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이 경제학자의 격언이라니. 10년 넘게 단짝처럼 지낸 안경과 결별한 일주일 내내 이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왜였을까? 기자는 5월 27일 서울 영등포구 김안과병원에서 라섹 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안경 없는 밝은 날만 기다린 설렘이 ‘아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는 후회로 바뀌는 데는 수술 후 1시간만으로 충분했다. 솔직히 너무 아팠다.
○ STEP 1: 사후관리 가능한 가까운 병원 찾아라
국내에 시력교정수술이 도입된 건 1990년대 초반. 눈 나쁜 사람이 과거에 비해 크게 늘어난 만큼 라식, 라섹 등 각막 시력교정술을 받은 사람들이 주변에 많다. 대학 입학 선물로 시력교정술을 해주는 부모도 있다. 하지만 우리 몸의 가장 민감한 부분인 눈을 건드리는 만큼 막상 수술 받는 걸 망설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병원 선택에 대한 고민도 크다.
김용란 김안과병원 원장은 “요즘 기계가 워낙 좋아져 수술 기술 자체는 병원 간 큰 차이가 없다”면서도 “향후 10년 이상 눈 관리를 전담해줄 안과를 찾는 게 좋다”고 말했다. 단기간 다량의 시력교정술로 이윤을 남긴 뒤 사라지는 ‘공장형 안과’에서 수술을 받으면 병적기록이 사라지거나 사후 서비스를 받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안질환 전반을 종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고, 방문하기 쉬운 집 근처 병원을 찾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 STEP 2: 철저한 검사와 상담으로 수술법 결정
하지만 모든 사람이 시력교정술을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라식, 라섹은 근시가 ‘―10D(디옵터·굴절도)’ 이상 진행된 초고도 근시 환자에겐 안전 문제와 낮은 효과 때문에 시행하지 않는다. 또 각막(눈동자를 감싸고 있는 투명한 막) 두께가 평균치(500μm)에 못 미치면 라식을 받을 수 없다. 라식은 라섹보다 각막을 많이 깎기 때문이다. 통상 근시 환자 10명 중 3명 정도는 라식과 라섹을 받기 어렵다. 이 경우엔 눈 속에 인공렌즈를 집어넣는 안내렌즈삽입술(ICL) 등 보다 고가(500만 원 이상)의 수술을 받는 게 안전하다.
시력, 각막 두께, 안압, 각막지형도 등에 대해 사전검사를 거친 뒤 의료진이 기자에게 제안한 수술법은 라섹이었다. 가끔 축구, 마라톤 등 심한 운동을 즐기는 기자의 경우 라섹이 더 적합하다는 것. 각막의 4분의 1 이상을 떼낸 뒤 남은 각막을 레이저로 깎고 다시 덮는 라식보다 미세한 양(약 50μm)의 각막 상피만 살짝 벗겨내 레이저를 쏜 뒤 다시 접합하는 라섹이 내구성이 더 좋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다만 라섹은 라식보다 좀 더 심한 통증을 각오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 STEP 3: 아파서 일상생활은 불가능…
수술 날 오후 3시. 양쪽 눈을 부분 마취한 채 수술대에 올랐다. 라섹에 걸리는 시간은 양쪽 눈 합쳐 20분 안팎. 라식은 10∼20분 더 소요된다. 수술 중 눈의 초점을 맞추는 녹색불만 잘 보고 있으면 △각막 껍질을 벗기고 △레이저를 쏴 각막을 깎고 덮은 뒤 △치료용 렌즈(콘택트렌즈)를 끼우는 간단한 과정만으로 간단히 수술이 끝났다. 수시로 집도의와 대화를 나눌 정도로 공포감은 거의 없는 수술이었다. 사실 그때까진 ‘이 정도면 두세 번은 더 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 정도였다.
