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연세대 의과대학. 학교 내 에비슨의생명연구센터(ABMRC) 로비에 고(故) 유일한 박사의 흉상이 세워졌다. 1926년 유한양행을 창업한 유일한 박사는 1963년 9월 연세대 의과대학의 의학교육과 연구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개인 소유의 유한양행 주식 1만2000주(발행 주식의 5%)를 의과대학에 기부했다. 또 1971년 세상을 떠나면서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해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적 책임)’를 실천한 인물로 꼽히고 있다.
유한양행은 이런 창업 정신을 바탕으로 최고의 제약기업이 되려 노력하고 있다. 유일한 박사는 유한양행을 창업할 때 ‘가장 좋은 의약품을 만들어 국가와 동포에 도움을 주겠다’고 밝힌 바 있다. 좋은 제품 개발에 힘쓴다면 1등 기업이 될 수 있다는 철학이다. 올해 초 유한양행이 밝힌 매출목표는 9200억 원. 유한양행은 내년부터 매출 1조 원 시대를 열고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제약업계는 올 한 해 힘든 시기를 보냈다. 지난해 4월부터 시행된 ‘약가 일괄 인하 정책’에 따라 매출에 직격탄을 맞았다. 유한양행 역시 인하된 약가 인하액이 300억 원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리베이트 쌍벌제 등으로 마케팅 활동도 위축됐다. 하지만 유한양행은 김 사장이 2009년 유한양행의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하면서 내세운 경영방침인 ‘미래경영’과 ‘실행경영’, ‘책임경영’을 바탕으로 수익성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래경영은 미래 환경을 정확하게 예측해 기업의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것이고, 실행경영은 기업 내부의 경영 자원을 발굴해 핵심역량을 강화한다는 뜻이다. 책임경영은 목표 달성을 위한 강한 의지와 투철한 책임의식을 지니는 것을 의미한다.
유한양행은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원료비나 판매촉진비 등 원가 절감 노력을 기울이는 동시에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과감하게 연구개발(R&D) 투자를 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다국적 제약사인 베링거인겔하임과 화이자, 길리어드 등과 긴밀하게 마케팅 활동을 펼치면서 당뇨병 치료제와 성인 폐구균 백신, B형 간염치료제 등을 판매하고 있다. 유한양행은 다국적 제약사와의 협력관계를 통해 단기적으로는 국내 시장에서 매출을 늘리고 중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진출의 발판을 쌓는 동시에 R&D 역량을 확충한다고 말했다.
유한양행은 건강기능식품과 기능성음료, 생활용품 등의 부문에서 신규 사업도 공격적으로 펼치고 있다. 유한양행 생활건강사업부는 올해 5월 건강기능식품 브랜드인 ‘트루스(Tru+h)’를 출범시키고 숙취해소 음료인 ‘내일엔’을 판매하고 있다. 또 6월에는 발관리 브랜드인 ‘나인풋(9FOOt)’도 내놓고 각질과 발냄새 케어 등 7종류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유한양행은 나인풋을 통해 발관리라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선진적인 발관리 문화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유한양행은 내년에는 드러그스토어 등에서 자체 화장품을 판매할 예정이다. 유한양행은 “주력 사업인 의약품은 물론이고 유전체 분석 서비스와 바이오헬스케어, 생활용품 등에 이르기까지 1등 기업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한양행은 글로벌 기업이 되기 위한 발판도 마련하고 있다. 유한양행은 기존에 원료의약품(API) 수출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을 바탕으로 해외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1∼6월) 유한양행의 수출액은 612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36억 원)보다 40.3%나 늘었다. 유한양행은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12월 5일 ‘무역의 날’에 ‘1억 불 수출탑’을 타기도 했다.
유한양행이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은 신약 개발단계부터 공정 개발에 이르기까지 다국적 제약사와 협업을 하고 있는 덕분이다. 유한양행은 원료의약품 제조 자회사인 유한화학이 생산한 항생제와 에이즈치료제, C형간암, 당뇨병 치료제, 항생제 등의 원료의약품을 다국적 제약사에 공급하고 있다. 특히 올해에는 미국식품의약국(FDA)과 유럽품질적합인증(CEP), 호주 의약품관리국(TGA), 일본 의약품의료기기종합기구(PMDA) 등의 국제적 품질기준에도 적합한 원료합성공장을 지어 다국적 기업들과의 협업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유한양행은 신규 업체와의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올해 1억 달러 이상의 수출 실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유한양행은 유일한 박사의 정신을 살리려 노력하고 있다. 노사 관계 개선에도 힘쓰고 있다. 이달 20일 김윤섭 유한양행 사장은 고용노동부로부터 ‘금탑산업훈장’을 수상했다. 1926년 창립한 뒤 노사분규가 단 한 번도 발생하지 않을 정도로 노사 간 신뢰가 높다는 공로를 인정받은 데에 따른 것이다. 김 사장은 노사 관계의 신뢰를 바탕으로 직원들이 주인의식을 제대로 발휘하면 1등 기업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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