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르투갈의 축구영웅 에우제비우(72)가 5일 포르투갈 리스본의 다 루스 병원에서 사망했다. 생전 ‘흑표범’이라고 불릴 만큼 빠른 스피드를 바탕으로 20세기 중반 세계 축구판을 지배했던 공격수 에우제비우. 갑작스러운 그의 사인은 ‘심장마비’였다
심장질환은 암에 이어 우리나라 사망원인 2위를 차지할 만큼 흔하다. 특히 심장질환자들에게 겨울은 가장 무서운 계절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6년(2007∼2012년)간 11월∼이듬해 2월에 심근경색, 협심증 등 ‘허혈성 심장질환’으로 사망한 사람들의 수(월평균)는 나머지 기간(3∼10월) 월평균보다 300∼400명이 많았다. 》
겨울철 심장질환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갑자기 차가워진 공기 때문이다. 찬 공기는 우리 몸의 교감신경계를 자극한다. 흥분한 교감신경은 신체 곳곳에 퍼져 있는 말초혈관을 수축시키고 이에 혈압은 자연스럽게 상승한다. 높은 압력의 혈액을 공급받는 심장의 부담이 자연스레 늘 수밖에 없다.
특히 기상시간인 아침이 위험하다. 밤 사이 수면 상태에서는 교감신경의 작용이 줄어 우리 몸이 이완된다. 이런 상태에서 갑자기 잠이 깨면 교감신경이 급히 활성화되고 심장이 받는 부담은 커진다.
장기육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자동차도 겨울철 엔진이 받는 부담을 덜기 위해서는 워밍업이 필요한데 사람도 마찬가지다. 일어나자마자 찬 공기에 노출되면 심장에 무리가 오고 이로 인해 흉통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평소 고혈압을 앓고 있는 사람도 겨울철 심장질환에 취약하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고혈압 환자의 혈압은 찬바람이 시작되는 가을을 기점으로 점차 상승해 기온이 10도 하강하면 혈압은 13mmHg씩 높아진다.
이처럼 높은 혈압이 생길 때 심장 혈관이 막히는 심근경색, 심장혈관이 좁아지는 협심증, 혈관이 찢어지는 대동맥박리 등 심장질환과 뇌경색, 뇌출혈 등 뇌혈관계 질환의 합병증이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커진다.
김영학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고혈압 환자의 경우 겨울철 심장마비가 발생했을 때 사망률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훨씬 높다”면서 “심장 돌연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혈압 관리가 필수적이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부쩍 잦아진 중국발 미세먼지 역시 겨울철 심장질환을 유발하는 주요 인자로 떠오르고 있다.
코와 기관지에서 대부분 걸러지는 일반 먼지와 달리 머리카락 100분의 1 크기에 불과한 ‘초미세먼지’(2.5μm·마이크로미터 미만)는 폐와 심장에 직접 도달한다.
여기 포함된 황산염, 질산염, 암모니아 등 유해물질은 혈관을 둘러싼 내피세포에 염증을 유발하고 이로 인해 혈관 구멍이 좁아지고 딱딱해지는 동맥경화가 진행된다. 결국 심장 혈관이 갑자기 막히는 급성 심근경색의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심혈관질환자들의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이용해 2001∼2010년 심혈관질환자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대기 중 미세먼지 농도가 m³당 1μm 증가할 때마다 환자가 입원할 확률은 1.26%포인트씩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협심증 또는 심근경색으로 치료받은 전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침운동은 되도록 피해야 한다. 불가피하게 외출하는 경우라면 몸을 의복과 방한용구로 따뜻하게 감싸고 나가야 심혈관, 뇌혈관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장 교수는 “새해를 맞아 갑자기 운동한다고 등산을 갔다가 변을 당하는 사례가 가장 많다. 갑작스러운 무리한 운동은 절대 금물”이라고 강조했다.
흡연자라면 담배를 끊는 것이 심장질환 예방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담배에 포함된 각종 유해물질은 호흡기뿐만 아니라 심장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김 교수는 “흡연 자체가 동맥경화증을 유발하고 진행을 빠르게 만든다. 금연은 심장질환 예방의 첫걸음이다”고 말했다.
이처럼 예방에 신경 썼는데도 불구하고 협심증, 동맥경화가 추운 날씨에 악화됐다면 병원에서 혈관 조영술을 통해 심장과 주변 혈관의 상태를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 이후 결과에 따라 막히거나 좁아진 심장동맥을 뚫는 ‘관상동맥 스텐트 시술’이나 ‘관상동맥 우회술’ 등의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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