에서 인지도는 그다지 높지 않다.
이번에 살펴볼 제품은 티피링크의 보급형 유무선공유기인 ‘TL-WR740N’이다. 가격은 매우 싸다. 2013년 11월 인터넷 최저가 기준 1만 3,700원에 살 수 있을 정도다. 802.11ac나 기가비트랜, MIMO와 같은 고급 기능은 없지만 싼 가격이 이 모든 아쉬움을 상쇄한다. 남은 것은 과연 이 제품이 글로벌 1위 브랜드에 어울리는 충실한 기본기를 갖추고 있느냐의 여부이니 이를 자세히 알아보자.
어디에나 어울리는 무난한 디자인의 소형 공유기
TL-WR740N은 어른 손 하나 크기의 소형 제품이다, 디자인도 무난해서 어디에 설치하더라도 그다지 위화감은 없다. 바닥 부분에 고리를 걸 수 있는 홈이 있으니 벽걸이 형태로 설치할 수도 있을 것이다. 후면의 구성도 평범하다. 전원 버튼 및 리셋(재시작) 버튼, QSS(Quick Setup Security, WPS) 버튼 및 총 4개의 기기에 인터넷을 공유할 수 있는 10/100Mbps 유선 랜 포트를 갖추고 있다.
전면 상단을 보면 상당히 많은 상태표시 LED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전원이나 유선랜 각 포트, 무선랜의 상태를 표시하는 LED 정도야 다른 유무선 공유기들도 대부분 있는 것이지만, 시스템의 이상 여부를 표시하는 시스템 LED, 보안 접속을 간편하게 할 수 있는 QSS 기능의 작동여부를 표시하는 LED까지 있는 점은 보급형 제품으로선 의외다.
고성능 안테나와 칩셋 달아 안정적인 품질 기대
안테나는 1개뿐이고 최대 무선 연결 속도도 150Mbps(802.11n)로 평범하다. 대신 감도가 높은 5dBi 규격의 안테나를 채용했고, 보급형 공유기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퀄컴의 아데로스(Atheros) 400MHz 칩셋을 탑재하고 있어 무선 연결 품질이나 안정성 면에서는 기대가 된다.
설치 편의성도 ‘그럭저럭’
초보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보급형 제품은 설치의 편의성이 중요하다. 공유기 제품들은 대개 초기 설정을 돕는 설치용 CD를 본체와 함께 제공하며 TL-WR740N도 마찬가지다. CD를 PC에 넣고 실행시킨 뒤 ‘간편 설치 마법사’를 선택, 화면의 지시를 따르면 간단히 인터넷 연결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유선뿐 아니라 무선 인터넷의 이름이나 접속 암호 등도 설정 가능하다. 혹시 무선 인터넷의 암호 설정 후에 이를 잊어버릴 때를 대비, 과정 완료 후 설정 내용을 정리한 텍스트파일을 생성해 보관할 것인지를 물어보기도 한다. 완벽한 보안을 위해서는 저장하지 않는 것이 나을 수도 있으나 편의를 생각한다면 저장해두는 것이 좋겠다.
무선 접속 시, 편의성을 높이면서 보안도 강화하고 싶다면 QSS 버튼을 활용해 보자. 타사 공유기에서는 WDS라고 하는 이 기능은 무선 접속 시에 비밀번호를 입력할 필요 없이 공유기와 단말기의 버튼을 각각 눌러주기만 하면 접속이 가능한 기능이다. 물론 WPS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 기기라면 쓸 수 없다.
만약 CD-ROM을 이용할 수 없는 PC(소형 노트북 등)라면 공유기와 PC를 연결한 후 웹브라우저에 공유기의 IP(192.168.0.1)를 입력, 공유기 설정메뉴로 직접 들어가 초기설정을 할 수도 있다. 공유기의 설정메뉴가 한글화가 잘 되어있고 초보자를 위한 ‘빠른 설정’ 항목도 있으니 누구나 어렵지 않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CD-ROM 안에는 제품의 활용법을 자세히 설명한 디지털 설명서도 들어있으나 한글화가 되어 있지 않은 것이 아쉽다. 설치과정만 간단히 설명한 퀵 가이드만 한글화 되어있다.
IP QoS 등 보급형 제품 치고는 충실한 기능
설정메뉴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포트트리거, 포트포워딩, DMZ 설정 등 요즘 공유기 라면 갖춰야 할 필수기능들을 대부분 지원하며, 보급형 공유기에는 종종 생략되곤 하는 IP QoS 기능까지 갖춘 것이 눈에 띈다. QoS란 해당 공유기에 접속하고 있는 특정 사용자의 대역폭(데이터가 지나가는 통로)를 제한 하는 기능이다.
다수의 사용자가 네트워크를 공유하는 상태에서 특정 사용자가 지나치게 큰 대역폭을 사용하면 나머지 사용자들의 인터넷 속도가 저하될 수 있는데, QoS 기능을 이용하면 이를 해결할 수 있다. 사무실이나 공공장소에서 공유기를 이용할 때 유용한 기능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각 메뉴가 어떤 기능을 하는지를 자세히 설명하는 상태 도움말이 메뉴 오른쪽에 표시된다. 설명이 상당히 상세한데다 한글화도 잘 되어있어 많은 도움이 된다.
