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으로 뒤덮인 사각 링. 이곳은 ‘가상의 달’ 표면이다. 움푹 파인 크레이터와 거친 달 표면을 지상으로 옮겼다. 포클레인처럼 생긴 미니 로봇이 흙먼지를 일으키며 달려와 삽으로 흙을 퍼 담는다. 탱크처럼 궤도형 바퀴에 바구니를 달아 바퀴를 계속 돌리며 흙을 담는 로봇도 등장했다.
지난해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개최한 ‘달탐사 로봇 광물 채집 대회(Lunabotics Mining Competition)’에는 이색 로봇들이 대거 참가했다. 당시에는 달에서 탐사할 수 있는 로봇으로 제한했지만 NASA는 올해 그 대상을 소행성과 화성으로 넓혔다. 23일까지 열리는 올해 대회에는 전 세계 44개 팀이 참가해 각축을 벌였다.
○ 달에는 헬륨3, 소행성에는 백금과 니켈
최근 우주 선진국들이 ‘우주 광산’ 개발에 눈을 돌리고 있다. 우주 광물을 통해 행성의 특성과 대기 환경을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물과 생명체의 존재 여부도 추정할 수 있어 행성 탐사의 기초 자료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구에는 없는 희귀광물도 얻을 수 있다. 지구에서 볼 때 검게 보이는 ‘달의 바다’ 지역에는 고품질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재료가 되는 희토류가 풍부하다. 우라늄과 티탄철석(일메나이트)도 막대한 양이 묻혀 있다.
특히 달에 있는 티탄철석에서는 일반 헬륨보다 중성자가 한 개 더 적은 ‘헬륨3’가 만들어진다. 헬륨3는 핵융합발전 원료로 사용할 수 있는 차세대 자원이다. 헬륨3로 움직이는 핵융합전지를 개발하면 달에서 스스로 에너지를 충전하는 로봇을 운용할 수 있다. 또 달 표면 토양은 지구의 화산재와 화학적 구조가 비슷해 콘크리트나 화장품 개발 원료로 사용할 수도 있다.
지구와의 충돌 위험으로 ‘골칫덩이’로만 여겨졌던 소행성에도 백금, 니켈 등 희귀금속이 대량 묻혀 있다. 미국의 우주 벤처인 DSI는 지구에서 가까운 소행성 9500여 개 중 달보다 쉽게 광물을 얻을 수 있는 소행성이 1700개 정도라며 지난해 소행성에서 우주 광산을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내년에 컴퓨터 크기의 소형위성 ‘반딧불(Firefly)’을 보내 샘플을 채취한 뒤 2016년 대형위성 ‘잠자리(Dragonfly)’를 보내 샘플을 지구로 가져와 성분을 분석하고, 이후 본격적으로 우주 광산 개발에 나선다는 것이다.
구글의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영화 ‘아바타’의 제임스 캐머런 감독도 소행성의 광물을 채굴하기 위해 2012년 플래니터리 리소시스를 세우고 우주망원경 ‘아키드(Arkyd)-100’을 띄워 소행성을 탐사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 로봇팔로 뚫고 레이저로 태워
현재 우주에서 활동 중인 광물 채집 로봇은 NASA의 ‘오퍼튜니티’가 대표적이다. 오퍼튜니티는 2004년 화성에 착륙한 뒤 지금까지 무려 3770일 동안 탐사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오퍼튜니티는 어깨, 팔꿈치, 손목 등 관절 3개로 이뤄진 로봇팔로 토양을 채취해 화성에 적철석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2012년 화성 게일 분화구에 착륙한 ‘큐리오시티’는 드릴이 달린 로봇팔로 암석에 구멍을 뚫고, 화학카메라 ‘켐캠(ChemCam)’에서 레이저를 쏘며 광물을 탐사하고 있다.
유럽우주국(ESA)은 2018년 발사 예정인 엑소마스(ExoMars)에 화성 표면을 2m가량 뚫고 들어갈 수 있는 드릴링 시스템을 장착할 예정이다. 화성 표면 위주로 이뤄졌던 탐사 범위를 화성 속까지 확대하겠다는 의도다.
국내에서는 한양대가 2018년 NASA의 달 광물 탐사 계획인 ‘리소스 프로스펙터(Resource Prospector)’에 쓰일 시추장비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이 계획에 따르면 탐사로봇은 일주일 동안 1km가량 이동하면서 1m 깊이에서 시료를 채취한 뒤 분석한다. 이태식 한양대 건설환경플랜트공학과 교수는 “우주 광물을 채집해 지구로 가져온다는 계획을 넘어 아예 달이나 화성 표면에 우주 광산을 개발해 그곳에서 나오는 광물로 우주 기지를 건설하는 날도 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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