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고양시에 사는 이모 씨(72), 3년 전 가족의 권유로 보청기를 양쪽 귀에 착용했지만 조용한 실내에서 단둘이 대화할 때 약간의 도움을 받았을 뿐 주변이 시끄럽고 여러 사람과 말할 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머리가 아플 정도로 소리가 크고 혼란스러워 보청기 착용을 포기하고 지내다 우리 클리닉을 방문했다.
청력검사를 해 보니 보청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정도인 일반적인 중등도의 노인성난청 소견을 보였으나 뇌의 청각을 반영하는 소음 속에서의 문장 이해도 검사 결과 고도의 노인성난청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또 큰 소리에 대한 민감도가 아주 높고 울리는 소리에 너무 예민해 보청기의 증폭소리에 대한 거부감이 높을 것으로 짐작됐다. 이 결과에 따라 보청기 기종 선택과 조절 방식 및 적응 요령을 알려 주고 대화 방법에 대한 교육계획까지 처방했다.
노인성난청으로 보청기를 끼어도 기대 이하의 효과로 실망하는 이가 많다. 그 원인을 알고 적합한 보청기 처방을 통해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먼저 노인성난청을 올바로 이해해야 한다.
노인성난청을 일으키는 퇴행성 변화는 귀, 그중에서도 내이의 감각기관인 달팽이관뿐만 아니라 뇌의 언어중추와 그 주변의 다양한 부위에서도 생긴다.
즉 일차적으로 달팽이관에 생기는 직접적인 퇴행성 변화로 소리를 잘 듣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이차적으로 뇌의 언어중추에 생기는 퇴행성변화로 소리를 잘 파악하지 못한다. 이 때는 뇌로 전달된 다양한 소리를 구분해 듣지 못하게 된다. 같은 정도의 난청이라도 나이가 많을수록 주변이 시끄러울 때 더 못 듣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같은 정도의 노인성난청이라도 개인별 뇌의 청각 기능이 다르고 그 밖의 소리에 대한 민감도를 반영한 난청의 특성 역시 달라 맞춤형 보청기 처방이 필요하고 조절과 관리 또한 개인별 관리가 요구된다. 일률적인 보청기 처방과 효과에 대한 섣부른 판단, 부정적인 경험담이 상승작용 하는 현 상황은 많은 시사점을 준다. 또 조기 노인성난청의 방치로 동반되는 청각 관련 뇌기능장애는 더 나아가 인지기능 장애, 우울증, 치매와 연관된다고 보고하는 논문들도 최근 발표되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알려 준다.
보청기를 이용해 노인성난청을 제대로 교정하려면 단순 청력검사만으로는 부족하고 달팽이관의 감지 기능과 뇌의 청각 기능을 함께 반영하는 검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예를 들어 보청기 착용 뒤 소리는 크게 들리지만 무슨 소리인지 여전히 분간하기 어렵다면 말소리를 인지하는 모음은 들을 수 있으나 무슨 말인지를 알게 하는 자음을 들을 수 없는 달팽이관의 퇴행 정도를 검사할 필요가 있다. 시끄러운 곳에서 여러 명이 대화할 때 어려움이 있다면 반드시 뇌의 청각 기능의 장애 정도를 파악하는 검사를 해야 한다. 그 결과에 따라 보청기 처방하고 착용 뒤 개인별 난청 특성에 맞는 조절 및 청각 훈련 과정의 치료 계획을 세워 교정을 진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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