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병 치료제 개발 누가 먼저? 줄기세포 3종 춘추전국시대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8일 03시 00분


자문: 김동욱 연세대 의대 교수, 김정범 울산과기대 생명과학부 교수, 박세필 제주대 생명공학부 교수, 오일환 가톨릭대 의대 교수, 유승권 고려대 생명공학부 교수, 정형민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줄기세포계가 ‘춘추전국시대’에 접어들었다. 전통의 ‘강호’ 성체줄기세포가 상업화에 들어간 가운데 노벨상을 수상한 유도만능줄기세포(iPS세포)가 빠르게 뒤를 쫓고 있으며, 지난해에 이어 이번 차병원 연구진까지 배아줄기세포에서도 잇따라 학문적 성과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동아일보는 국내 줄기세포 전문가 6명의 도움을 받아 각 줄기세포 분야의 연구 전망과 치료제의 상업적 성공 가능성을 진단했다.

○ 전통의 강호 성체는 숨고르기

성체줄기세포는 1991∼2012년 전 세계에서 발표된 줄기세포 논문 중 82%를 차지하며 줄기세포계에서 절대적인 지위에 올라있다. 성체줄기세포는 탯줄혈액(제대혈)이나 성인의 골수와 혈액 등에서 추출하기 때문에 윤리적인 문제가 없고, 필요로 하는 장기로 쉽게 분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연구가 가장 많이 진행된 덕분에 성체줄기세포는 이미 질환 치료를 위한 기술 단계에 들어서 있다. 세계에서 상업적 임상연구에 돌입한 줄기세포 치료제가 258건인데, 251건(97%)이 성체줄기세포라는 사실이 이를 잘 증명한다.

국내에서도 이미 3종의 성체줄기세포 치료제가 판매되고 있을 만큼 안전성도 확실히 인정받았다. 그러나 상업적 성공을 논하기는 이르다. 비싼 가격에 비해 효능에서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정형민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근 성체줄기세포 치료제는 효능을 높이기 위해 한 번에 줄기세포를 더 많이 넣도록 용량을 늘리거나, 치료 부위에 직접 주사하는 등 용법을 바꾸는 방식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신흥 강자 iPS세포, 치료제는 불투명

2006년 처음 등장해 2012년 노벨 생리의학상의 주인공이 된 iPS세포는 줄기세포계의 신흥 강자로 꼽힌다. 다 자란 체세포를 줄기세포로 되돌렸다는 점에서 ‘역분화줄기세포’라고도 불리는 iPS세포는 줄기세포 논문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에 불과하지만 성장률만큼은 연평균 38.9%를 기록하며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iPS세포를 탄생시킨 일본은 줄기세포 예산의 대부분을 iPS세포에 투자하며 주도권을 놓치지 않고 있다. 지난해에는 세계 최초로 iPS세포를 안과 질환에 적용하는 임상시험을 승인하기도 했다.

김정범 울산과기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iPS세포를 만드는 과정에서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었는데 다행히 해법을 찾았다”면서 “임상시험까지 허가받았다는 사실에서 안전성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기사회생 배아, 치료제까지 5∼10년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 연구 성과가 미국과 한국에서 연달아 발표되면서 배아줄기세포 분야는 대반전을 노리고 있다. 한때 난자를 사용한다는 윤리적 문제 때문에 주춤했지만 2009년 미국이 난치병을 다스리려면 배아줄기세포도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배아줄기세포에 대한 규제를 풀면서 기사회생할 수 있었다. 이때부터 상업적 임상연구도 시작됐으며 지난해에는 일본도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한 임상연구를 허용했다.

국내에서는 차병원이 배아줄기세포를 안과 질환에 적용하는 임상시험을 진행해 암과 같은 중대한 이상 없이 증세가 호전됐다는 결과를 얻었다.

김동욱 연세대 의대 교수는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제가 임상시험을 거쳐 상용화되는 기간을 따져봤을 때 배아줄기세포가 실제 치료제로 판매되기까지 5∼10년은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재웅 동아사이언스 기자 ilju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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