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장모 씨(36)는 최근 여자친구에게서 이별을 통보받았다. 햇볕이 쨍쨍한 어느 무더운 날, 약속시간에 조금 늦은 여자친구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 게 화근이었다. 장 씨는 “‘날도 덥고 짜증이 나서 그랬다’며 용서를 구했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었다”며 “사실 화를 참지 못하고 욱한 적이 전에도 여러 번 있었다”며 후회했다.
분노는 본능적인 감정이다. 하지만 조절하지 못하면 ‘병’이다. 정석훈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이전에는 지나친 분노 억압으로 인한 ‘울화병’이 많았다면 요즘엔 말과 행동을 돌발적으로 표출하는 ‘분노조절장애’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천성적으로 화를 자주 내는 사람은 유전을 의심해봐야 한다. 연구에 따르면 신경전달 물질인 세로토닌의 분비를 감소시키는 유전자는 성급함, 충동적 분노 등의 증상을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뇌혈관 질환 후유증으로 성격이 변하는 경우도 있다. 위기를 넘겨 회복기에 들어가더라도 예기치 못한 정신적 후유증으로 우울증과 불면증, 지나친 감정 기복 등으로 분노 조절이 힘들어질 수 있다.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분노 조절을 제대로 못할 때는 약물 복용 또는 분노조절 훈련 등을 통해 정서적 안정을 찾아야 한다. 정 교수는 “우선 본인이 화가 난 이유를 돌아보고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떠올려보는 게 중요하다”며 “‘나는 화를 조절해 표현할 줄 아는 강한 사람이야’라고 자기 격려를 할 줄도 알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멈춤 능력을 강화하는 것도 필수다. 분노 폭발은 자극을 받은 지 30초 내에 이뤄지므로 화를 내기 직전 의식적으로 모든 행동을 ‘올스톱’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 심호흡을 하거나 마음의 안정을 주는 이미지를 떠올리는 등 기분전환 요법을 동원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정 교수는 “화를 내야 본인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침착하게 자기 주장을 펴는 법을 배워야 한다”며 “또 분노 표출로 인해 이미 인간관계가 틀어졌다면 이를 다시 회복하려는 노력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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