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과학 잡지인 ‘셀’, ‘네이처’, ‘사이언스’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약어로, 생명과학자들이 선호하는 학술지 순서이기도 하다.
셀은 대중을 대상으로 과학의 모든 분야를 다루는 주간지인 네이처나 사이언스와는 달리 생명과학에만 특화된 격주간 학술지다. 엘스비어의 논문정보서비스인 ‘사이언스 다이렉트’를 통해 내려받을 수 있는 셀의 논문만 매년 1000만 건, 셀 홈페이지 방문자만 매달 85만 명에 이를 정도로 생명과학 분야에서의 영향력은 상상 이상이다.
셀은 1974년 1월 생명과학자 벤저민 르윈이 미국 MIT출판사 후원을 받아 창간했다. 1986년 ‘셀 프레스’를 설립하면서 독립했지만, 1999년 셀 프레스는 과학·의학 전문 출판사 엘스비어에 매각된 뒤 현재 ‘몰레큘라셀’ ‘뉴런’ 같은 생명과학전문 자매지 30여 종을 내고 있다.
셀이 창간 40년 만에 100년 전통의 네이처나 사이언스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던 차별화 전략은 뭘까.
네이처나 사이언스에는 1년에 1000여 편의 논문이 실리지만, 셀에 게재되는 논문은 1년에 375편에 불과하다. 격주간과 주간 발행이란 차이도 있지만, 셀은 적은 수의 논문을 긴 호흡으로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국내 첫 셀 편집위원인 김빛내리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세 학술지 모두 중요 연구 성과를 다룬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셀은 장기간에 걸친 분자생물학·생화학·유전학·실용생물학·바이러스학 등의 연구나 다각화된 생물학적 증명을 담은 논문을 싣는다”며 “1993년 처음 보고된 ‘RNA간섭’에 대해서 네이처는 현상을 관찰한 논문을, 셀은 여기에다 자세한 메커니즘까지 기술한 논문을 게재했다”라고 말했다.
셀이 단기간에 세계적인 학술지가 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에밀리 마커스 셀 편집장은 “철저한 논문 게재 심사 때문”이라며 “분량, 실험 방법, 생명의 단위, 기초나 응용에 관계없이 생명과학에 대한 연구라면 무엇이든 게재 신청을 할 수 있지만 온전한 실험 데이터 전부와 합리적 결론이 논문에 반드시 포함돼야 최종적으로 실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셀은 편집위원의 역할도 다른 잡지들과는 차별화돼 있다. 편집위원들은 생명과학의 전망이나 주요 연구자들에 대한 통찰을 e메일로 공유하며 셀의 새로운 편집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올해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마르틴 카르플루스, 마이클 레빗, 아리에 와르셸 모두 셀 자매지의 편집위원을 지낸 바 있다.
마커스 편집장은 “편집장과 전문 편집팀이 ‘피어리뷰’를 하는 동료 연구자나 저자 모두 일관성 있는 기준을 갖고 긴밀하게 협력하기 때문에 상호 책임감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것”이라며 “셀의 편집위원은 모든 논문을 검토하지 않고 동료 평가자들의 의견이 엇갈리는 소수의 논문을 충분히 검토한 후 결정적 의견을 낼 수 있다는 점이 여타 학술지와 다르다”고 설명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