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되니 눈이 더 침침한가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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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불청객 노안 예방법

시력이 나쁜 사람들은 대체로 어두워지면 감각이 떨어지는 느낌을 받는다. 일찍 어두워지는 계절, 눈도 더 일찍 침침해진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다. 인체의 모든 감각은 상호 영향을 미친다. 잘 보여야 잘 들리고, 더불어 잘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밤이 아닌데도 시력이 확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면? 40대 들어 가까운 글자를 읽을 수 없을 만큼 눈이 침침해졌다면? 싫더라도 눈이 늙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눈의 노화는 막을 수 없다.

정상 시력의 20대 남성이 멀리 봤다가 25∼30cm 거리에 있는 사물로 시선을 옮긴다고 가정하자. 이때 수정체가 자연스럽게 두꺼워지면서 초점을 맞춘다. 시선을 가까운 곳에서 먼 곳으로 옮기면 수정체는 반대로 얇아지면서 물체의 정확한 상을 망막에 맺도록 한다.

노안은 바로 이 수정체가 늙으면서 발생한다. 수정체가 탄력성을 잃은 탓에 두꺼웠다 좁아졌다 하는 움직임이 어렵다. 가까운 곳에 있는 물체를 봐도 수정체가 두꺼워지지 않으니 초점이 맞지 않는다. 물체의 상이 망막에 맺혀야 하지만 실제로는 망막의 뒤쪽에 맺힌다. 그래서 제대로 물체를 인식하려면 일부러 허리를 뒤로 젖혀야 한다. 약간 거리를 두면 물체의 상이 망막에 맺히게 된다.

노안은 치료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정상 시력을 되찾는 식의 100% 치료는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노화를 늦추거나 증상을 완화하는 방법이 현재로서는 최선의 치료인 셈이다.

가장 흔한 방법이 볼록렌즈 안경을 착용하는 것이다. 근시냐 원시냐에 따라 처방은 달라진다. 렌즈도 ‘2중 초점렌즈’나 ‘누진 초점렌즈’ 등으로 다양하다. 따라서 전문의와 상담을 먼저 해 보는 게 좋다.

최근에는 다양한 수술법이 활용되고 있다. 예전에는 인공 수정체와 같은 재질로 된 링이나 투명밴드를 집어넣어 수정체에 탄력을 주는 식의 수술을 많이 했다. 하지만 이 방법의 효과에 대한 논란이 일면서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최근에는 레이저를 이용해 각막 주변의 콜라겐 섬유를 수축시킴으로써 원시와 노안을 동시에 치료하는 방법이 각광을 받고 있다. 백내장과 노안을 동시에 치료하는 수술도 꽤 종종 이뤄진다. 하지만 이런 방법에 대해서도 논란은 남아 있다.

한 안과 교수는 “이런 치료법이 완전하다고 말할 수 없다. 수술 뒤 눈부심 현상이나 어지러움과 두통 같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비용과 효과를 다 고려한다면 볼록렌즈를 착용하는 게 최선의 선택이다”라고 말했다. 반면에 또 다른 안과 교수는 “수술의 안전성은 전 세계적으로 입증됐다.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반박했다.

노안을 막을 수는 없을까. 현대 의학 수준으로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 다만 노안이 나타나는 시기를 어느 정도 늦추거나 증상을 완화시킬 수는 있다. 예방법을 익혀두는 게 좋다.

첫째, 자외선을 피해야 한다. 눈이 오랫동안 자외선에 노출되면 수정체 조직에 변형이 생겨 노안을 유발할 수 있다. 40대가 됐다면 외출할 때 선글라스를 항상 끼고 다니도록 하자. 여성들은 양산을 사용하는 것도 좋다.

둘째, 눈을 아끼는 생활패턴이 필요하다. TV를 시청할 때는 반드시 조명을 켜야 한다. 버스나 지하철에서는 가급적 독서를 하지 않는다. 컴퓨터와 눈의 거리는 30cm 이상을 유지한다. 장시간 눈을 쓰는 일을 한다면 1시간마다 5∼10분은 쉬어야 한다. 조명은 백열등 1개와 스탠드 형광등 1개를 함께 사용하는 정도인 400∼700럭스를 유지한다. 눈을 감고 안구를 천천히 돌리는 ‘안구 스트레칭’도 좋다.

셋째, 눈에 좋은 음식을 찾아 먹자. 비타민 A가 풍부한 늙은 호박이나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시금치가 좋다. 블루베리나 당근은 망막에 있는 단백질의 재생을 돕는다. 대체로 눈에 좋은 물질인 ‘루테인’과 비타민이 많이 들어있는 녹황색 채소와 과일을 자주 먹는다. 흡연과 음주는 눈 건강에 치명적이다. 가급적 줄이거나 끊자.

넷째, 정기적으로 안과에 가서 눈 검진을 받는다. 40대 이후에는 1년에 1, 2회 검진을 받는 게 좋다. 이 검진을 통해 노안이 시작됐는지, 시작됐다면 얼마나 진행됐는지를 체크한다. 그 결과에 따라 즉각 대처함으로써 노안의 진행을 늦출 수 있다.

(도움말=김태임 세브란스병원 안과 교수, 주천기 서울성모병원 안과 교수)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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