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말하는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정도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증세는 심해져 이제는 가까운 TV 소리도 들리지 않을 정도가 됐다. 결국 이비인후과에서 검사받은 결과 이 씨의 양쪽 귀는 모두 난청이 상당히 많이 진행된 상태라 보청기를 처방받았다.
처음에는 보청기 사용을 꺼리고 우울해하던 이 씨. 하지만 기우는 잠시. 귀가 잘 들리게 된 그는 뜸해졌던 운동, 성당 방문 등 외부활동을 다시 시작했고, 난청 환자 특유의 어눌함도 사라져 우울감도 극복할 수 있었다.
난청 전문가들에 따르면 난청 환자들은 자신이 난청임을 아는 순간부터 다음의 5단계를 겪게 된다고 말한다.
먼저 ‘부정’의 단계. 자신이 소리를 못 듣는 게 아니라 명확하게 들리지 않는 정도라고 현 상태를 부정하는 것이다. 다음 단계는 ‘노여움’의 단계다. 주변의 다른 사람들보다 난청이 빨리 왔다는 생각과 의사소통의 불편으로 시도 때도 없이 화를 낸다.
세 번째 단계는 ‘교섭’이다. 노력만 하면 난청을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증상이 개선되지 않으면 ‘우울’ 증세에 빠진다. 이 씨의 경우다. 마지막 단계가 바로 ‘수용’이다. 난청을 받아들이고 보청기를 착용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문제는 수용 단계에 이른 난청 환자의 경우 보청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을 만큼 증상이 악화된 경우가 많다. 따라서 5단계에 이르기 전에 보청기 착용을 시작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더 큰 문제는 난청은 단순히 잘 못 듣는 문제만이 아니라는 것. 오랜 기간 명확한 소리를 듣지 못하면서 뇌로 전달되는 소리 자극이 줄어들고 인지력과 기억력이 점차 떨어진다. 또 고립감과 우울감이 늘어나면 인지기능 저하도 심해져 치매에 걸릴 가능성도 높아진다.
외국의 각종 논문에 따르면 보청기를 사용한 난청환자가 대조군에 비해 인지 기능이 개선된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본원에서도 보청기 착용 전과 착용한 지 3개월이 지난 환자의 인지기능을 측정한 결과 현격한 개선이 나타났다. 이처럼 보청기 착용은 난청 환자의 인지력과 기억력을 개선하고 청력이 더 나빠지지 않도록 교정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우리 세대 노인들은 정년퇴직 후 가정과 사회에서 적당한 역할을 상실하고 노후 생활에 알맞은 새로운 역할을 찾지 못하고 있다. 성공적인 노후생활을 누리기 위해선 긴 노령기를 즐길 수 있는 왕성한 사회활동이 필요한데 청력의 회복이 여기에 필수적이다. 청력이 나아지면 이웃, 친구, 친족 간의 긴밀한 유대관계도 지속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결론적으로 난청으로 소극적인 대인관계와 자존심이 위축된다면 결코 망설이지 말고 보청기를 착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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