실제로 써본 티피링크 TL-WR740N
제품에 대한 대략적인 특징을 알아봤으니 다음은 직접 활용해 보며 성능을 가늠해 볼 차례다. 이런 유무선 공유기를 이용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무선 성능이다. 얼마나 멀리 있는 곳, 혹은 장애물이 많은 곳에서도 끊김 없이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지가 관건일 것이다.
우선은 유선 연결시의 인터넷 속도를 측정해봤다. KT의 FTTH를 쓰는 환경에서 TL-WR740N에 직접 유선으로 노트북(HP의 DV6)을 연결, 한국정보화진흥원의 인터넷품질 테스트 서비스(http://speed.nia.or.kr/)를 이용해 속도를 측정해 봤다.
측정결과, 다운로드 기준 80Mbps 정도의 양호한 평균 속도를 내는 것을 확인했다. 유선랜 사양 상의 최대 속도인 100Mbps 에 근접한 속도를 내는 것으로 보아 TL-WR740N의 기본적인 유선 성능은 신뢰할만하다.
다음은 무선 성능 측정이다. 우선 공유기 근처 2~3미터 반경의 가까운 거리에서 속도를 측정해 봤다. 이번에는 노트북 외에 스마트폰(아이폰5)으로도 속도 측정 앱(벤치비)을 이용, 속도를 측정해봤다.
측정 결과, 노트북은 50Mbps 근처, 스마트폰으로는 30Mbps 정도로 측정되었다. 스마트폰은 노트북에 비해 상대적으로 속도가 잘 나오지 않는 편이라는 것, 그리고 무선이라는 점을 고려해보면 이 역시 양호한 수준이라 할 수 있다.
①장애물 없는 15m 거리
다만, 무선 랜이라면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만 쓸 리가 없다. 기기와의 거리가 멀어질수록, 그리고 그 사이에 장애물이 많을수록 접속 속도는 낮아지며 일정 수준 이상이라면 접속이 끊어질 것이다. 그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가 해당 유무선 공유기의 성능을 의미하는 것이다.
우선 15m 정도 떨어진 곳에서 속도 측정을 해봤다. 공유기와 단말기 사이에 장애물은 없는 상태다. 측정 결과, 노트북에서는 25Mbps, 스마트폰에서는 15Mbps 정도로 측정되며 원활한 인터넷이 가능했다. 이 정도면 일반 가정 한 채 정도는 무리 없이 커버가 가능할 것 같다.
②장애물 없는 25m 거리
다음은 좀더 먼 25m 정도 떨어진 곳에서 속도를 측정했다. 역시 공유기와 단말기 사이의 장애물은 없는 상태다. 측정 결과, 노트북에서 3.5Mbps, 스마트폰에서는 3.0Mbps 정도 속도가 크게 떨어졌다. 이 정도면 약간 느리긴 해도 인터넷 서핑 자체에 곤란을 겪을 정도는 아니다. 다만, 원활하게 접속이 가능한 것은 이 정도가 한계 인 것 같다. 이 상태에서 몇 걸음 정도 더 이동하니 접속이 끊어지는 것을 확인했다.
②장애물 있는 15m 거리
사실 위와 같이 완전히 장애물이 없는 환경에서 무선 랜을 쓰는 경우는 드물다. 무선 장비의 진짜 실력을 가늠해 보려면 장애물이 있는 환경에서 어느 정도로 신호를 잘 전달하는지를 측정해 볼 필요가 있다. 이번에는 목재 벽 2개로 가로막힌 15m 정도 떨어진 실외에서 속도 측정을 해봤다. 측정 결과, 노트북에서는 2.5Mbps 남짓, 스마트폰에서는 2Mbps 정도의 속도를 냈다. 속도는 좀 느리지만 기본적인 인터넷 서핑은 무리가 없는 수준이다. 이 상태에서 몇 걸음 정도 더 이동하니 접속이 끊어졌다.
값싸고 기본기 좋지만 사후지원이 관건
티피링크 TL-WR740N는 사실 고성능 제품은 아니다. MIMO를 지원하지 않는 단일 안테나 제품이다 보니 300Mbps 같은 고속 모드를 지원하지 못하고 장애물에 의한 속도저하도 제법 있다. 하지만 접속 중에 끊김이 발생하는 일이 없었으며, 수신 거리도 긴 편이다. 전반적인 기기의 안정성도 양호한 수준이었다. 보급형 제품 치고는 기본기가 좋은 편인데 가격이 1만 원대 초반에 불과하니 누구에게 추천해줘도 싫은 소리는 듣지 않을 것 같다.
다만, 공유기 제품은 제품 자체의 품질 외에 사후지원도 중요하다. 티피링크가 한국에 지사를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한 것이 불과 반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았으니 사후지원 측면에서는 국내 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도 있다. 특히 사용 설명서나 홈페이지 FAQ 항목의 한글화가 되지 않은 점 등은 아쉽다.
그래도 2년의 무상 보증 기간을 제공하고 고객 지원을 위한 네이버 카페를 적극적으로 운영하는 등, 한국 시장을 공략하고자 하는 의지는 확실히 느껴진다. 티피링크의 한국 시장 공략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니 앞으로 어떻게 세계 1위 업체다운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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