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료 기술의 발전은 하루가 다르다. 의사 개개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첨단을 달리는 의료기기 덕분이다. 병원마다 내세우는 첨단 의료기기, 의료기기 트렌드, 의료기기가 인간 생명에 미치는 영향, 의료기기에 얽힌 뒷이야기 등을 소개하는 ‘이진한 의사·기자의 따뜻한 의료기기 이야기’를 연재한다. 》
이진한 의사·기자병원에 가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병마와 싸우는 환자와 가족의 지친 표정, 결코 유쾌하지 않은 약 냄새 등으로 병원 가는 발걸음은 무겁기만 합니다. 하지만 최근 병원의 이런저런 변화를 보면 병원이 환자들을 위한 충전소로 탈바꿈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환자 및 가족을 위한 다양한 건강강좌, 요리교실, 음악회와 미술전시가 열리기도 합니다. 특히 서울아산병원의 갤러리는 유명 화가의 초대전이 끊임없이 열릴 정도로 유명합니다.
이러한 병원의 변화는 진료 외적으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닙니다. 의료진 위주에서 탈피해 환자를 우선으로 생각하고 배려하는 ‘휴머나이징 기술’이 병원 진료를 따뜻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최첨단 의료진단영상기기 기술인 자기공명영상(MRI) 기기의 진화입니다. MRI는 강한 자기장 내에서 인체에 라디오파를 쏘아 되돌아오는 전자기파를 측정한 뒤 이를 영상화하는 진단기기입니다. X선 촬영, 컴퓨터단층촬영(CT)같이 방사선을 이용하는 대부분의 진단과 달리 MRI는 자석을 이용하므로 방사선 피폭이 없다는 것이 큰 장점입니다.
문제는 MRI의 경우 긴 터널 같은 공간에 1시간가량 누워 있어야 하고 ‘휘이잉’ 기계 돌아가는 소음이 너무 커서 진료 시 공포를 느끼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꼼짝 않고 있어야 하므로 몸이 불편한 환자에게는 큰 부담입니다. 특히 기기 안에 몸이 들어가지 않는 고도비만 환자나 손이 심하게 뒤틀린 류머티스 관절염 환자, 아주 어린 소아 환자들은 검사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휴머나이징 의료 기술이 MRI에도 도입됐습니다. 가령 GE헬스케어의 MRI 장비 중 디스커버리 MR750W는 촬영 시 머리가 아닌 발부터 들어가게 돼 있어 환자의 공포를 줄여줍니다. 또 팔이나 다리 등 특정 신체부위만 촬영할 수 있는 기기도 개발돼 폐쇄공포증이 있거나 고도비만 환자 혹은 신체가 불편한 환자들도 편하게 검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지멘스의 마그네톰 스카이라는 출입구를 기존 60cm에서 70cm로 넓혔고 환자가 들어가 검사를 받는 터널 길이를 170cm 정도로 줄였습니다. 어두운 터널에 파스텔톤 조명을 활용해 환자의 긴장감을 줄이려는 배려도 하고 있습니다. 필립스의 ‘아치바 3.0T TX’ 역시 MRI 외관에 안락한 분위기의 조명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헬리콥터와 유사한 소음도 대폭 줄여 가정용 전기믹서보다 낮은 수준까지 낮췄습니다. 어떤 MRI는 검진 중 마이크를 통해 환자가 보호자나 의료진과 대화도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소아 환자나 폐쇄공포증 환자는 MRI 촬영 중 보호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 두려움을 극복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줍니다.
하지만 모든 병원이 이런 휴머나이징 기술이 담긴 MRI를 보유한 것은 아닙니다. 만약 환자가 폐쇄공포증이나 고도비만 등으로 불편함이 있다면 본인의 상태에 따라 어떤 병원에 어떤 MRI가 있는지 미리 확인하고 이용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