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은 자신이 우울한지 쉽게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가족이나 직장 동료 등 주위 사람들에게 ‘평소와 달라 보인다’는 말을 듣고서야 우울증을 자각하곤 한다. 이는 정신 상태를 판단해야 하는 주체인 본인의 뇌가 우울증으로 말미암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신이 건강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았다 해도 선뜻 병원으로 발걸음이 안 떨어진다는 사실. 먼저 병원에 간다면 어느 병원에 가야 할지,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으면 진료 기록이 나중에 문제가 되지는 않을지 등 갖가지 생각에 사로잡히게 된다. 결국 제때 진료를 받지 못해 괴로움은 더해지고 누구에게도 손을 내밀지 못하는 지경에 이른다.
우울증과 같은 정신병에 걸리면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진다. 이런 정신병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환자들 수는 매년 늘고 있으며 최근에는 성인뿐 아니라 청소년 중에도 정신병 환자들이 흔히 발견되고 있다.
정신병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편견을 깨뜨리기 위해 1968년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매해 4월 4일을 ‘정신건강의 날’로 정했다. 숫자 4가 두 번 들어간 날짜인 ‘4월 4일’은 ‘정신병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을 깨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숫자 4는 죽을 사(死)와 소리가 같아 금기시되고 있는데 사실 이는 단순한 편견에 지나지 않는다. 정신건강의 날은 그 제정된 날짜가 말해주듯 정신병도 다른 질병과 마찬가지로 치료가 필요한 질병 중 하나임을 강조하고 있다.
복지부는 올해 제45회 정신건강의 날을 맞아 각종 행사를 연다. ‘우리가 희망이다’라는 슬로건으로 중앙과 지방에서 정신건강박람회, 강연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서울에서는 12일, 13일 양일간 강남구 코엑스에서 정신건강의 날 기념행사와 함께 정신건강박람회가 열린다. 박람회에서는 정신건강과 관련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 정신건강과 관련된 5가지 주요 테마를 중심으로 정신건강 검진 및 체험 프로그램 등이 제공될 예정이다. 박람회에 참가하면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와 1:1로 무료 상담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된다.
지방에서도 정신건강 강좌와 박람회가 진행된다. 부산은 4, 5일 이틀간 부산 벡스코에서 이미 행사를 개최했으며, 대구는 대다 엑스포에서 25일 강좌와 박람회를 열 예정이다.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백종우 교수는 “국민의 정신건강 수준은 개인적 차원을 넘어 사회·경제적으로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지표”라며 “이번 정신건강의 날 행사는 정신건강에 대한 일반 국민의 주의를 환기시키고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을 줄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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