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t 트럭만 한 질량분석기, 휴대전화 크기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20일 03시 00분


기초지원硏 김현식 박사팀 개발… 환경오염-방사능농도 현장서 분석
IAEA “핵사찰 장비로 만들어 달라”

국내 연구진이 휴대가 간편한 ‘질량분석기’를 개발했다. 장비가 크고 무거워 연구실 밖에서 활용하기 어렵다는 단점을 개선해 활용도를 높인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김현식 책임연구원 팀은 벤처기업 ‘바이오니아’와 공동으로 휴대전화 크기의 ‘고감도 휴대용 질량분석기’ 제작 기술을 개발하고 실용화 단계에 돌입했다고 19일 밝혔다. 이에 따라 핵사찰이나 방사능 오염지역 판단 등 현장에서도 적극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 방사능 오염, 현장에서 판단한다

원소를 강력한 자기장으로 반응시켜 무게를 알아내는 질량분석기는 생명과학이나 화학 분야 연구에 필수적인 장비다. 핵사찰이나 방사능 오염구역의 토양 분석 등에도 사용된다. 토양에서 방사선이 나오는 것을 발견했을 때 자연 방사선인지,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온 인공 방사성 물질인지를 구분해 내기 위해서 필요한 과정이 바로 질량분석.

대부분의 질량분석기는 크기가 1t 트럭보다 크고, 복잡한 케이블을 연결해야 하기 때문에 이동성이 없다. 분석할 물질이나 기체를 밀봉해 질량분석기가 있는 곳으로 옮겨와서 실험해야 하기 때문에 절차가 복잡하고 결과를 알아내는 데도 며칠이 걸리는 등 사용상 제한 때문에 다양하게 활용할 수가 없었다.

연구진은 이 점에 착안했다. 일반적으로 질량분석기는 자기장을 이용하기 때문에 분석 물질이 자기장에 반응할 수 있도록 성질을 바꿔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기존의 대형 장비는 이온화된 강한 산성용액으로 시료를 녹인 뒤 액체로 만들어 분석해야 했는데, 휴대용 장비는 이런 과정을 거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연구진은 분석장비 내에서 이온빔을 쏘아 분석할 가스를 ‘마이너스(―) 이온’ 상태로 바꾸는 방법을 고안해 낸 것. 또 복잡한 질량분석 장비의 부품을 동전 서너 개 정도 크기로 줄이는 데에도 성공했다.

김현식 책임연구원은 “현재 모든 기술을 개발하고 제품화 단계만 남겨 두고 있는데, 대형 스마트폰 정도의 크기(15x8cm)에 두께는 3∼4cm, 무게는 1∼2kg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환경감시, 마약검사 등 다양한 활용 기대

이 장비의 정밀도는 1돌턴(1Da·수소원자 1개의 무게) 수준으로, 대형 장비보다 정밀도는 떨어지지만, 물질의 기본이 되는 수소원자의 질량을 잴 수 있는 만큼 탄소(12돌턴)나 산소(16돌턴)를 포함해 원소 대부분의 질량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에 개발한 초소형 질량분석기는 아직까지는 기체 상태의 물질 성분 분석만 가능하다. 이 상태로도 대기오염이나 산소포화도 등 환경감시나 대기 중 방사능 농도 등을 현장에서 즉시 파악할 수 있다. 추가연구를 하면 고체도 가능하다. 물질은 열을 가하면 기체로 바뀌기 때문에 이를 분석하면 성분을 알 수 있다.

고체물질의 성분 분석이 가능해지면 공항에서 마약 탐지나 방사성물질의 핵종 판단에도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연구원의 이 같은 연구 성과를 알고 ‘핵사찰 현장에서 바로 쓸 수 있는 장비를 개발해 달라’는 요청을 해오기도 했다. 핵연료 등을 일부 떼어내 조사하면 핵종 변경을 즉시 알 수 있어 핵무기 개발 통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현식 연구원은 “추가 연구를 통해 고체물질의 성분 분석도 가능한 기술을 개발 중”이라며 “세계에서 가장 작은 질량분석기라는 점에서 응용 범위가 넓은 만큼 상용화될 경우 해외 시장 진출도 기대할 만하다”고 말했다.

오창=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