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남대문로 세브란스체크업 신체리모델링센터를 방문한 4일, 진료실에 들어서자마자 설준희 신체리모델링센터 자문위원이 물었다. 당당히 “아니요”라고 대답하자 곧장 이런 말이 되돌아 왔다.
“목이 약간 앞으로 나와 있네요. 경추가 휘었고 어깨는 오른쪽으로 기울어져 있어요.”
기자는 또래에 비해 몸이 건강한 편이지만 자세엔 자신이 없었다. 평소 노트북을 보며 기사를 쓸 때 몸을 구부정하게 숙이고, 책을 볼 때도 비스듬히 앉는 습관 때문이다. 컴퓨터를 사용하는 직장인들의 전형적인 자세다. 설 위원은 일단 검사를 받아보라고 했다
지난해 5월 문을 연 이 센터엔 지금까지 1200여 명이 방문했다. 이 센터는 신체의 균형 여부를 검사해 말 그대로 몸, 특히 척추를 중심으로 균형을 바로잡아 준다.
○ 3차원(3D) 척추모형으로 척추를 보니
정말 척추가 휘었을까? 궁금해하면서 ‘3차원 척추구조분석기’ 검사실로 들어갔다. 등 뒷면을 영상화해서 3D 척추모형을 만들고 척추의 구조상태를 보여주는 곳이다.
설 위원의 말대로 기자의 척추는 휘어 있었다. 목과 연결되는 위쪽 척추는 왼쪽으로 조금 휘어 있었고, 등의 가운데에 있는 척추는 오른쪽으로 약간 휘어 있었다.
혹시 몸의 균형이 어긋난 게 아닌지 궁금해서 ‘3D 체형진단검사’를 받았다. 기기에 올라가 손을 양 옆으로 펴자 날개처럼 달린 부속물이 위아래로 왔다 갔다 하며 몸을 스캔했다.
검사를 마치니 신체의 균형과 각도 등 각종 수치가 나왔다. 기자의 신체 오른쪽과 왼쪽의 무게 차이는 0.5kg이었다. 이곳을 찾았던 사람들은 대개 몸이 아픈 사람들이기 때문에 평균 3kg 이상 차이가 났다고 한다. 1∼2kg 이내면 괜찮은 편이라는 말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센터 내부는 피트니스센터 느낌이 났다. 걸음걸이 패턴을 분석해 다리 관절과 좌우 균형을 측정하는 보행검사 기기는 트레드밀(러닝머신)과 유사했고 다른 장비도 헬스 장비와 비슷해 보였다. 보행검사, 하지근력검사에선 별 문제가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 집에서 운동만으로 척추 교정
그렇다면 기자의 척추는 왜 휘었고, 어떻게 바로잡아야 할까. 설 위원은 기자에게 “하체 근력은 좋기 때문에 척추 불균형의 원인은 목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사람의 옆모습을 봤을 때 귀는 어깨의 중심에 위치해야 한다. 기자는 거북목은 아니지만 목이 약간 앞으로 나온 ‘일자목’이었다. 등 뒤로 가방을 메거나 컴퓨터 및 스마트폰을 자주 보면서 고개를 앞으로 내미는 등의 잘못된 습관 때문이었다.
척추의 균형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설 위원은 “자세는 습관이 되어 고치기 어렵다”며 “운동으로 신체를 리모델링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허리디스크는 나이가 들어 생기는 게 아니라 신체 디자인이 잘못돼서 발생하는 것”이라며 “신체 디자인을 어릴 때부터 바로잡으면 통증 치료에 드는 비용을 90%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곳에 온 사람들은 허리디스크가 있더라도 운동요법을 실천하자 3개월 뒤에는 생활에 불편이 없어지고 6개월∼1년이 지나면 통증이 없어졌다고 한다.
무작정 요가나 필라테스를 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설 위원은 “신체 균형이 맞지 않은 상태에서 운동을 하면 그 상태에서 근육이 강화돼 불균형이 악화된다”고 말했다. 운동을 하면 다 좋아질 줄 알고 열심히 했다가 디스크가 악화돼 센터를 찾아온 사람도 있었다.
한국은 세계에서 허리 수술을 가장 많이 하는 나라로 꼽힌다. 설 위원은 “교통사고로 허리를 다친 사람, 통증이 심해서 운동을 하기 어려운 사람 등이 아니면 대개 수술 없이 운동으로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며 “운동을 하면 척추와 근육이 정상으로 되돌아온다”고 말했다.
이 센터에서 여덟 가지 검사와 초진, 외래진료 2회로 구성된 ‘기본 패키지’의 가격은 50만 원. 네 가지 검사를 하는 ‘척추 패키지’는 40만 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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