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호크’ 20km 상공서 1분만에 경기도 샅샅이 훑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4일 03시 00분


세계는 지금 무인기 개발 경쟁

미 공군에서 점검하고 있는 글로벌호크. 조종석 상단부 덮개에 1.21m 크기의 광대역 위성 안테나가 있다. 이 안테나가 위성과 무인기 간의 교신을 담당한다. 출처 US AirForce(미 공군)
미 공군에서 점검하고 있는 글로벌호크. 조종석 상단부 덮개에 1.21m 크기의 광대역 위성 안테나가 있다. 이 안테나가 위성과 무인기 간의 교신을 담당한다. 출처 US AirForce(미 공군)
최근 잇따라 서해 백령도와 경기 파주시에서 북한의 것으로 추정되는 무인기가 발견되면서 무인기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무인기는 2000년대 초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위력을 발휘하며 세계적으로 기술 개발 경쟁이 치열해졌다. 정찰이나 정밀한 타깃 공격 등 군용뿐만 아니라 재난재해 감시, 테러현장 침투 등 다양한 목적에 따라 운용된다.

이번에 추락한 무인기는 소형 카메라가 장착된 공중 촬영용 저고도 무인기지만 실제로 운용되는 무인기 중 가장 위력적인 것은 고고도 무인정찰기다. 이 중 우리나라가 2018년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미국의 글로벌호크는 20km 상공에서 1분 만에 경기도 넓이에 조금 못 미치는 1만5000km² 지역에서 움직이는 물체를 샅샅이 정찰할 수 있을 정도다.

○ 위성보다 더 뛰어난 쉼 없는 정찰

무인기가 위력적인 이유는 고도 500km에 떠있는 정찰 위성보다 더 뛰어난 정찰 능력 덕택이다. 위성은 지구 궤도를 돌기 때문에 한 곳을 24시간 실시간 감시하기 어렵다. 반면 무인기는 비행시간만 허락한다면 특정 지역을 지속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다.

현재 전장에서 임무 수행 능력이나 성능이 가장 검증된 것으로 평가받는 글로벌호크는 지상으로 전파를 발사한 뒤 지표면의 굴곡이나 물체에 반사된 전파를 받아 영상을 만드는 합성개구레이더(SAR)를 비롯해 가시광선, 적외선을 식별할 수 있는 센서가 모두 달려 있다. 지상에 있는 30cm 크기의 물체를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촘촘히 감시한다. 이와 함께 지상에서 움직이는 타깃만을 찾는 모드도 작동시킬 수 있어 더욱 위력적인 것으로 평가받는다.

○ 핵심 조종 원리는 위성 통신 중계

미군 두 명이 이라크 발라드 공군기지에서 무인공격기 프레데터 MQ-1을 조종하고 있다. 무인공격기가 전송해온 영상을 원격에서 그대로 보며 언제든 지상의 목표물을 노릴 수 있다. 출처 US AirForce(미 공군)
미군 두 명이 이라크 발라드 공군기지에서 무인공격기 프레데터 MQ-1을 조종하고 있다. 무인공격기가 전송해온 영상을 원격에서 그대로 보며 언제든 지상의 목표물을 노릴 수 있다. 출처 US AirForce(미 공군)
무인기 조종 원리는 리모컨으로 조종하는 모형 자동차나 모형 비행기와 기본적으로 같다. 하지만 정찰용 대형 무인기는 운용 범위가 넓기 때문에 지상 통제소에서 위성을 통해 조종한다. 통제소에서 사전에 프로그래밍한 신호를 위성에 쏘면 위성이 그 신호를 받아 무인기에 전달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보통 항공기의 조종석이 있는 위치에 무인기는 광대역 위성 안테나가 자리 잡고 있다. 이 안테나가 받은 신호를 무인기 내 컴퓨터가 분석해 무인기를 자동으로 작동시킨다.

위성에서 보내는 신호는 거의 빛의 속도로 움직이기 때문에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는 무인기라도 실시간으로 작동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 보통 약 1초의 지연 시간이 필요한데, 이는 유럽 축구 경기를 위성방송으로 시청할 때 약간의 지연이 생기는 것과 같은 원리다.

무인기가 자신의 위치를 인식할 때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신호를 활용하는데, 이 때문에 2011년 12월 미국의 무인기 ‘센티넬(RQ-170)’을 이란이 포획했다고 주장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 이란 측은 지상에서 GPS 신호를 똑같이 쏴 무인기가 자신의 위치를 착각하게 만드는 ‘GPS 스푸핑’ 기술을 이용해 빼앗았다고 주장했다.

○ 우리나라는 아직 걸음마 단계

미래 무인기 개발에 가장 공들이는 부분은 연료 문제 해결이다. 고고도 첨단 무인기의 활동 고도는 성층권이기 때문에 산소가 희박하다. 그래서 연료 효율이 낮아 많은 연료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연료탱크가 커지면 항공기가 무거워지고, 비행할 때 필요한 연료가 더 많이 소요되는 연쇄 작용이 일어난다.

수소연료전지가 우선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보잉사의 ‘팬텀아이’나 에어로바이론먼트사의 ‘글로벌옵서버’가 모두 수소연료전지 모터를 사용해 4일 이상 떠 있을 수 있지만 아직 작전 수행능력은 물음표다. 그렇기 때문에 태양전지를 날개에 달아 태양열에너지를 이용하는 ‘헬리오스’나 떠있는 상태에서 연료를 채우는 공중급유 무인기도 경쟁적으로 개발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조종하는 사람의 의중까지 읽을 수 있는 ‘인공지능’ 무인기가 2030년대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고등방위연구계획국(DARPA)은 무인기끼리 서로 통신하며 편대 비행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인공지능 무인기 개발 로드맵을 세워놓았다.

우리나라의 무인기 기술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스마트무인기사업단을 중심으로 수직 이착륙과 고속 비행이 가능한 무인기 개발에 성공했고, 현재 저중고도(6∼18km)에서 운용하는 무인 정찰기와 타격기 개발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min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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