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법원 “인터넷망 많이 쓰는 콘텐츠업체… 이동통신사에 그만큼 망 사용료 더 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16일 03시 00분


갈등 비슷한 국내에 미칠 파장 주목

데이터 사용으로 인터넷망에 과부하를 일으키는 포털 및 콘텐츠 제공업체에 높은 망 이용료를 물리고 서비스를 차단할 수 있는 길이 미국에서 열렸다. 한국에서도 유무선 인터넷망 제공업체와 콘텐츠 제공업체 간에 비슷한 갈등이 이어지고 있어 주목된다.

미국 워싱턴 연방항소법원은 14일 미 1위 이동통신사업자이자 망 제공업체인 버라이즌이 2011년 연방통신위원회(FCC)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버라이즌의 손을 들어줬다. 버라이즌은 “인터넷망을 사용하는 모든 서비스 제공업체를 동등하게 대우하라는 FCC의 오픈 인터넷(망 중립성)원칙은 폐기돼야 한다”며 소송을 냈다. 이에 법원은 “인터넷망 제공업체는 통신법에 따른 ‘공공재’가 아니기 때문에 이 원칙을 적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오픈 인터넷망 원칙을 적용하면 네트워크를 관리하는 데 유연성을 발휘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버라이즌 등 이동통신사업자와 컴캐스트 등 유선 인터넷망 업체들은 망 구축에 거액을 투자했지만 구글 같은 포털업체, 유튜브 넷플릭스 등 동영상 콘텐츠 제공업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메신저업체 등이 망의 절반 이상을 사용해 속도 및 품질 저하의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번 판결은 인터넷망을 많이 사용하는 업체는 그만큼 비용을 치르라는 의미다. 한국에 적용한다면 KT와 SK텔레콤 등 망 사업자가 네이버와 카카오톡 등의 서비스업체에 망 사용료를 더 물리고 이를 거부하면 서비스를 차단할 수 있다는 얘기다.

톰 필러 FCC 의장은 “오픈 인터넷망 정책은 누구나 인터넷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면서 혁신경제 발전의 토대가 돼 왔다”며 상고 의사를 밝혔다. 구글 등은 “인터넷의 자유를 침해한 결정”이라고 반발했다. 폭스뉴스는 미 소비자단체의 반응을 인용해 “유튜브 동영상 한 편을 보는 데 0.5달러를 내야 하는 게 현실이 될 수 있다”며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유튜브가 동영상 유료화에 박차를 가하면서 망 사용료를 지불하게 되면 결국 소비자에게 부담이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통신업계는 이번 결정이 국내에 제한적일 것이라면서도 귀추를 주시하고 있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의 이번 결정이 새로운 망 거래 질서에 대한 업계의 논의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임우선 기자
#미국법원#이동통신사#데이터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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