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데카르트의 말을 위장에 대입하면 이렇다. ‘위장은 스스로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위장이 스스로 생각한다고? 그렇다. 식도에서 시작해 위, 소장, 대장을 일컫는 소화기관에는 신경계가 존재한다. 뇌와 척수에 맞먹는 ‘제2의 뇌’가 있다. 그럼 ‘제2의 뇌’가 하는 일은 뭘까. 소화기관을 작동한다. 음식을 부수고 소화, 배출한다. 머리 속의 뇌의 지시가 아니라 스스로 움직인다.
이런 사실은 거숀 박사가 소화기관에서 많은 양의 세로토닌이라는 물질을 발견하면서 알게 됐다. 세로토닌은 신경세포를 매개하는 신경전달물질. 뇌를 제외하고 세로토닌이 발견된 것은 소화기관이 유일하다. ‘제2의 뇌’를 알면 위염이나 과민성 대장증후군과 같은 기능성 소화기 질환을 치료할 수 있다. 흔히 ‘신경성’이라는 말이 붙는 질환은 신경이 지나치게 예민해서 걸린다는 말인데 바꿔 말하면 의사들도 원인을 모른다는 의미다. 제2의 뇌 연구가 진척되면 ‘신경성’ 질환을 소화기 신경계와 연결해 해법을 찾을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