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의학을 달린다]‘악’소리나는 안면 통증, 내시경 시술로 부작용 없이 해방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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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경희대병원
얼굴 찌르는 듯한 아픔 ‘삼차신경통’
미세혈관 감압술로 신경분리해 치료

강동경희대병원 이승환 교수(맨 왼쪽)가 고해상도 내시경을 이용해 삼차신경통 환자를 수술하고 있다. 고해상도 내시경은 일반 수술 현미경보다 머릿속 혈관과 신경 부위를 뚜렷하게 볼 수 있어 부작용이 없고, 안전한 수술이 가능하다. 강동경희대병원 제공
강동경희대병원 이승환 교수(맨 왼쪽)가 고해상도 내시경을 이용해 삼차신경통 환자를 수술하고 있다. 고해상도 내시경은 일반 수술 현미경보다 머릿속 혈관과 신경 부위를 뚜렷하게 볼 수 있어 부작용이 없고, 안전한 수술이 가능하다. 강동경희대병원 제공
서울 노원구에 사는 주부 정모 씨(60)는 2년 전부터 오른쪽 볼과 턱에 생긴 통증 때문에 약국에서 진통제를 구입해 복용했다. 1년 전부터는 음식을 먹거나 이를 닦을 때는 물론 코를 씻을 때도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느껴져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찡그릴 때가 많았다. 치통이 의심스러워 치과에서도 진료를 받아봤지만 증세는 여전했다.

이에 정 씨는 최근 강동경희대병원 신경외과를 찾았다. 의료진이 정 씨의 뇌를 자기공명영상(MRI)으로 촬영한 결과 뇌혈관 중 일부가 얼굴감각을 담당하는 삼차신경을 심하게 압박해 신경의 윤곽이 뒤틀려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 씨는 즉시 내시경을 이용한 미세혈관 감압술(삼차신경-뇌혈관 분리)을 받았고 부작용 없이 통증이 완전히 사라졌다.

중년 여성에게 다수 발병


“고기는 씹어야 맛이요, 말은 해야 맛이다”라는 속담이 있다. 그러나 음식을 씹거나 말할 때마다 얼굴을 찌르는 것 같은 통증이 발생하는 질환이 바로 ‘삼차신경통’이다.

삼차신경통은 얼굴의 감각을 담당하는 뇌신경인 삼차신경에 이상이 생긴 병이다. 얼굴 한쪽에 칼로 도려내는 듯 또는 전기가 감전된 듯한 짧은 통증이 갑자기 나타나는 질환이다. 통증이 심한 경우엔 애 놓는 통증보다 더 심하다. 음식을 먹을 때는 물론 말할 때나 이를 닦을 때 등 일상적인 행동을 할 때마다 참을 수 없는 안면통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삼차신경통은 인구 10만 명당 12.6명이 겪고 있는데 여성과 남성 비율이 6 대 4 정도로 여성에게 많다. 발병 평균 연령은 51.5세다.

주로 중년의 나이에 발병되는 이유는 나이가 들면서 신경을 압박하는 뇌혈관이 두꺼워지기 때문이다. 또 나이가 들면 뇌의 크기가 줄어 신경과 혈관 사이의 해부학적 구조가 변하는 것도 한 원인이다. 이러한 상황들이 지속적인 신경을 자극시키고 결국 신경을 보호하고 있는 신경막이 손상돼 신경통이 생긴다.

뇌신경 검사 통해 정확한 진단

사람 얼굴의 삼차신경은 뇌에서 나온 세 가닥으로 나뉘는데 각각 △이마와 눈 주위 감각 △코와 코 옆, 윗입술과 광대뼈 부위 감각 △아랫입술과 턱 부위의 감각 등 세곳을 각각 담당한다. 어떤 가닥에 문제가 발생하느냐에 따라 통증이 나타나는 부위도 다르다.

삼차신경통은 대부분 뇌혈관이 뇌로 연결되는 삼차신경뿌리 진입부와 삼차신경 가지를 압박해 발생한다. 간혹 드물게 다발성 경화증이 있거나 뇌종양, 뇌혈관 기형이 신경과 신경뿌리 진입부를 압박하여 발생하기도 한다.

삼차신경통을 정확히 진단하는 방법은 △2분 정도 지속되는 안면 통증 △격렬하고 칼로 찔리는 것과 같이 날카로운 안면 통증 △특정 동작을 하거나 안면의 특정 부위를 건드릴 때 발생하는 통증 △통증이 동일한 상황에서 동일한 정도로 일관성 있게 발생할 때 △다른 신경에 문제 없이 얼굴에만 통증이 오는 경우 등을 기준으로 한다. 정확한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뇌 MRI 및 자기공명혈관(MRA) 촬영을 해야 한다.

삼차신경 통증 없애는 미세혈관 감압술


삼차신경통 환자에게는 일단 약물 치료를 권장한다. 항경련제의 일종인 카바마제핀이 삼차신경통에 효과적이며 초기에는 약물 치료로 통증을 완화할 수 있다.

수술적 치료는 삼차신경을 손상시키는 치료와 신경을 손상시키지 않고 통증을 없애는 치료로 나눌 수 있다.

삼차신경을 손상시키는 치료는 손상을 주지만 비교적 비침습적(상처가 적음)인 것으로 신경 냉동요법, 삼차 신경절제술, 알코올 주입술, 고주파절제술, 정위적 방사선 수술 등이 있다. 이러한 치료는 비침습적이란 장점이 있으나 안면, 치아, 혀의 감각 소실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며 삼차신경통 자체의 통증 제거 효과가 높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삼차신경을 보존하면서 통증을 없애는 치료에는 미세혈관 감압술(삼차신경-뇌혈관 분리 감압술)이라는 수술이 있다. 삼차신경을 압박하고 있는 원인 구조물을 떼어 놓아 치료 효과가 매우 높고 안면감각 저하와 같은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는다.

삼차신경통 수술은 정밀한 기술이 요구되기 때문에 전문적인 클리닉에서 경험이 풍부한 신경외과 의사에게 수술을 받아야 예기치 못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강동경희대병원 신경외과 이승환 교수는 전문화된 삼차신경통 치료팀을 구성하고 2008년부터 고해상도 내시경으로 미세혈관 감압술을 시작했다. 신경 압박 부위를 정밀하게 확인하고, 미세혈관 감압술 후 발생할 수 있는 안면 마비와 청력 저하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수술의 완치율을 높이고 있다. 2012년 열린 대한신경외과학술대회에서 이 교수가 발표한 고해상도 내시경 미세혈관 감압술이 학회 ‘톱10’ 성과의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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