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업계는 그동안 복제약 개발에 열을 올렸던 게 사실이다.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신약 개발보다는 어떻게 하면 빠른 시간 안에 신약과 비슷한 약을 만들어내는가에 집중했다. 국내 약가도 복제약을 빠르게 만들수록 유리하게 책정됐다.
하지만 최근 정부 차원의 신약 개발 지원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제약 산업의 미래를 위해 연구개발(R&D) 투자를 활성화해 신약 중심의 제약 시장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복제약으로는 글로벌 시장으로 뻗어나가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신약 개발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국내 제약업계도 새로운 분야 개척에 한창이다. 특히 기존 물질에 새로운 기술력을 더해 업그레이드한 ‘스마트 리노베이션’ 신약 개발이 눈길을 끈다.
만성B형간염 치료제 비리어드는 틈새시장을 공략한 신약의 대표 주자다.
길리어드사이언스는 비리어드를 내놓기 전에 ‘헵세라’라는 B형 간염 치료제를 먼저 개발했다. 기존 치료제에 비해 내성이 생길 가능성이 낮았다. 하지만 용량을 높일수록 신장에 무리가 가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이 제약사는 기존 약의 단점을 분자구조 개선을 통해 보강했다. 기존 아데포비르 분자구조에 메틸기(CH3)를 추가했다. 기존 약을 기준치의 30배 이상 많이 사용해도 부작용과 내성이 생기지 않도록 했다.
다양한 연구 결과 비리어드는 바이러스 억제뿐만 아니라 간경변증까지 회복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7년 안에 내성이 발생할 비율이 0%였다. 식사 유무와 상관없이 1일 1회만 복용하면 된다.
한국얀센이 개발한 자가면역질환 신약 심퍼니 주사 50mg도 신약 개발의 우수 사례로 꼽힌다.
심퍼니는 환자가 스스로 주사할 수 있는 최초의 월 1회 용법 TNF-알파억제제다. 지난해 자가면역 질환인 류머티스 관절염, 건선성 관절염, 강직성 척추염 등의 치료제로 국내 허가를 받았다.
심퍼니는 진보된 유전자 형질 전환기술을 도입해 사람 유전자 구조에 가장 가까운 제제로 개발됐다. 항약제항체 반응 등 기존 약제의 단점을 최소화했다.
심퍼니는 기존 제제보다 TNF-알파에 대한 친화도가 높다. 특히 한 달에 한 번 투약만으로 효과를 볼 수 있다. 구연산 대신 히스티딘을 완충제로 사용해 주사 부작용을 개선했다.
화이자제약은 세계 최초로 경구용 발기부전치료제 비아그라를 필름형 제제로 개발했다.
필름형 제제인 ‘비아그라 엘’은 비아그라 정의 효능은 그대로 유지했다. 하지만 물 없이 복용이 가능해 환자들의 편의성을 크게 높였다. 기존 제품에 있는 시트르산염 특유의 쓴맛을 개선하도록 단맛을 추가했다. 다른 제품들과 차별화된 지점이다. 입 안에서 녹는 속도도 빨라졌다. 비아그라 엘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50mg과 100mg 용량을 모두 보유했다.
한국화이자제약 관계자는 “비아그라 필름형 출시 이후에도 환자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을 꾸준히 모색해왔다. 기존 8개들이 포장에 이어 4개들이 소포장 형태도 내놓았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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