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 이산화탄소-기침 체크… 인공호흡기 쓰자 답답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19일 03시 00분


[기자 체험 클리닉]<6>난치성 환자 대상 호흡검진

본보 이샘물 기자(오른쪽)가 의료진의 안내에 따라 인공호흡기를 착용하고 있다. 환자들은 처음엔 인공호흡기를 답답하게 느끼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적응한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제공
본보 이샘물 기자(오른쪽)가 의료진의 안내에 따라 인공호흡기를 착용하고 있다. 환자들은 처음엔 인공호흡기를 답답하게 느끼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적응한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제공
근육병, 루게릭병 등은 근육이 서서히 마비돼 몸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희귀난치성 신경근육계질환이다. 이 환자들은 타인에게 의지해 생활해야 하고, 호흡 근육까지 마비되면 인공호흡기에 의존해 생명을 유지해 나가야 한다.

서울 강남세브란스병원에는 이러한 환자를 관리해주는 호흡재활센터가 있다. 병원에 오기 어려운 환자에겐 방문 간호사를 파견하고, 형편이 어려우면 의료비 지원 기관과 연계해주기도 한다. 센터는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의 후원으로 2008년 설립됐다. 기자는 ‘희귀난치성질환자의 날’(22일)을 앞둔 12일, 이 센터를 찾았다.

○ 호흡기능 조기 검진이 중요


신경근육계질환 환자는 팔다리 근육이 먼저 약해지고, 그 다음에 호흡 근육이 약해진다. 보통 사람은 걸을 때 숨이 차면 호흡이 약해졌다는 걸 느끼지만, 이들은 일단 팔다리부터 약해져서 휠체어를 타기 때문에 호흡이 나빠진 걸 호흡 마비 직전에야 아는 경우가 많다.

강성웅 호흡재활센터 소장은 “정기검진으로 암을 일찍 발견하면 치료가 되는데 통증으로 인해 병원에 오면 늦는 것처럼 호흡도 마찬가지다”라며 “숨이 차서 잠을 못 잘 지경이 되어서야 치료를 시작하면 늦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검진을 받아 조기에 발견해야 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일반인이 호흡기능 검사를 받아야 하는 건 아니다. 손발이 마비되는 걸 느끼는 사람이 검진 대상이다. 신경근육계질환 환자들은 보통 1년에 한 번꼴로 센터에서 호흡기능을 체크한다. 호흡 검진은 어떻게 받을까. 기자가 직접 호흡기능 검진을 해봤다.

우선 ‘이산화탄소 모니터링’을 받았다. 몸에서 이산화탄소를 제대로 뱉어내는지 체크하는 것으로, 근육이 약해지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못해 수치가 높아진다. 기계를 입에 대고 “후” 하고 불었더니 38이라는 수치가 나왔다. 이산화탄소 수치가 30∼40으로 나오면 정상이라고 했다. 환자는 대개 40이 넘고, 심할 경우 50∼60까지 나오기도 한다.

기침 능력도 체크해봤다. 숨을 크게 들이마신 뒤 기기에 대고 기침을 최대한 크게 하는 것이다. 정상수치는 300 이상이다. 기자는 420이라는 아주 정상적인 수준을 나타냈다. 근육병 환자들은 100 남짓의 적은 수치가 나오기도 하고, 심하면 아예 0이 나오기도 한다.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는 폐활량도 체크했다. 점수는 3570. 의료진이 기자의 키와 나이를 컴퓨터의 계산식에 입력하니 75%라는 수치가 나왔다. 일반적으로 100%는 나와야 하는데 적은 수치였다. 의료진은 “폐활량을 늘리도록 유산소 운동을 많이 하라”고 주문했다.

○ 인공호흡기는 휠체어 같은 보조기기

호흡이 악화된 걸 미리 발견해 관리 받으면 인공호흡기를 쓰면서도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 보통 인공호흡기라고 하면 죽음을 앞둔 환자를 떠올리지만 그렇지 않다. 강 소장은 “인공호흡기는 보조도구”라고 설명했다. 몸의 근육이 약해지면 지팡이, 목발, 휠체어를 사용하듯이, 인공호흡기도 마찬가지다. 인공호흡기를 하루에 4∼5시간만 쓰는 환자도 있고, 잠을 잘 때만 사용하는 환자도 있다.

인공호흡기를 쓰면 어떤 느낌일까. 센터에서 인공호흡기를 착용해 봤다. 가정용 인공호흡기에 부착된 마스크를 얼굴에 밀착시키고 입을 다물자 숨이 막히는 느낌이 들었다. 기계를 작동시키자 호스를 통해 공기가 코로 들어가고 나왔다. 여전히 가슴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환자들은 집에서 가정용 인공호흡기를 쓰고, 병원에 입원할 때도 이를 갖고 온다. 근이영양증을 앓는 남모 씨(23)의 어머니 김영숙(가명·48) 씨는 “인공호흡기에서 소리가 나는데, 일반 병실에 입원하면 다른 환자와 보호자들이 싫어한다. 눈치가 보여서 편치 않다”고 말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에는 생보재단의 후원으로 설치된 ‘호흡재활전용병실’이 2곳(4인실, 6인실) 있다. 인공호흡기를 사용하는 환자끼리 입원하는 곳이다. 김 씨는 “전용 병실에는 비슷한 환자들이 있기 때문에 서로 이해도 해주고, 마음 편히 지낼 수 있다”고 말했다.

환자들의 또 다른 고충은 간병이다. 대부분은 가족들이 꼼짝없이 간병에 매달리고 있다.

강 소장은 “장기적으로 집에서 요양하기 어려운 환자도 있다”며 “전용 병실뿐 아니라 이런 환자를 돌봐주는 요양시설이 마련돼 있어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 희귀난치성질환자 위한 다각적 지원

환자들은 몸뿐 아니라 마음의 치료도 필요로 하고 있다. 호흡재활센터의 최원아 교수(재활의학과)는 “환자도 힘들지만, 보호자도 아이에게 병이 생긴 게 자신의 책임이라고 생각하고 죄책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며 “마음의 병을 앓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병원에서는 생보재단의 후원으로 환자와 가족이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인문학교실’도 운영하고 있다.

생보재단에서는 신경근육계질환 환자뿐 아니라 희귀난치성질환자들을 위해 비급여 의료비와 특수식이(로렌조 오일, 유동식 등), 피부재생용품, 주사용품 등을 지원하고 있다. 환자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안구마우스, 페이지터너, 리프트체어 등 학습용 보조기기도 지원한다.

희귀난치성질환은 치료는 물론이고 진단 자체가 어렵고 전문 의료진도 크게 부족하다. 재단에서는 2008∼2013년에 약 96억 원을 들여 총 1만605명의 희귀난치성질환자들을 지원했다. 강 소장은 “정부가 희귀난치성질환자를 지원하고 있지만, 개개인에 맞는 지원은 힘든 상황”이라며 “사회안전망에서 벗어난 환자를 위해 민간 지원이 필수였는데, 재단의 지원은 정부사업을 보완할 수 있는 민관 협력체계의 좋은 모델”이라고 말했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근육병#루게릭병#난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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