하지만 집에 돌아가기 위해 지하철을 타는 순간부터 마취가 풀리기 시작했다. 마치 바늘로 눈 전체를 콕콕 찌르는 듯 극심한 통증이 엄습했다. 멀쩡한 눈의 피부를 벗겨냈으니 당연한 고통이었다. 진통제를 매 끼니 두세 알씩 복용해도 못 견딜 정도로 아팠다. 라섹 뒤 통증은 길게는 4, 5일까지 지속된다. 이 기간에는 눈을 뜨기조차 힘든 통증과 함께 눈물이 줄줄 흐른다. 솔직히 매일 밤 ‘내일부터 아예 시력을 잃으면 어쩌지’라는 걱정에 시달렸다. 따라서 수술을 할 때엔 충분한 휴가 기간을 확보하고 보호자와 함께 하는 게 좋다.
○ STEP 4: 관리만 잘하면…열매는 매우 달다
정작 “안과 의사들은 라식 수술을 안 받는다”는 말이 있다. 시력교정술 뒤 나타날 수 있는 각종 부작용을 우려한 것. 김 원장은 “세상에 100% 안전한 수술은 없다”면서도 “수술 뒤 관리만 철저히 하면 대부분의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좋은 시력을 회복한 환자들은 갑자기 밝아진 시야에 열광한 나머지 과한 전자기기 사용, 야외활동 등 눈에 무리가 가는 일에 몰두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시력이 다시 나빠지는 ‘퇴행’이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또 라식과 라섹의 공통 부작용인 ‘각막 혼탁’은 의사가 지시한 대로 안약을 넣지 않거나 선글라스 착용을 꺼릴 경우 언제든 나타날 수 있다는 걸 유념해야 한다.
고백하건대 기자는 “현장 일에 복귀해도 결코 무리하지 마라”는 김 원장의 지시를 지난 4주간 철저히 지키려고 노력했다. 그 결과 22일 현재 양쪽 눈 모두 1.0이라는 감격스러운 시력을 유지하고 있다. ‘고난은 쓰되 열매는 달다’는 격언이 몸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주치의 한마디▼ “수술후 관리가 중요… 3개월간 눈 혹사 피해야”
이철호 기자는 양쪽 눈 모두 중등도 근시(오른쪽 ―5.25D, 왼쪽 ―5.50D)에 약간의 난시까지 갖고 있는 고도 근시 환자다.
하지만 각막 시력교정술로 충분한 시력 회복을 기대할 수 있는 범주에 속했고, 각막 두께 역시 평균치보다 높아 큰 어려움 없이
라식, 라섹 수술이 모두 가능한 상태였다.
이 기자에게 라섹 수술을 권한 것은 그가 얌전한 라이프스타일을 갖고 있지
않아서다. 가끔 축구, 농구 등 과격한 구기운동을 즐기고 기자 업무의 특성상 눈을 혹사하거나 잠을 설치는 상황이 많다는 점을
고려했다. 라식은 수술 뒤 통증이 거의 없지만 각막 자체의 안전성이 라섹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 기자의
수술은 큰 무리 없이 성공적으로 끝났다. 하지만 “평소 스마트폰, 컴퓨터를 끼고 산다”는 그가 제대로 회복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남았다. 시력교정술을 받은 환자들은 간혹 회복 기간에 갑자기 좋아진 눈을 혹사했다가 회복이 더딘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 기자는 수술 뒤 열흘 정도 제대로 휴식을 취해 양쪽 눈 모두 1.0 이상의 시력을 회복했다. 적어도 3개월 정도 눈을
혹사시키는 상황은 피하는 것이 좋다.
항상 병원을 찾는 환자에게 “수술보다는 수술 후 관리가 평생 시력을
좌우한다”는 말을 강조한다. 시력교정술 이후 대부분 부작용이 환자 본인의 관리 소홀에서 비롯된다. 시력교정술을 받은 사람들 모두
철저한 눈 관리를 통해 어렵게 다시 얻은 밝은 세상을 오래 간직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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