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용-권범근 연구팀
미생물 이용 수프처럼 걸쭉하게 분해… 오염-악취 없이 하수도로 흘려보내
국내 연구진이 음식물쓰레기 속 미생물이 잘 자라도록 스펀지를 넣고 꾸준히 물을 뿌리며 섞어 주는 방식으로 음식물쓰레기를 99%까지 줄이는 데 성공했다. 전남대 제공
덥고 습한 여름철, 또 하나의 난적은 음식물쓰레기다. 국내 연구진이 음식물쓰레기의 냄새는 물론이고 버리는 수고까지 덜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정선용 전남대 환경에너지공학과 교수와 권범근 안전성평가연구소 경남환경독성본부 책임연구원팀은 음식물쓰레기에 물을 꾸준히 뿌리며 섞어주는 것만으로 쓰레기를 99%까지 줄이는 데 성공했다고 ‘대한환경공학회지’ 최신호에 발표했다.
일등공신은 음식물쓰레기 자체에 들어있는 미생물이었다. 된장이나 고추장 발효에 쓰이는 고초균류, 김치나 치즈에서 발견되는 유산균류, 탄수화물을 분해하는 누룩곰팡이류 등 7종의 미생물이 음식물을 수프처럼 걸쭉한 상태로 분해해 하수도로 흘려보낼 수 있을 정도로 만들었다.
실제로 연구진은 자체 개발한 음식물쓰레기 처리기에 매일 0.5∼1.1kg씩 100일 동안 총 75kg의 음식물쓰레기를 투입해 0.88kg만을 남기는 데 성공했다. 나머지 74.12kg은 하수도로 흘러 들어갔다. 마지막까지 남은 음식물도 셀룰로오스나 리그닌 등 채소의 주성분으로 환경에 무해한 물질이었다.
이 실험에는 전남대 학생식당에서 나온 잔반을 물에 씻고 2∼3cm 크기로 잘라 사용했다. 한국 음식은 대부분 염분이 높기 때문에 물로 씻어 미생물이 잘 자라게 한 것이다. 처리기 내부에는 미생물이 살 공간도 마련했다. 나뭇조각(우드칩)이나 스펀지를 함께 넣은 것인데, 이들 속에는 빈 구멍이 많아 미생물이 잘 증식하고 물을 뿌릴 때 미생물이 씻겨 내려가지 않게 하는 효과도 있다.
연구진은 처리기 내부의 온도를 미생물이 좋아하는 온도인 20∼25도로 유지하면서 20분 간격으로 물 300mL를 뿌렸다. 물을 뿌리고는 막대로 시계방향과 반시계방향으로 각각 3분씩 휘저어 산소를 공급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렇게 분해돼 배출구로 나오는 물질이 하수를 오염시킬 우려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수소이온농도(pH)는 배출허용기준인 5.8을 유지했으며 화학적산소요구량(COD)과 생물학적산소요구량(BOD)도 24시간 뒤부터 84%, 96%씩 감소했다.
최대 고민이었던 냄새는 물이 잡아줬다. 악취를 일으키는 황화수소 등이 물을 만나 이온화된 뒤 씻겨 내려간 것이다. 권 연구원은 “원래부터 음식물쓰레기 속에 있는 미생물이 잘 자랄 수 있는 조건만 만들어 준다면 친환경적으로 대부분 처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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