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장미-미니 무궁화-시들지 않는 카네이션… “꽃보다 과학”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2일 03시 00분


최근 과학적인 방법으로 개발된 희귀 꽃이 늘고 있다. 파란 장미는 청색 유전자를 주입해 만들었고, 시듦병을 앓지 않는 카네이션 ‘마블뷰티’에는 푸사륨 내성 유전자가 들어 있다. 무궁화 ‘꼬마’는 감마선을 쪼인 돌연변이이며, 교배육종을 통해서는 다양한 색과 모양을 가진 카네이션을 만들 수 있다(위쪽 왼쪽 사진부터). 산토리사·한국원자력연구원·농촌진흥청 제공
최근 과학적인 방법으로 개발된 희귀 꽃이 늘고 있다. 파란 장미는 청색 유전자를 주입해 만들었고, 시듦병을 앓지 않는 카네이션 ‘마블뷰티’에는 푸사륨 내성 유전자가 들어 있다. 무궁화 ‘꼬마’는 감마선을 쪼인 돌연변이이며, 교배육종을 통해서는 다양한 색과 모양을 가진 카네이션을 만들 수 있다(위쪽 왼쪽 사진부터). 산토리사·한국원자력연구원·농촌진흥청 제공
어버이날, 스승의 날이 있는 5월은 카네이션을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시기다. 하지만 붉은색에 어울리는 ‘열렬한 사랑’이라는 꽃말을 지닌 카네이션이 부모님이나 선생님에게 전해지기 위해서는 ‘시듦병’이라는 고질병을 이겨내야 한다. 결혼식장에서는 싱그러운 향기를 발산하는 형형색색의 장미 부케가 신부의 아름다움을 더욱 빛내지만 혹여나 날카로운 가시가 손에 상처를 입히진 않을까 조심스럽다. 최근 꽃 연구에서는 과학으로 아름답고 건강한 꽃 만들기가 화두다.

○ 교배 통해 후손에게 강한 유전자 대물림

카네이션의 가장 큰 적은 흙 속에 사는 곰팡이 푸사륨이다. 푸사륨이 침투하면 카네이션은 잎이 누렇게 마르며 심한 경우 한 달 안에 죽는다. 국내 최대 카네이션 생산지인 경남 김해시에서는 해마다 카네이션 재배량의 20%가 시듦병으로 사라진다.

시듦병을 물리칠 방법은 푸사륨의 공격을 견딜 강한 카네이션을 개발하는 것. 최근 국내에서는 카네이션에 푸사륨을 뿌린 뒤 살아남은 카네이션끼리 교배해 시듦병에 걸리지 않는 튼튼한 카네이션 ‘레드뷰티’와 ‘마블뷰티’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유봉식 농촌진흥청 연구관은 “카네이션 중에서도 푸사륨 내성 유전자가 있는 카네이션만 살아남는다”면서 “이들끼리 교배하면 후손에게 내성 유전자가 전달되고, 여러 번 교배를 할수록 내성 유전자가 많이 들어간 카네이션이 나온다”고 말했다.

생물학에서는 이를 ‘교배육종’이라고 부른다. 자손의 생김새, 피부색, 몸집 같은 특징은 부모에게서 물려받는다는 유전법칙을 이용한 것이다. 가시가 없어서 웨딩용으로 인기가 많은 흰 장미 ‘아이스윙’도 교배육종으로 탄생했다.

교배육종 연구에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유 연구관은 “푸사륨에 강한 카네이션을 얻기까지 3∼4년이 걸렸다”면서 “교배육종을 하는 동안 자가 수정을 막기 위해 꽃의 수술을 제거하는 등 오랜 기간 정성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 방사선 쪼이니 금빛 줄무늬 뚝딱

방사선을 동원하면 품종 개발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이미 성장한 조직이나 종자에 방사선을 쪼여 인위적으로 유전자 돌연변이를 일으켜 약 3개월 만에 새 품종을 얻는 것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수입난 ‘대국’과 자생난 ‘석곡’의 종자에 방사선의 일종인 감마선을 24시간 동안 쪼여 잎에 황금색 줄무늬가 있는 희귀 난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또 기존 무궁화 종자에 감마선을 쪼여 돌연변이를 유발해 원래 품종보다 크기가 작은 무궁화 ‘꼬마’도 만들었다. 꼬마는 5, 6년생의 키가 50cm 정도이고 꽃과 잎의 크기도 종전 무궁화의 절반에 불과해 화분에 심어 사무실이나 베란다에 두고 감상할 수 있다.

○ 세균 이용해 파란 장미 개발

교배육종과 방사선 개량은 품종의 형태를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분자유전학을 이용하면 원하는 대로 품종을 설계할 수 있다. 2004년 일본 산토리사와 플로리젠사 연구팀이 개발한 파란 장미가 대표적이다.

연구팀은 아그로박테리움이라는 세균을 이용해 피튜니아에 있는 청색 유전자를 장미에 넣었다. 아그로박테리움은 식물 뿌리에 혹을 만드는데, 이때 자신의 유전자를 식물의 유전자 사이에 끼워 넣는다. 세균 속에 있는 피튜니아의 청색 유전자도 함께 주입되는 것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야생화인 매발톱꽃의 청색 유전자를 주입해 파란 장미를 개발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분자유전학적인 방법으로 대기오염에 강한 꽃을 만들 수도 있다. 도로변의 피튜니아에 환경 스트레스를 막는 두 유전자(SOD2, NDPK2)를 넣어 자동차 배기가스에도 잘 견디는 피튜니아를 최근 개발했다. 이수영 농진청 연구사는 “분자유전학적인 방법으로 개발된 꽃은 아직 상용화된 사례가 없어 상품으로 개발하는 일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신선미 동아사이언스 기자 vamie@donga.com
#카네이션#시듦병#교배육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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