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의학을 달린다]뇌졸중클리닉팀, 첨단장비 갖추고 24시간 응급시스템 운영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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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경희대병원

고준석 강동경희대병원 신경외과 교수가 환자와 상담하며 뇌동맥류가 있는지 진단하고 있다. 강동경희대병원 제공
고준석 강동경희대병원 신경외과 교수가 환자와 상담하며 뇌동맥류가 있는지 진단하고 있다. 강동경희대병원 제공
서울 강동구에 사는 김모 씨(34)는 10일 전부터 두통을 느꼈다. 급기야 머리를 망치로 내려치는 듯한 통증이 나타났다. 구토 증상도 생겼다. 급히 강동경희대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병원은 즉각 뇌 컴퓨터단층(CT)촬영 검사를 시행했다. 김 씨의 뇌동맥 일부가 꽈리처럼 부풀어 올라 있었다. 뇌동맥류 파열에 의한 뇌지주막하출혈. 김 씨는 바로 뇌혈관 조영술을 받았다. 3일이 지난 지금은 퇴원해 일상생활을 정상적으로 하고 있다.

고준석 강동경희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지금처럼 찬바람이 부는 겨울에 울렁거림이나 구토를 동반한 두통이 나타난다면 반드시 대형병원을 찾아 이상이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뇌동맥류 파열 40대도 급증


뇌지주막하출혈의 주 원인인 뇌동맥류 파열은 60세 이상 고령자에게서 많이 발견되는 질환이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40대 이하 젊은층 환자가 급증하는 추세다.

고 교수와 뇌졸중클리닉 수술팀이 2006년 6월 개원 이후 2013년 10월까지 뇌동맥류 파열로 치료받은 환자 633명을 분석한 결과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40대 이하가 199명(31.4%), 50대가 174명(27.5%), 60대 118명(18.6%), 70대 이상 122명(19.3%)이었다. 전체적으로 40대 이하가 3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과거에는 50대 이상에서 많이 나타났던 뇌동맥류 파열이 30, 40대에서 더 많이 발생하게 된 이유가 있다.

우선 고혈압 같은 성인병 환자가 전체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또 다른 이유는 이들 젊은층이 50대 이상에 비해 건강에 대한 관심이 적은 데 있다. 지나치게 현재의 건강 상태를 과신하고 자만하는 경향이 있다. 당뇨, 고혈압 등의 성인병 관리에 소홀하게 된다. 게다가 사회적, 경제적으로 갖가지 스트레스에 너무 많이 노출돼 있다. 흡연도 주요 원인 중 하나다.

반면에 50대 이상의 연령층에서는 CT나 자기공명영상(MRA) 촬영 등으로 뇌혈관 상태를 쉽게 파악할 수 있어 환자 증가세가 완화되고 있다.

뇌동맥류 파열, 심한 두통과 구토 동반

뇌동맥류 파열은 뇌동맥 일부가 얇은 주머니나 풍선꽈리처럼 부풀어 올랐다가 갑자기 터지는 질환이다. 터지기 전까진 대부분 증상이 없다가 터진 뒤 극심한 두통이 생긴다. 많은 환자들이 “머리에 천둥이 치는 것 같다”거나 “머리가 터질 것 같다”고 호소할 정도다.

혈관이 파열하면 순간적으로 뇌의 압력이 상승한다. 이로 인해 뇌신경이 손상돼 나타나는 증상들이다.

특히 지금처럼 기온이 낮은 겨울철이나 겨우내 움츠리다 야외활동이 많아지는 초봄에 많이 나타난다. 파열된 뇌동맥류 환자 10명 중 2, 3명은 병원에 도착하기도 전에 사망한다. 이른바 ‘초응급 질환’이다.

만약 △열 구토 경련이나 의식 소실을 동반하거나 △눈 또는 귀 주변의 통증과 두통이 함께 나타날 때 △평소와 다른 형태의 두통이 극심하게 나타날 때는 정밀 진단이 필요하다.

뇌동맥류 터지기 전 예방이 가장 중요


뇌동맥류 꽈리가 터지기 전 코일색전술을 받으면 사망률은 제로 수준이다. 95% 이상 합병증 없이 정상생활이 가능하다. 꽈리가 터지면 20∼30%가 사망하며 치료를 받아도 30% 정도는 중증 장애가 남는다. 결국 예방이 가장 중요한 셈이다.

위험 인자로는 흡연, 고혈압, 고지혈증, 가족력, 유전성 혈관질환 등이 있다. 이런 위험인자가 있다면 뇌혈관 이상 유무를 점검할 수 있는 뇌혈관 CT나 뇌혈관 MRA 촬영으로 검사해 볼 필요가 있다.

금연, 금주는 물론이고 혈압이 오르지 않도록 식생활을 조절하고 적절한 운동도 곁들여야 한다. 1일 염분 섭취량을 10g 이내로 낮춘다. 과음은 혈압을 높이므로 제한한다. 신선한 야채와 과일을 섭취한다. 고콜레스테롤 음식 대신 두부나 생선 위주의 식사를 하면 좋다.

7.5시간 내 응급치료

뇌동맥류 파열을 치료하는 방법으로는 머리뼈를 열고 부풀어 오른 동맥류를 묶어주는 수술(뇌동맥류 경부결찰술)과 백금코일을 이용해 꽈리 내부를 채워주는 시술법(코일색전술)이 있다.

코일색전술은 뇌수술이 어려운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된다. 사타구니 부위 혈관인 대퇴동맥을 통해 뇌동맥류 안에 가느다란 관을 넣고 꽈리 내부를 특수 코일로 채워 막는 시술이다. 머리에 칼을 대지 않고 효과적으로 동맥류를 치료하는 이 시술법은 최근 몇 년 사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치료 결과 또한 매우 우수하다.

강동경희대병원 신경외과 뇌졸중클리닉 수술팀은 24시간 응급수술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평균 7.5시간 이내에 전문화된 응급치료를 시행한다. 수술 결과가 좋고 다시 출혈이 나타나는 빈도도 1% 미만이다. 뇌동맥류 치료를 위해 방사선영상기기 및 미세수술 현미경의 발달은 물론 뇌항법장치, 뇌신경내시경, 뇌감시장치 등 첨단 장비를 도입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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